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안철수씨에 대해서, 박근혜 의원이나 이명박 대통령은 그냥 신선한 인물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군요. 박찬종이나 문국현 정도로 말입니다. 사람들은 아직 안철수의 숨은 파괴력을 잘 모르고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4년동안 인내로 지지율을 다져온 박근혜, 똑똑하게 한나라당에서 차별화를 꾀하던 원희룡, 하버드 홍정욱, 잘생긴 오세훈, 전부 한 방에 나가떨어진 형국입니다. 그뿐 아니라 ...운명이면 할 수도 있고...하고 옹립해주면 할 듯 할 듯 하던 문재인, 머뭇머뭇 서울시장 나오려던 천정배, 흐린 기억속에서 사라진 유시민까지 전부 포함해서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대선출마 선언도 안했고, 시장 선거에 출마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말이죠. 안철수씨는 애써 겸손하려고 했지만, 이번 단일화는 박원순 변호사가 프리젠테이션 하고 안철수씨가 OK 사인을 보낸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대선은 커녕 시장 선거도 출마하지 않은 사람이 이미 최고 결정권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안철수씨가 아마 82학번인가 그럴 겁니다. 그 학번에 대학 다닌 사람들은 압니다. 이 사람이 부모님 돈 들여 스펙을 보탠 헛것들과는 실력면에서 다르다는 것을 말이죠. 이 사람의 책을 읽어보면, 얄미울 정도로 식견이 높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안철수씨는 문재인씨, 유시민씨와는 달리,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란 문제가 없습니다. 노무현이라는 힘든 유산에서 자유롭지요. 안철수씨가 나오면 엔지니어들은 찍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찍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지금 박근혜 모릅니다. 그리고 386도 찍을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386이 처음으로 만든 대통령이었다면, 안철수씨는 386 중에서 최초로 나온 대통령이 될 수 있겠지요. 제가 알기로 안철수씨의 인맥의 두께나 넓이는 대단히 넓습니다. 만일 안철수씨가 출마하겠다고 하면, 노무현이나 김대중 때 하고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맨파워가 움직일 것입니다. 매일경제신문사에서 대통령 하나 나올 때마다 누구누구의 사람들이라고 책을 냅니다. 노무현 때와 김대중 때 이 책이 무척 얇아졌던 기억이 나는군요. 하지만 안철수의 사람들은 그와 비교할 수 없게, 연령와 좌우 면에서 풍부하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움직이는 맨파워는, 어르신들 (386이전 세대, 50-60대)을 망라한 것일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386 중에서도 안철수씨가 움직였을 때 도와줄 사람들의 특성은 노무현 때와는 다를 것입니다. 레토릭과 논리에 강하지만 실무에 약했던 운동권 출신들과는 달리, 학생운동은 안했지만 동조적 침묵을 던지던 실무진들, 한국사회의 실력있는 사람들이 움직이게 될 겁니다. 특히 IT 격변기에 사업 꾸리는 법을 익혔던 사람들, 20여년동안 조직에서 트레이닝되어온 사람들이 도움이 될 수 있겠죠.
김종인 전 청와대 수석이 "안철수 붐은 일시적인 것이다"라고 했다는군요. 그리고 국회의원으로 최소 1,2선이라도 하고 정치를 배우라고 했다는데, 저는 김종인 전 수석의 말을 악의적으로 듣지 않습니다. 의미 있는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서울시장에 출마한다고 했다가 철회를 하거나, 또 대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지금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안철수씨의 빈약한 권력욕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치가는 어쨌거나 강력한 권력욕이 있어야 하며, 주변에서의 옹립을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내가 대통령을 해야하는지 아닌지를 모른다면, 아무도 그 사람에게 갈 길을 만들어줄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될 놈은 발로 밟아도 됩니다. 안철수의 파괴력은 그가 의지를 가졌을 때에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겐 그게 없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