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악의 설렁탕.

서울에 출장을 갔습니다.

저녁 때가 되었는데 혼자 식사를 해결해야 해서..역삼역  숙소 근처를 배회하다가 깔끔해 보이는 외관의 '한촌설렁탕'에 들어가봤어요.

뭔가 뜨뜨~~~ㅅ한 국물로 배를 채우고 싶었죠.

 

사람도 별로 없고 값도 강남 한복판인데 비해 저렴한 것 같아 즐거운 기분으로 만두가 들어간 설렁탕을 시켰습니다.

저는 당연히 설렁탕+만두를 기대했어요. 고기가 들어 있는 설렁탕에 만두 두세점이 추가로 들어간 거.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에요.

 

처음 국이라고 내놓는 그릇을 보고 좀 기가 찼습니다.

머얼건 국물에 만두만 서너 개 떠있고 아무리 수저로 휘저어봐도 고기가 안보이는 거에요.

극도의 노력 끝에 종이비누처럼 얇게 숨어있는 고기 종이를 발견했습니다.

국수 사리도 없고.

 

만두설렁탕이란게 국물만 설렁탕 육수에 고기 대신 만두가 들어간 건가요?

그러면 그게 만두국이지 설렁탕인가요?

 

 

 

제가 더 괘씸했던 건,

반찬이라고 달랑 김치 깍두기 담긴 단지만 내어 주는 겁니다.

아, 물론 두 반찬만 있어도 어지간한 설렁탕은 뚝딱이죠.

 

하지만 큰 테이블 위에 놓여진 작은 국밥 그릇, 김치 단지, 작은 백반 하나만 떡하니 있는 저녁상을 보자니..

정말 내자신이 너무 서글퍼지는 것이었습니다.

고기가 가득 담긴 설렁탕 사진이 박힌 홀의 간판을 보니 헛웃음만....

 

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돼지 국밥 하나를 시켜도 이렇게 국그릇만 딸랑 내보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다른 설렁탕집보다 맛있냐...

모르겠습니다.

먹으면서도 비참한 기분, 이런 걸 7천원이나 내고 먹는 내 자신과 서울사람들에게 연민이 느껴지는데...맛은 무슨 맛.

 

 

이런 밥상은 두번 다시 내돈내고 먹을 일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남이 사준다 해도 싫습니다.

 

그래도 계산할 때 "잘 드셨어요?"라고 물어보는 아줌마에게 '네."라고 대답한 소심한 나.... -_-

    • 이번에 서현역에 한촌설렁탕이 생겼는데 나름 입맛 까다로운 제가 먹기에 괜찮았어요
      기본설렁탕만 시켜ㅑ봐서.. 만두설렁탕이 도대체 어떻게 나오길래...
      아.. 서현역에는 정말 맛집이 없어요...
    • 그런 식당에서 "잘 드셨어요?" 하면 "수고하세요."하고 나와요.
    • 사실 서울시내에선 제대로된 설렁탕을 먹기 어려워요.. 그래서 전 언제나 순대국밥. (부산가면 당연히 돼지국밥..전 주기적으로 돼지국밥 먹어줘야 하는 여잡니다....응?) 지방에 계시는 분인듯 한데 나중에 서울에 오셔서 시간이 나시면 영등포구청역 인근에 있는 구월산이라는 곳에 가보세요 도가니탕이 만원인데 정말 도가니의 양이라든가 국물 보시면 (찬도 잘 나옵니다.) 만원이 안아깝습니다. 참고로 양이 너무 많아서 대식가인 저도 남기고 왔을 정도죠.
      (술도 한잔 하실 꺼면 뼈찜도 일품입니다.)
    • 슬프다ㅠㅠ 혹시 기회되심 다음에 신사역 4번 출구의 영동설렁탕 가보셔요ㅠㅠ
      기사식당 같은 허름한 설렁탕 집인데 7천원에 고기가 많아요. 예전에는 고기 외에 우설같은 것도 넣어줬는데 이젠 안 넣어줘요.
      이남장, 하동관이랑 함께 자주 가는 곳인데 여기가 제일 싸기 때문에 점점 이곳만 간다는...-_ㅠ

      + 앗, 죄송. 영동설렁탕 8천원으로 가격 올랐어요ㅠ
    • 1. 한촌설렁탕은 원래 설렁탕과 깍두기그릇만 나옵니다. 이건 곰탕 파는 하동관도 마찬가지인데ㅡ 뭐랄까 좀 오래 된 국밥류나 냉면류 등을 파는 집들 구성은 대부분 그렇습니다. 설렁탕 자체가 좀 패스트푸드 개념이라. (만두설렁탕은 뭔지 몰라서 패스. 그런데 설렁탕국물에 만두면 그냥 사골만두국 아닌가...)
      2. 이남장 설렁탕이 그나마 괜찮았었는데, 거기도 뉴스에 위생문제로 한번 뜨고 나서는 추천해주긴 뭣하더군요. 혼자서는 가끔 먹습니다만 그나마도 코엑스 갈 일 별로 없어서 요즘은...
      3. 서울에서, 특히 강남에서 가격대 성능비 따지는 건 그냥 바보짓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맛집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도 '이 가격에 5천원? 차라리 한두천원 더 주고 이름난 곳에 가서 먹고 만다' 라고 마음먹은 게 시초였습니다. 마산에서 2천원 하는 제육볶음이 서울 오니 4500.. (2001년 당시 물가로)
    • 설렁탕 집 하니 생각나는 게 제발이지 설렁탕 집이나 국밥 집에서 음식 시키면 다데기 좀 넣어서 안 줬으면 좋겠어요. 알아서 넣어주는데가 있는데 싫어하는 저 같은 사람은 먹기 고역이에요.
    • 아...인증샷을 찍어 올 걸 그랬나봅니다. 이런데다 이런 글 쓸거라 생각도 못해서.. -_-

      "수고하세요" 이거 담번에 꼭 써먹어야겠습니다. 음...근데 좀 약한 감이...ㅋㅋ

      구월산, 이남장,영동설렁탕 담번에 꼭 찾아가볼께요..



    • 이남장 설렁탕 특. 한촌설렁탕은 이정도는 아니죠.
    • 응? 엄청 심하게 욕나오는 식사를 했는데 "잘드셨어요?"하면 "아니요~!"했었는데 그러면 안되는겁니까!

      근데 어디든 욕나오는 음식점은 있기 마련인데 서울사람이 불쌍하거나 서울의 설렁탕집은 이렇다거나 할 건 아닌거 같아요.
      전 부산사람으로 서울에서 살아왔지만 부산에서 돼지국밥집 갔다 눈탱이 맞은 적도 많고 서울에도 단골 곰탕집과 설렁탕집이 있는걸요.
      물론 지친몸으로 객지에서 음식점에 뒤통수를 맞은때의 분노는 절절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윙버스 검색을 했었다지만 요새는 이것도 믿기 어렵고...(광고글 너무 많아요)
    • 값싸고 저렴한데다 푸짐하고 깊은 맛의 설렁탕은 예전 얘기가 됐죠.
      설렁탕 프랜차이즈가 닭집에 이은 FC계의 유망주가 되면서 앞으로도 설렁탕의 하향 평준화는 계속될겁니다.
      이남장이나 영동설렁탕 같은 전통의 메이저들도 예전 같지만은 않구요. (특히 이남장 영업정지 사태를 생각하면 먹고싶은 생각이;;)
      결국은 설렁탕계도 백송같은 고가 고품질 설렁탕과 FC류의 아무렇게나 한끼 때우자로 양분될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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