홍콩 영어 생활

  홍콩에 오기 전엔 홍콩은 영어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제가 학교 다닐 것도 아니고 회사 나갈 것도 아니니 아이 영어만 잘 신경쓰고 저야 마트에 가서 물건 집고 계산만 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홍콩에 오니 마트보다 가게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거나 재래시장을 이용할 일이 많습니다. 재래시장은 영어가 안 통해 손짓발짓 합니다. 커튼 가게에 가서는 너무 답답해서 멀고 먼 고등학교 시절 한문 수업 시간을 떠올리며 한자로 써서 간신히 의사소통했습니다. 그런데 한자 용어도 우리나라와는 틀립니다.

 

  영어는 생각보다 잘 안 통하지만 그래도 살다보니 3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1번. 영어 아주 잘 한다. 그런데 너무 빨리 말한다. 제발 좀 천천히라고 말하기엔 자존심 상한다. 아니, 그보다 그렇게 말할 타이밍도 놓친다.

2번. 영어라곤 헬로우, 땡큐, 하이, 바이바이밖에 못한다. 차라리 손짓발짓으로 하니 어떨 땐 편하다.

3번. 영어가 매우 빠르다. 그런데 발음도 억양도 이상하다. 몇 번 들어보니 억양은 광둥어 억양, 발음은 받침이 제대로 발음되지 않아 약간 새는 것 같은 발음. 

 

  3번이 가장 힘들어요. 일단 홍콩에 영어 쓰는 사람들은 한국보다 더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제대로 안 겪어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알아듣지를 못하니 미치겠습니다. 어제는 도서관에 대출 카드를 만들려고 하다가 3번이나 다시 설명을 들었어요. 나중엔 이 아가씨가 그림까지 그리면서 천~천~히 자세히 말해주는데, 뒤에 지나가던 아가씨 상사는 계속 쳐다보고... 그러고 나서 제가 좀 이해됐다 싶으니 다시 엄청 빨리 블라블라블라...ㅠㅠ 처음엔 마트 푸드코트에서 음식 세트를 사는데 점원이 저에게 '슈가' 어쩌구 하더라구요. 그냥 이렇게 쓰니까 '슈가'하면 설탕인 줄 알지만, 그 이상한 억양을 들었을 땐 무슨 말인지 몰라서 "왓 이즈 슈가?"했어요. 그랬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스위트..."어쩌구 해서 그제서야, "아~슈가"했죠. 에휴~  이제 좀 익숙해 진 것 같아도 영 적응이 안 되네요. 홍콩 사람들은 일단 영어를 했다 하면 어쩜 그리 빨리 말할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빨리 말하는 것 같지는 않던데... 그리고 사소한 억양, 발음 차이에 신경쓰다보니(이게 무슨 말일까?하며) 또 흐름을 놓치고 그러네요.

 

  그래서 요즘 영어 수업을 받고 있는데, 선생이 영국사람입니다. 저를 촌사람이라고 하셔도 할 말 없지만, 솔직히 한국에선 미국식 영어 쓰는 사람만 봤는데, 여기서 길에 지나다니는 서양 사람이 영국식 영어를 하는 걸 처음 봤을 땐 많이 신기했어요.  어쨌든 선생이 영국 사람이니 저에게 발음교정하시고(ㅠㅠ), 나름 학교 다닐 때 영어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려니 왜 이렇게 안 되는지... 나중엔 전자 영어 사전 상비하여 계속 찾고, 아는 단어도 생각 안 나고, 작문 숙제 나왔는데 땀 한바가지 흘리며 하니 콩글리시인지 여기저기 줄 쳐져 있고, 같이 문제 푸니 반타작. 예전에 사람들이 영어는 아무리 해도 안 늘어서 하기 싫다라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고 있어요. 나이가 있으니 잘 들리지도 않고...  그런데, 아파트 놀이터에 가면 쬐끄만 애들이 영어 유창하게 쓰며 놀고 있잖아요? 그걸 볼 때마다 저는 아들에게 "엄마는 6살짜리 꼬마보다 영어를 못해~."(ㅠㅠ)해요.  어제는 도서관 일도 있고 해서 결국 너무 기가 죽더라구요. 이러면 안 되는데.

 

  기운 좀 주세요.

