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리뷰랄라랄라] 이클립스

언제나처럼 우리의 여자주인공 벨라 스완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남자친구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남자절친 늑대인간 제이콥 사이에서 즐겁게 즐겁게 어장관리를 하며 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영화를 끌어갈 수 없는 법. 1편 때부터 남자친구의 복수를 위해 벨라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빅토리아가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등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빅토리아는 동네 애들을 뱀파이어로 만들어 군대를 양성하는데, [트와일라잇] 세계에서는 막 뱀파이어가 된 초짜들이 가장 힘이 세기 때문에 그렇답니다. 


그럼 [이클립스]는 뱀파이어 군대들의 전쟁을 다룬 액션 영화일까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예고편을 보니 액션이 조금 있는 것 같다고요? 속으신 거예요. 예고편에 나오는 액션이 정말 다 거든요. 영화는 진짜로 액션에 관심 없어요. 액션은 핑계일 뿐,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벨라의 어장관리니까요. 이 영화의 액션은 미식축구 선수와 치어리더의 섹스를 그린 포르노 영화에서 미식 축구가 차지하는 비중과 같아요. 에드워드와 제이콥이 번갈아가며 벨라에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를 외치는 한 액션의 내용은 무의미하지요.


그러나 영화의 존재 이유를 인정한다고 해도 [이클립스]가 성의 없는 영화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액션이 아무리 핑계라고 해도 이 영화의 액션은 좀 너무했어요. 나름 큰 돈을 챙기려는 블록버스터 영화인데도 평범한 미국 드라마 한 편의 의미밖에 없으니까요. 이건 감독이나 특수효과의 문제가 아니에요. [써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의 감독 데이빗 슬레이드는 빈약한 소재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기둥이 되는 원작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죠. 아무리 액션 장면을 살리려고 노력해도 불량 청소년들의 패싸움보다 심심한 이야기가 재료이고 여기에서 벗어날 자유도 없다면 방법이 없죠.


영화에서 진짜로 나쁜 건 액션이 아니라 로맨스입니다. 더 이상 [이클립스]는 의미있는 로맨스를 그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영화의 로맨스는 정체되어 있습니다. 벨라를 중심에 둔 에드워드와 제이콥의 갈등은 드라마가 아니에요. 이들의 관계에는 어떤 감정의 흐름도 없습니다. 세 주인공들 중 '벨라는 에드워드를 사랑하지만 제이콥을 옵션으로 두고, 남자 둘은 모두 벨라를 진짜로 진짜로 사랑한다.'라는 기본 상황을 깰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없어요.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제자리 걸음인 겁니다. 


캐릭터들도 이제는 끔찍한 수준입니다. [트와일라잇]의 팬들이 에드워드와 제이콥에게 비명을 질러대는 건 순전히 관성이에요. 이들은 매력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캐릭터도 없으니까요. 전 '남자애들은 이렇고, 여자애들은 저렇다'는 말을 싫어합니다만, 에드워드와 제이콥에 대해서는 정말 한 마디 해야겠습니다. 왜 1세기 이상을 살아온 뱀파이어 영감과 곧 스물이 되는 늑대인간 청년이 모두 14살 여자애들처럼 대사를 치는 거죠? 배우들 역시 의욕이 없어 보입니다. 로버트 패틴슨은 영화 내내 자신의 민망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고,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그냥 졸린 것 같아요. 같은 배우가 [런어웨이즈]에서 날고 기던 걸 본 게 바로 며칠 전이라 그 차이가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그나마 테일러 로트너가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렇다고 이 배우의 연기가 그렇게 좋은 건 아니죠.


물론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팬들은 제 불평 따위엔 별 관심이 없을 겁니다. 저 역시 그들을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니에요. 제가 쓰고 있는 건 친구나 애인에게 끌려 억지로라도 이 영화를 보게 될 위기에 처한 평범한 관객들을 위한 충고나 경고 정도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1,2편을 본 관객들은 이 시리즈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이미 알고 있을 테니, 이 글은 전혀 쓸모가 없겠죠.


기타등등

조델 펄랜드가 잠시 나옵니다. 역은 하찮아요.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1/2


 



    • 헤드카피는 무가지 측에서 늘 마음대로 바꾸는가 보군요. 액션 볼만해 블라블라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
    • 뉴문을 어쩌다 극장에서 봤는데 저에겐 진짜 웃긴 코미디였어요
      이클립스도 그럴거 같군요
      벨라의 어장관리는 그저 감탄스러울 뿐. 때때로 분노가 느껴질 정도의 고도의 관리스킬이라고 생각해요
    • 전 헤드카피를 쓰지 않아요.
    • 이클립스가 시리즈의 마지막인줄 알았는데 아닌가봐요? 소설에선 벨라와 에드워드 이야기가 깔끔하게 결말이 났다고 들었거든요.
    • 으하핳 네 맞아요, 제가 억지로 이 영화를 보게 될 위기에 처했어요. 맞춤형 리뷰군요
    • 트와일라잇 다음에 나온게 뭐였드라.. 그걸 회사에서 단체관람해서 어쩔수없이 봤는데요 저~엉말 난 역시 이런 영화 싫어요 남자주인공도 하나도 멋 없던데 캐릭터가 병맛이라 그런가..
    • 뉴 문까지는 놀려대는 재미라도 있었는데, 그 재미만으로 영화 세 편을 버틸 수는 없잖아요.
    • 사람님 / 그게 바로 뉴문입니다. 저도 진짜 보기 싫었는데 억지로 봤어요. 전 대놓고 낄낄거리면서 봤어요.
      영화 속 제이콥이 제 후배라면 뒤통수를 한대 후려치고 그런 어장관리녀 따위 발로 뻥 차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 주안 / 이야기가 정리되긴 해요. 하지만 그래도 제자리. 이미 에드워드는 뉴 문 때 청혼을 했고 벨라는 그걸 거절할 생각이 전혀 없거든요.
    • 아니 그럼 이클립스가 완결편이 아니란 말인가요?
    • 딴 소리지만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점점 조디 포스터를 닮아가는 것 같더군요. 패닉 룸의 캐스팅은 정말 탁월...
    • 이클립스 다음이 브레이킹 던이고 거기엔 벨라 딸과 제이콥이 얼레리꼴레리라고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 루이스 / 하아... -_- 네, 이클립스 다음에 브레이킹 던이 있고 브레이킹 던은 무려 1, 2부로 나눠서 찍을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 듀나님 댓글에서 이렇게 무심한듯 시크하게 브레이킹던 스포일링을... 덜덜덜...
      그나저나 저 이클립스 예매권 당첨되었습니다. 갈등되네요. -_- (별 상관없겠지만) 뉴문도 못봤는데.
    • 듀게에서 이 시리즈의 뒷 이야기를 어떤 분이 적어주셨던 기억인데 정말..... 최고의 막장. 아니 막장이라면 그나마 나이먹은 것들의 이야기일테지만 이건 뭐 거의 중딩 여자아이가 수업시간에 심심해서 끄적여놓은 망상. 수준이더군요 ---
    • 저도 딴소리지만 전 가끔 크리스틴스튜어트 사진을 L워드에 출연한 케이트모에닉 하고 되게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7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8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