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극복의 어려움.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스타워즈, 인간관계의 어려움.
1. 게으름이라고 해도 좋고, 백수 성향이라고 해도 좋고, 한량 체질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냥 조용히 틀어박혀서 하고 싶은 놀이나 하며 살고자 하는 성향. 전 제 직업에 자아실현의 의미를 두지 않아요. 경제적인 어려움만 없다면 이것저것 재미있는 놀이나 배우며 살았으면 합니다.
작년 5월에 일을 시작할 때, 저의 이런 특성을 극복하려는 목적이 있었는데, 참 어렵군요.
원래 생산적인 삶에 대한 열의나 탐구심이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 "연구"라는 걸 하고 있으니 죽을 맛인 거죠.
말하자면, 어렸을 때 장래 희망 대로 "과학자"가 된 셈인데, 학위 따고 논문 쓰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과정과 해야 하는 일들은 전혀 제 성향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일단 해 봤으니 안 해봐서 후회할 일은 없다는 겁니다. 나중에라도 이 일을 그만두게 된다면 회한같은 것 남지 않을 겁니다.
2. 얼마전 에이미 추아의 타이거 마더를 읽었습니다. 딸 둘을 키우는 입장에서, 부정적으로든 긍정적으로든 참고할 것들이 많더군요.
에이미 추아의 생각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말은 맞다고 봐요.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좋아하는 것만 하도록 놔둬 봐야 제대로 할 가능성은 낮으니, 차라리 힘든 일을 어떻게든 잘 하게 밀어붙이는 게 낫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무엇이든 잘 하고 인정받게 되면 거기에 재미를 느끼고 집중한다는 것이죠. 다만, 아이의 기질을 고려해서 밀고 당기기를 잘 해야 할 겁니다.
3. 지난 토요일, 실로 오랜만에 영화"구경"을 했습니다.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혹성탈출이란 제목은 이제 그만 바꿀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과학적 논리에 있어서 약간의 오류들은 있었지만, 굉장히 잘 만든 SF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별 감흥과 여운이 없었어요. 제가 변한 거죠. 점점 감동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것 같아요.
그나마 스타워즈를 볼 때면, 어렸을 때의 그 느낌이 다시 살아나서 좋아요. 아, 벌써부터 옛추억을 갉아 먹으며 살게 되다니!
4. 지금까지 알고 지내온 사람들 중, 비교적 오랫동안 알고 지내거나,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을 제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건 엄청난 잘못이더군요.
친했던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착취했을 뿐 아니라, 결국에는 신뢰에 상당한 악영향을 주었음에도 자기가 한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괜찮은 후배라고 생각했던 이가, 실은 야비한 나르시시스트라는 걸 최근에 알았습니다. 게다가 이 사람하고는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엮여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서, 세속적인 성공에 대한 집착이 있는 편입니다. 재미도 없으면서 꾸역꾸역 일을 하는 것도 이때문이고요.
하지만, 이런 사람과 엮여야 한다는 건, 저처럼 내향적이고 예민한 사람으로서는 참 견디기 어려운 일입니다.
어느 유명한 스님께서 말씀하시길,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들을 스승으로 생각하고, 견디는 과정을 수련으로 생각하라고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되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