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책들

어려운 책하니까 제일 먼저 떠오른게 겁없이 샀다가  후회하고 있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입니다.

그러면 안돼라고 앞에 어느 분이 말씀하신, 내가 이해력이 딸리는거야 아니면 하이데거가 말을 어렵게 하는 거야라는 생각, 가뜩이나 어려운 내용 번역이...  전부 어기고 있는 중입니다.

존재와 시간 번역본 아무 거나 옮겨 적으면 이래요

 

 '오히려 이해가 그때마다 세계-내-존재로서의 현존재의 전체 열어밝혀져 있음에 관계되기 때문에, 이해의 자신을 옮겨놓음은 전체로서의 기획투사의 한 실존론적 변양태이다.'

(현기증이;)

 

 진짜 데이비드 흄은 내용이 있는 것을 '비교적' 평이한 말로 핵심을 날까롭게 찌르고 있고, 쇼펜하우어... 절대 내용이 쉬운 건 아닌데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적게 끔 명료하게 쓰시거든요.

근대철학 중에 헤겔하고  현대철학 대부분은 정말이지 교양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 학사 석사과정에 있는 전문가가 가야할 미로들인 듯 싶어요. 그런데 나름 쇼펜하우어의 가치를, 다소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고 있음에도 드높은 명성에서라기 보다 책 내용에서 찾았던 사람으로서 건방진 말일지 모르지만 어렵게 쓰는 사람에 대해서는 불신을 가지고 있어요.

 

 어려운 책이든 아니던 사상과 철학에 관련된 서적은 그 정수에 있어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살면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명백한 느낌과 선을 닿아야 의미가 있게되고 어느 정도 성숙해지면 자기중심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스폰지같이 받아들이면 영영 미로에서 떠돌고 이리저리 휩쓸리게 되서요,  또 다른 지적 천재 가령 촘스키 말대로 별 내용이 없거나 저자가가 자기중심적으로 어렵게 쓴 것 일 수도 있거든요.

 

 

    • 리쾨르가 인터뷰였다던가, 뭐 하여튼 자신의 사상인가를 묻는 사람에게 이건 몇 사람만 이해하면 되는 거라고, 말해줘도 모를 거라고, 말했다던가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번역이 문제가 아닌 경우, 내게 어려워서 이해못하는 게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말을 어렵게 하는 것과 내용 자체가 심오하고 어려운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고 앞의 것을 뒤의 것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생각해요.
    • 하이데거에 대해 아는바가 단 한개도 없는데;; 이 분 불교나 인도종교랑 연관성이 있어요? 아니면 실존?주의? 저 문장 뭔가 그쪽필이?

      전 위대한 철학자들의 책은 철학전공자님들에게 맡기고 그분들이 소화해서 뱉어주는것만 낼름낼름 받아먹는 걸로 만족하기로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입니다 ㅋㅋㅋ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ㅠㅠ)
    • being님 말씀처럼, 좋은 입문서가 많은 걸로 족해요. 우회해서 읽는 것도 철학을 풍요롭게 하는 것 같고요.ㅋㅋ 직접 읽어 좋은 경우도 물론 있지만요.
    • 푸른나무 /
      배우는 자세를 떠나 - 사실 어려운 책을 든다는 것 자체가 현학적인 면을 보이려는게 아니라면 순수한 동기없이 하는 일이 아닐테니- 걸러내야할 자신이 아닌 보듬어 주어야 할 자신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주눅이 든다거나 휩쓸리지 않는 자세도 겸손함 못지않게 필요하다고 보고 본문과 같은 건방 좀 떨었습니다
    • 전 형이상학쪽을 말하는 데 있어 '이해하기 어려움'이라는 건 어떤 상태인 건지 감이 안 잡힙니다. 수학이나 물리 공식이 어렵다는 건 어떤 건지 알지만...
      하긴 뭘 봤어야 알지... ㅋㅋ
    • 훈련이 안되서 그래요. 단순해요. 과학은(심리학,정량적 사회과학,자연과학 등등 모두) 우리가 유년시절부터 꾸준히 그 대상과 방법을 습득해왔고 시험을 위해, 생활을 위해 응용해왔기 때문에 사람들의 삶 속에서 뚜렷하게 '기능'은 하고 있는 학문이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과학 외적인 것에 대해서 그것을 종교적인 것, 낭만적인 것, 서사적인 것, 신비한 것, 때로는 불합리한 것 등등으로 여기고 생활 속의 작은 일탈(?) 정도로 여깁니다. 어디까지나 정도가 아닌 외도의 대상들일 뿐이죠. 누군가는 교양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에 또한 어디까지나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가까이하지 그것에 대해서 뭔가를 걸거나 집요해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게 오늘날 철학적 사유, 인문학적 사유의 단적인 풍경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에서 이것을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면 그야말로 오타쿠가 되는 방식으로만 가능해보이구요(너 참 이상한 공부 하는구나?). 점점 사라져가고 지원이 끊겨가는 이 계통의 종사자들 속에서 운좋게 안전한 자리를 차지한 소수의 처지 또한 처참할 따름입니다. 배부른 소크라테스라는 말이 어울리겠네요. 그래도 과학은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며 그들이 화내지 않는 것만을 다루는 방식으로 그 위태로운 권위라도 유지하고 있군요(대기업이 없으면 과학이 지탱될까요, 행정권력이 없으면 사회과학이 지탱될까요).

