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일찍 일어나는 새는 더러운 꼴을 본다(더러운 이야기 함유)
아침 여섯 시 정도에 일어납니다. 일단 일어나면 환기를 해요.
오늘은 열어 놓은 복도쪽 창을 닫으러 가다가 웬 남자가 복도에 소변 보는 꼴을 보고 맙았어요. 옆집에는 복도앞에 자전거를 놓고 있는데 그 자전거를 겨냥해서, 제 집과 옆집의 경계선쯤 위치에 서서 시원하게 볼 일 보더라고요.
제가 현관문 여는 소리에 달아나는데 달아나는 걸 보니 복도 끝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더군요.
그쪽에 계단이 있어서 그리 가나보다 했는데 웬 걸. 집에 들어갑니다. 이 집이 전에 제가 항상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살아서 보기 민망하다고 글도 한 번 썼던 그 집이에요. 그 집이 어떤 집인지가 중요한 건 아니고, 요컨대 저는 그 남자가 어느 집에 사는지 알고 있다는 겁니다.
겁도 없이 뭘 하려고 제가 현관문을 열고 뛰쳐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따라까지 갈 생각은 들지 않아서 그냥 보고만 있었어요. 다른 증인과 증거따위 물론 없습니다.
경비실에 말하니까 무척 난감하고 미안해 하시던데 경비 아저씨가 미안해 하실 일은 아니죠. 공지가 붙긴 하겠지만 무슨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그 위치에 씨씨티비는 없어요.
짐작에는 술 마시고 늦게 들어가던 중이었구나 싶은데 자기 집 바로 옆에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왜 연고도 없는 제 집 앞까지 왔는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다른 곳에도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으니까 거기로 올라왔으면 제 집 앞을 지나야 하긴 합니다.
범인의 윤곽은 잡혔으나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차라리 안 본 게 속이 편했을 것을. 이제부터 바닥에 고여 있는 액체를 보면 마음이 편할 수 없을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