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의 아량

악당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정말 지겹게 등장하는 클리셰 중 하나는 주인공을 충분히 죽일 수 있는 상황에서 기회를 주다 결국 자기가 당한다는 거죠. 

뭐. 후뢰시맨이 변신할 때 죽이면 끝날 것을 하는 우스개도 있지만, 악당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쓸데없이 관대한, 혹은 호기를 부리는 것을 보며 어이없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방금 그와 비슷한 심리가 제게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저희 집 환풍기에서 바퀴벌레가 나오길래 휴지로 잡아 변기에 쳐넣었는데 안간힘을 다해서 다시 기어올라오지 뭐예요.

별 생각없이 다시 휴지로 꾹 눌러서 버렸죠. 그런데 맙소사. 제가 돌아서는 순간 탈출해서 저를 앞지르는 겁니다. 

그 때 느낀 감정은 뭐랄까. 주인공 목숨을 쥐고서 기회를 주려는 악당이 된 것 같았어요.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기회를 주기로 했죠. 

달아나는 바퀴를 붙잡은 저는 그를 변기에 넣고 소변용 물을 내렸어요. 이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고개를 내민다면 내 너를 인정하마. 네 삶을 허용하겠다. 

결과는? 네. 살아남으셨어요. 물내린 변기에서 다시 올라오셨다고요. 졌어요. 조만간 죠의 아파트에서 살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 바퀴벌레는 수영을 잘 합니다.
    • 루아/ 결국 제 실책은 아량이 아니라 과소평가였네요..
    • 근성갑을 만나셨나봐요. 의지박약 타입도 분명 있을 겁니다.
    • 휴지를 두툼하게 자르신 다음에, 꽉! 쥐어주셨어야죠...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1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