    • 기운갑니다. 자 받으셔요. (1),(2),(3)번 다 신경쓰지 마시고, 갈대님만의 영어를 구사하세요. 편하게 할 수록 빨리 늡니다.
    •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 봐야죠.
    • 기운내세요! 저도 외국에 있을때 언어 문제로 참 힘들었는데 (자신감도 많이 잃고 우울해지고...) 말은 역시 많이 듣고 많이 말해야 느는것 같아요. 영어 학원에서 친구도 사귀고 하시면 차차 늘지 않을까요? 힘내세요!!
    • 아.. 정말 힘내세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ㅠ 말 정말 빨리 하고 억양이 달라서 알아듣기 진짜 힘들어요!! 저는 미국식 영어는 대충 잘 알아듣는 편이었는데 그쪽에서 독특한 인터네이션 섞여서 말하는 거 못 알아들을 때마다 상대방이 얘 말귀 못알아듣네 싶은 표정으로 ㅉㅉ 하고 있으면 울컥 하고ㅎㅎ 하지만 곧 나아질 거에요! 사람 귀는 생각하는 것보다 적응을 더 잘 하게 되어있는 것 같아요! (아니라면 그렇게 믿고 싶어요!)
    • 여름/free하니 생각나는데, 쿠키를 사는데 5개 달라 했더니 뭐라뭐라 하면서 fee 어쩌구 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요금? 이럴 때 쓰는 단어가 아닌데, 뭔 소리지?'하면서 있었더니 지나가던 직원이 보고 좀 더 분명한 발음으로 '5개 사면 1개 공짜로 더 준다'라는 의미로 'free'라고 하더군요. 뜨아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초코/감사합니다. 저는 1대 1수업이라 친구는 사귈 수가 없네용. 선생이랑 바로 보면서 하니 더 창피해요.ㅠㅠ
      Mikan/전 미국식 영어도 사실... 그런데 억양이 정말 중요하긴 하더군요. 같은 단어도 이렇게 안 들릴 수가 하고 있으니... 사실, 제가 실력이 부족한 거겠죠. 여기 서양인들은 잘 알아듣고 사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냥 광동어나 북경어를 배우시는 게 실생활에 더 도움이 되실 것 같아요.
    • 다른 언어가 섞인 억양도 많이 들으면 들려요. 그런데 자기 영어까지도 그 영향을 받아서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게 문제..
    • 기운내세요..! 저도 중 고등학교시절 3년정도 체류한 경험이 있는데, 당연히 언어에 대해서 스트레쓰 받게 되죠.. 처음 학교 다닐때도 그렇지만 일상 생활에서도 많이 불편했습니다. 그 당시엔 홍콩이 영국령이었슴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잘 안통하고 많이 답답했습니다. 또 그들 특유의 '칭글리쉬' 억양에 적응하는데도 상당히 오랜시간이 걸렸고요. 요즘에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홍콩에는 마을버스 같은 미니버스가 다니는데, 정거장이 따로 없이, 벨도 없이.. 세워주세요~!외치면 세워줬었습니다. 피부색이 다른 백인이나 다른 동남아 계열사람들이 스탑 플리즈..! 하고 외치면 잘 세워줬는데, 제가 외치면 안세워주고 그냥 지나가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당연히 광동어 할 것 같은 동양사람이 영어를 하면 영어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못알아 듣는 걸까..라는 생각끝에.. (지금 생각해보니 제 영어발음이 너무 후져서 그런거였나 싶기도 합니다만..), 결국 광동어로 세워달라는걸 배워서 불편함을 겨우 덜었지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간단한 광동어를 배워보시기를 권합니다. 북경어에 비해 워낙 된소리도 많고 억양이 강해서 시끄럽고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 막상 배워보면 은근히 한국한자어와 비슷한 발음도 오히려 북경어에 비해 더 많고 흥미롭고 정감어리기 까지 합니다.(개인별로 다르겠지만요..) 영어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위축되거나 속상해하지 마세요. 너무 유창한 영어하면 그들도 못알아 듣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어느덧 그 요상한 광동어 억양식 영어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됩니다.(으응?? 농담입니다.)
    • 여러 말씀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북경어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일단 겨울부터로 미뤘습니다.(공부하기 싫어서...--;)광둥어는 한국한자어랑 비슷한 면이 의외로 많아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식당에서 하나 깨쳤네요. '롯까이싼(693)' 그래도 지금 아니면 영어 못하려니 생각하고 수업받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미니버스 아직도 있구요, 여전히 세워달라고 해야 세워준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면 저는 미니버스 탈 일이 없어 다행인 듯 하네요. 절대 안 세워줬을 듯. 여러분들이 불어 넣어주신 기운을 받아 열심히 영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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