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생긴 일(초큼 황당)

 

점심 시간에 밖에 나갈 일이 생겨서 버스를 탔어요.

당연 출퇴근 시간이 아니니까 버스는 한산했지요.

앞에 한 명씩 앉는 좌석들은 다 찼지만

뒤에 두 명씩 앉도록 돼있는 자리들은 거의 비어있었어요. 서너 명 앉아있었던 걸로 기억...

암튼 음악을 들으면서 창밖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툭툭 치는 거에요.

올려보니 할아버지(라고 하기엔 연세가 좀 못 미치는 듯 보였지만, 어쨌든)  한 분이 화난 목소리로

"아가씨, 장애인이야?"

이러시는 거예요.

아... 그제서야 제가 장애인 지정석에 앉아있었단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 아뇨"

그리고 일어나서 바로 뒷자리에 그냥 앉았어요-.-;;;;;

근데 그 할아버지 갑자기 자리에 앉아서 뒤를 홱 돌아보시더니만

막 열정적으로 화를 내시는 겁니다.

"아니, 장애인도 아니면서 왜 여기 떡 버티고 앉아있어?

내가 장애가 있는 사람인데 알아서 일어나줘야 되는 거 아니야? 엉?"

음.... 지팡이나 목발도 없고 그냥 버스 손잡이 잡고 서계셨던지라....

"아..예..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하고 다시 이어폰을 귀에다 꽂으려고 그러는데 그 할아버지 계속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어요.

"아니 젊은 아가씨가 눈이 삐었나? 모르긴 뭘 몰라?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어쩌구 저쩌구"

뭐라고 계속 소리를 치시긴 했는데 내용은 기억이 잘 안나네요. (한 쪽 귀에 이어폰을 계속 꽂고 있어서 더 무슨 말인지 안 들렸을 수도..)

갑자기 닥친 상황에 멍해져서 할아버지 얼굴만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속으로 나도 뭐 그렇게 젊지 않은데.. 같은 뻘생각이나 나고...쩝..

암튼 두 정거장인가 더 가서 저는 내렸죠.

다시 일하러 돌아와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얘길 했더니

그 할아버지, 그냥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싶으셨나보다.. 그렇게 시비거는 양반들 있다... 뭐 그런 반응이더라고요.

진짜 그냥 좋은 말로 자리를 좀 비켜달라고 해도 됐을 텐데, 뭐하러 그렇게 버럭질을 하셨는지...

게다가 바로 뒷자리마저도 비어있었는데 굳이 그 자리를 고집하시는 건 뭐였는지...

 

그래도 정신줄 놓고 노란색 좌석에 앉아있었던 게 잘못이었겠죠.흑.

앞으론 전철이든 버스든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해봅니다.

 

 

 

    • 504번 버스에는 핑크색 임산부석이 있어요. 거기 앉은 저에게 "임신했어?"라고 물어본 아저씨 있었는데 혹시 그분인가.
    • 버스는 노약자석을 비워놓지 않아도 용인하는 분위기던데요..
      전철에서는 노약자석에 절대로 앉지 않지만 버스 노약자석은 비어있으면 그냥 앉습니다. ㅡ.ㅡ
    • 어휴..이래서 저는 버스에서 좌석에 앉을 때 경로석 양로석 노약자석에 안 앉습니다. 은근 데인적이 많거든요;; 하지만 지하철 노약자석에는 앉습니다.ㅋㅋ 임산부로 오인받아서(예전에 한번 이 게시판에 썼지만) 양보받은 경험이 있어서 자꾸 이용해먹는 것 같아요. 저도 자제해야겠어요. (반성)
    • 꼰대질로 존재감 확인하는 분들이 종종 있죠.
      그냥 길가다 돌부리 걸렸다 생각하시는 게 좋을듯.
      뒷쪽 두명자리에서 안쪽에 앉게 되거나 통로에 사람 서있으면 내릴 때에 고생하기도 해서 어쩔 때에는 차라리 일반석도 다 하나짜리로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 그런 분들, 꼭 화를 여성에게만 낸다는 특징이.-_-;;
      전 이제 대중교통에서 어떤 또라이;;를 만나도 덤덤해요. 괴상한 짓이나 화를 낸다 -> 그냥 아예 들리지도 않는 사람처럼 그 자리를 벗어나서 다른 곳으로 가서 상대 안합니다.
      처음에 죄송하다 하셨으면 괜히 마음에 찝찝함 가지지 마세요. 버스는 노약자석을 비워놓지 않는데 일반적이라 생각했는데요;;
    • 저도 그런 생각 얼핏 들었어요. 뭔가 표적이 된 것 같은 느낌... 뭐 그분이 이걸로 존재감을 확인해서 뿌듯하셨다면 그냥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넘어가야할듯도..^^;;;;; 원래 저도 버스는 노약자석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는데 이번 일로 트라우마(씩이나..;;;;)가 생긴 것 같아요. 답글 주신 분들 감사함돠~~!!!
    • 전 노약자석도 아닌데 앉았는데 어떤 아저씨가 화냈어요. 것도 자기가 앉을 것도 아니고 옆에 서 계시는 여자분께 양보 안했다고. 세상이 썩었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진짜 기분 드러워서 증말! 모자쓰면 다리밖에 안 보이잖아요. 그 여자분이 스타킹에 하이힐 신고 계셔서 딱히 양보해야할 사람이라고 인식도 못 했어요. 진짜 제가 젤 만만해보였나봐요. 앉아있는 사람들 죄다 저보다 다 어려보이드만 제가 죄송하다고 했는데도 내릴때까지 젊은것들이 저러니 세상이 썩어간다며.ㅠㅠ 좀 좋은말로 해도 알아듣는데 말이죠. 이 글에 감정이입 100%되었습니다. 힘내셔요.
    • 지하철 종점부터 앉아 숙면 취하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뒷통수 후려치며 일어나라고, 자는척 하지 말라고 버럭 소리지르던 분도 있었습니다. 노약자석도 아닌데요. 깜짝 놀라 깨서 벌떡 일어서니(잠이 덜 깨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서...양보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어요--;;) 냉큼 앉아 젊은 것들이 싸가지가 블라블라~ 하시더라구요. 큰 소리가 나니 다들 저를 쳐다보는데, 멍한 상태에서 느껴지는 당혹감과 수치심이 상당했습니다.
      지나가다 X 밟은 셈치세요. 꼭 젊은 여자한테 그러시죠 저런 분들.
    • 일전에 지하철 1번칸 부터 시작해서 지하철 전체 노약좌석 앉은 사람들 다 일으켜 세우는 어르신(?)도 본적이....
    • 맞아요. 당혹감과 수치심. 딱 그거였어요.
      저에게 소리친 할아버지도 '세상이 썩었다' 비슷한 식으로 막 뭐라뭐라 하셨던 듯요.일단 그 양반들 레파토리는 비슷비슷한가 봅니다;;;;;;
      그 어르신(?)께 노약자석은 자리 이상의 커다란 의미가 있는 듯 하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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