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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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10.0)

 

작년 2학기였어요. 무슨 수업이었는진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그 수업에서 교수님이 언급하시면서 알게 된 책이네요. 책에 관해서 잡담이 오가다가, 교수님이 내가 읽었던 것중에선 이게 제일 야한 것 같다... 라고 하셔서 이름을 기억하게 된 듯한데... 어느 날 우연히 숙대 근처에서 폐업처리 중인 대여점을 발견했고, 거기서 책이 꽤 괜찮은 상태인데다 가격도 3천원이길래 덥석 샀네요. 단편집인 ≪달빛의 강≫도 같이 샀는데 이건 아직 덜 읽었구요.

 

소설의 배경은 1970년대 오키나와 미군 기지촌이에요. 주인공은 기지촌에서 아무 목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도 소년도 아닌 느낌의 인물. 주변 인물들은 마약에 푹 절어서 생활하고 있는 마약중독자들이고, 주인공이 자리를 주선해서 미군들과 함께 여태껏 제가 야동에서도 본 적 없던 하드코어집단난교파티... 를 벌이고, 주인공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근데 이 인물이 상상 속의 인물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끝부분에서 계속 받았는데, 다시 읽어보면 제대로 알 수 있으려나. 읽은지 한 3주쯤 돼서 잘 기억도 안 나는 것 같고...) 애인은 창녀, 덧붙여 주인공은 미군 흑형이랑... 게다가 인물들 나이는 아직 20살도 안됐던 걸로 기억하고...

 

이런 류의 막장성으로 치자면 여태 읽어본 소설 중에 최고가 아니었을까, 하네요. 아,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소설 하나가 떠오르긴 하는데... 그것도 이만큼은 아닌 것 같구요. 그런데 그것도 일본 소설이었네...

 

어쨌든. 소설의 배경이 1970년대, 란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작가가 바라본 그 당시의 일본, 을 얘기하고 있는 거겠죠. 다른 분들의 감상평이나 리뷰들을 살펴보면 당시 일본을 뒤덮고 있던 미국문화에 대한 반발, 그런 일본에 대한 비판... 이란 얘기들이 많아요. 소설 끝 부분의 묘사에서 등장한 '검은 새'에 관한 이야기였나, 그걸 그렇게 바라볼 수도 있을 법하니, 꽤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감상이죠.

 

그치만 지금 다시 어렵사리 소설을 되짚어보면, 가장 뇌리에 선명한 장면은 자신의 방에 널부러진 주인공이 비 내리는 바깥을 보면서 주절거리는 그 장면인 것 같네요. 바로 그 장면을 생각해보면, 무라카미 류는 이름이 같은 무라카미 하루키보단 더 여성스러우면서, 유리 조각같이... ㅡ마치 제목처럼 한없이 투명에 가까워 슬픈 느낌이에요. 그러고 보니, 이제야 느끼게 된 건데, 하루키는 좀 마초적인 것 같네요.

 

유리 같은, 하니까 막시밀리안 헤커의 음악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이야기의 막장성... 때문에 새하얀 겨울 하늘마냥 투명한 헤커의 음악이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아마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음악들 중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요. NIN의 Closer... 는 좀 더 짐승 같으면서, 쇠냄새가 나는 것 같고.

 

막장성이나 널부러짐, 이란 단어에선 ≪인간 실격≫을 떠올리게 되는데... 인실의 끈적끈적함, 눅눅함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면서도, 이 소설의 주인공도 그 제목에 꽤나 부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더욱 더...

 

하나 대단하다고 느끼는 건, 이게 1976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란 것. 정말 대단하죠. 이런 소설이 그때 당시에, 일본 최고의 문학상 중 하나를 받을 수 있었단 게...

 

매년 한 시인의 집 앞에 찾아가서 밤을 새는 기자들. 서점을 뒤덮고 있는 책의 제목들. 문학과 작가에 관한 흔한 생각들. 그리고 현재, 이 나라의 소설과 문단. 잡다한 상념을 떠올리게 돼요. 물론 일본도 현실은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격차가 존재하죠. 앞에 언급한, 노벨 문학상에서도 그렇고 메이지 유신 때부터 키워온 번역에 관한 거라던가... 무엇보다도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태도 자체. 토양 자체가 현저히 차이나는 건 분명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치만 요즘 한류 열풍을 떠올려 보면... 그 생각 하게 되는 건 저뿐인가요. 과연 덕후는 대단한 것이로구나. 하고.

 

이게 대체 무슨 결론이란 말인가. 허헣.

    • 포르노 장르지만 굉장히 분위기 있는 글솜씨라 생각했죠
    • 이 작품도 세지만 제가 꼽는 류의 막장 최고봉은 [토파즈].
      다른 건 다 봤는데 이건 보다 포기했어요.
    • 자전적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싶기도 해요 바로 요기 전 모습이 작가의 다른 자전적 소설인 69라고하는데 거기서도 사실은 주인공공이 아니라 이와세가 작가는 아니었을까 했거든요 뭐 어디까지나 자전적'소설'이지만
    • 시골의 어느 퇴락한 서점에서 아쿠다가와 상 수상작이라고 띠를 둘렀길래 내용도 모르고 덥석 애인에게 사주고 나서 나중에 읽으면서 얼굴을 붉혔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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