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이 근본주의라 사퇴를 종용하는 것 같진 않아요.
지금까지 진중권 씨 트윗 내용을 봤을 때, 그가 사퇴를 요구하는 건
진보에 대한 도덕적 무결성을 요구해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진중권 씨와 김어준 씨의 가장 근본적인 의견 차이는 바로
곽노현 교육감이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느냐인 것 같아요.
진중권 씨는 무죄 판결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라고 보고 있고
김어준 씨는 검찰이 대가성을 입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죠.
이 시점에서 진중권 씨는 여기서 곽노현을 감싸고 가다가는 진보 전체가 죽는다고 보고 있죠.
싸움에서 이기려면, 가장 중요한 게 '어디서' 싸울지를 결정하는 것.
왜 저들이 깔아놓은 모래지옥 속으로 집단으로 기어들어가려 하는지....
@funronga 박교수, 법원에서 구속영장 내줬어요 함께 비를 맞자구요? 그게 고작 '비'로 보여요?
그거, 십자포화에요. 대중들 선동해서 십자포화 속으로 다 끌고 가서 어쩌자는 겁니까?
장렬히 옥쇄, 잘 해야 집단 관광이죠.
나꼼수에서 설파하는 논리는 위험합니다. 경고해 두는데, 노무현=곽노현의 등식은
당장은 감성적 호소력을 가질지 모르나, 논리적으로 무서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최선을 희망하되, 최악을 예상해서 대처해야 합니다.
이런 트윗을 보면, 모두 유죄 판결 시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이죠.
저쪽에서 가져가려는 프레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 프레임에 갇히기 전에 곽노현 교육감을 버리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 반대로 김어준 씨는 그 프레임에 진보가 너무 자주 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젠 우리도 맞서 싸워서 그 프레임을 깨버리자는 이야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도 좀 더 강한 것 같고,
받지 못하더라도 까이꺼 상처 좀 입자는 "의리"를 강조하고 있죠.
뭐 양쪽 다 전략적으로 일리가 있는 이야기겠죠.
이 쯤에서 개인적인 의견으로 넘어갈까요.
진중권 씨 논리 중에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한나라당 비리 때도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조할 것이냐 라는 물음입니다.
당연히 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가 일부러 상대편의 권리까지 싸울 필요야 없겠지만, 원칙은 원칙이죠.
피의 사실 공포에 대한 것도 똑같이 적용되겠죠.
듀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자주 보였는데, 예를 들면
2억을 주고도 "선의"라는 핑계로 면제부를 받는 선례를 만들고 싶느냐는 물음이죠.
당연히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포괄적 뇌물죄'처럼 검찰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은 없어져야 하죠. 대가성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무죄 판결이 나야 당연한 겁니다.
그로 인해서 비리를 저지르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몇명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
그게 큰 상관 있나요? 어차피 그들은 안 걸리게 비리를 저지를 거예요.
비리를 저지르고 멀쩡한 이들이 100명이든 120명이든 큰 상관 없다고 봅니다.
덕분에 죄 짓지 않고 검찰에 트집 잡혀 억울하게 잡혀가는 단 한 명을 살릴 수 있다면요.
그런데 검찰이 곽노현 사건에 대해 대가성을 입증할 수 없을 것 같냐라는 물음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요. 법리 공방이 복잡하고, MB 법원이라는 변수도 있죠.
개인적으로는 계속 생각이 바뀌는데, 오늘은 또 유죄 판결이 유력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퇴를 해야 한다는 거냐고 안 해야 한다는 거냐고 제게 묻는다면
그건 곽노현 교육감에게 달린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에게는 자신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고
가족의 명운이 달린, 35억이라는 큰 돈이 걸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걸 진보의 앞날과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이래라 저래라 한다는 건 폭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까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자마자 사퇴한 국회의원이 있긴 한가요?
대법원 판결 끝날때까지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가, 판결이 나면 의석을 포기했죠.
사실 지금 사퇴하는 건 오히려, 선거비용 보전금을 남기려는 '꼼수'로 보일 수 있어요.
그리고 그가 진보를 위해 싸워 온 것이 있고,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도 아니라, 결국 진보의 선거 승리를 위해 자기 돈을 썼던 일인데,
진보에게 큰 해악을 끼쳤다면서 그를 비난하는 것도 좀 너무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어준 씨 말처럼 진보 진영에서 곽노현 감싸기를 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곽노현 사퇴 종용보다는 검찰 및 오세훈에 대한 공세에 조금 더 할애해 해줬으면 하는 생각은 듭니다.
뭐 이건, 제가 단일화 과정에서의 선거비용 일정 보전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있더라도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없고, 오히려 허용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선거법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건 또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요.)
어쨌든 원래 주제로 돌아가서 끝을 내자면,
결국 진중권이 사퇴를 이야기하는 건 전략상의 이유지, 도덕 순결주의 같은 건 아니라는 거죠.
물론 트윗에서 싸우면서, "우리가 저들과 똑같으면 안된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결국 주된 정서는 이 십자포화를 피해야 한다 같아요.
그래서 나꼼수 애청자 분들이 진중권을 까는 내용을 보면 약간 핀트가 어긋난다는 느낌.
어떻게 보면, 진중권은 의리와 염치 운운하는 김어준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