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균 - 감
http://www.galleryhyundai.com/kor/index.asp?SiteNum=2
9월 20일까지.
아마 학교 문제 때문에 방황하던 시절이었을 겁니다.
("방황하던"이라고 표현은 합니다만 사실 이미 장래 희망은 확정하고
어떻게 집안을 뒤집어 놓을 것인가만 궁리하고 있던… -_-;)
오치균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인사동 어느 뒷골목의 화랑이었습니다.
국내 미술에 전혀 조예가 없이,
그저 아는 작가라고는 백화점 매장에서 자주 보는 물방울 그림의 작가 정도였던 저에게
(알고 보니 그 물방울 그림의 작가님 또한 대단한 작가였습니다만)
어딘가 인상파같고 어딘가 토속적인, 그러면서도 어딘가 회화가 아닌 조각을 연상시키는,
거친 물감 덩어리가 옹이져서 아련하고 슬픈 이미지를 만들어낸
오치균의 작품들은 큰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그 이후 전 지금까지도 오치균 화집을 구입…하기엔 너무 비싸
생각날때마다 도서관에서 감상하고 있는
팬이라면 팬이라고 아니라면 아닌 오치균 애호가가 되었습니다만
정작 서울 한복판에서 이분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건
전시 끝나기 며칠 전에야 간신히 알게 되었군요.
일단 위의 흐리멍텅한 소개 이미지는 그냥 참고만 하시길.
전시 자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 연작 뿐이라서
다양한 그림을 원하시는 분들께는 실망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갤러리 홈페이지에 올라온 작고 흐리멍텅한 이미지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여전히 회화라 해야 할지 부조라 해야할지 모를 강렬하고 인상적인 작품들이
갤러리를 들어서는 관람객을 맞이해줄 것입니다.
시퍼런 화폭에서 (말 그대로) 툭 튀어나온 탐스러운 감들이
늦더위로 짜증스런 가을을 진짜 가을답게 만들어줄지도요.
임옥상 - 토탈아트
http://www.ganaart.com/exhibitions/eef28d4c58a97560031c14368fec3bba/
9월 18일까지.
임옥상? 임옥상이 누구더라? 유명한 작가 같은데.
인터넷을 찾아봅니다. 몇몇 작품들의 이미지가 검색 엔진에 뜹니다.
그리고 작가에 대한 설명을 찾아봅니다.
"공공미술", "미술의 사회적 기능" 등등…
아아, 작품이 훌륭할 것 같기는 한데 왠지 고리타분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놈의 가나아트는 멀기도 참 멉니다.
평창동 사는 부자나으리들이야 운전기사가 있으니 그렇다쳐도
저는 지하철을 타고 경복궁역까지 가서도
거기서 또 한참 버스를 타고 가야 갤러리가 나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임옥상의 토탈아트전은 그런 수고를 감수하고도
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절대 고리타분하지 않고 즐겁고 발랄한
그러면서도 가볍거나 얄팍하지 않은 전시입니다.
물론 그의 작품들에는 정치 사회적인 구호들이 깨알같은 텍스트로 박혀있습니다만,
타이포그래피를 넘어 그냥 퀼트 무늬처럼 뭉개진 그 텍스트들은
관심있는 분들에겐 "아, 이 작품은 미적으로도 좋은데 메시지도 있군"이라 보일 것이고
관심없는 분들에겐 "아, 이 작품은 쓸데없이 가르치는 내용 없이도 디자인적으로 아름답군"이라고 보일 것입니다.
커다란 화폭 안에 붉은 물에 잠긴 광화문이나,
깨알같은 손글씨로 이뤄진 날개를 단 조각상,
거대한 꽃 모양의 회화들,
"미술관에서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재현해낸 금속 조각물도 인상적이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친절하게도
"작품 안에 들어가셔도 괜찮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던
흙으로 만든 방 형태의 큐브였습니다.
사진, 회화, 조각, 심지어 설치미술까지.
(불행히도 제가 간 날은 그 수조 안의 허연 플라스틱 덩어리가 작동이 안되어
그게 무슨 종류의 인스톨레이션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보고 있으려면 지루할 틈이 없는
말 그대로 "토탈 아트"라고 해야겠네요.
성의없이 과거의 현대 미술들을 재탕하며
텅 빈 캔버스에 개념만 나불대는
일부 전시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타카시 쿠리바야시 - In Between
http://www.beyondmuseum.com/
사실 이 전시는 아직 기간이 상당히 남았습니다만,
소개하는 김에 같이 올려봅니다.
사진을 보면 뭔가 뻘쭘해보입니다.
허연 숲처럼 만든 구조물에서 사람들이 머리를 쏙 내밀고 있습니다.
타카시 쿠리바야시의 이번 전시에서 실제로 보실 수 있는+체험하실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근데 이 작품의 스케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비욘드 뮤지엄이라는 미술관의 한 층 거의 전체를 새하얀 숲이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1층으로 들어간 관객들은 그 아래를 수그리고 지나가면서 머리를 내밀어 밖을 볼 수 있고,
2층으로 나오는 계단에서 그 숲을 다시 한 번 내려다보게 됩니다.
이것만으로도 독특한 경험이지만, 이번 전시에는 그 외에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수조 속으로 머리를 내민다거나,
어둡고 넓은 공간 속으로 머리를 내민다거나,
머리 내미는 게 지겹다면(^^;) 포장마차 모양으로 만든 전시물에서 뮤직 에세이 영상을 본다거나…
얼마전 소셜 커머스로도 반값 쿠폰이 풀렸습니다만
솔직히 제값주고 보기에도 아깝지 않은 전시회입니다.
p.s.
이 외에도 명동 롯데 갤러리에서 만레이 어쩌구하는 사진전이 이번 주말 18일까지라 알고 있습니다.
전시 소개를 살펴보면 뭔가 뜬금없는 구성의 모음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사진 작품 좋아하시는 분들 중
이번 주말 명동에서 친구를 만난다거나 옷을 사러 간다거나
기타등등 불순한 목적으로 명동을 헤맬 예정 있는 분들은
가시는 김에 백화점 에어컨 바람 쐬며 사진 구경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