      여하간, 철학은 개념을 매개로 하는 고도로 추상적인 학문입니다. 오랜 개념적 훈련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이 읽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건 당연한 거에요. 단순히 어렵다고 궤변이거나 현학적이라 말하는 것은 오만한 것이구요. 정상적으로 교육받은 사람은 과학을 위해 최소한 10년 이상의 긴 시간을 이미 투자해왔습니다. 수학도 배우고 이것저것 얼마나 많이 배우고 응용합니까. 철학도 적어도 그 정도 이상의 노력은 해야 고대,중세,근대철학부터 난해하다는 현대철학까지 넘나들며 어느정도 '맥락'을 이해하는 가운데 꾸역꾸역 읽어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철학이 궤변으로 보이는 데에는 또 한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위에 하이데거의 문장에도 보이지만, 세계,내,존재,실존,실존론적,양태,변양태,현존재,기획,투사,기획투사,같은 '일상어'로도 사용하는 말들을 그대로 전용하기 때문이에요(현존재,세계-내-존재,기획투사 같은 개념은 하이데거에게 각별히 고유하고 철학사적 무게감을 갖는 개념이긴 하지요). 철학자들은 엄밀한 학문의 대상으로 결코 일상어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나도 분명히 아는 단어들인데 그 단어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문장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은 궤변으로 보이기 쉽죠. 하지만 철학이라는 무대 속에서 '존재'라는 말은 수많은 철학자들에 의해 피흘리고 찢겨지고 무너지고 다시 세워져 온 지난한 역사를 갖고 있잖아요. 그런 맥락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시작부터가 다르죠.

      철학에 고유한 어떤 태도가 있다면, 현실로부터의 한걸음 물러섬입니다. 공동체와 현실의 공동체성과 현실성을 유지시키고 재생산시키는 장소로부터 한걸음 물러서서 보는게 아니겠습니까. 물러서서 보게 되면 이미 기능하고 있는 가능한 것들의 모든 토대가 낯설게 보일 수 있고, 그 토대를 떠받치고 있는 것들을 다시 사유하는 비판적 작업은 현실을 균열내고 찢어버리기도 하며, 상식과 억견의 눈으로 보기엔 도저히 예기치 못한 전망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철학이 가치가 있다면 우리가 대면하지 못하거나 대면하길 도착적으로 '부인'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의 힘을 들이댄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철학자들은 편견과 달리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진 은자가 아니라 세상만사에 무제한적인 오지랖을 지닌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덧씌어진 은자나 외길의 이미지는 현실 '속에서', 현실을 '물러서서' 본다는 바로 그 측면에서만 타당하다고 생각해요. 여튼... 양치질하면서 수다를 떨다보니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네용... 요는... 쉬운 책이 쉽다는 이유 때문에 권위를 갖는게 아닌 만큼.. 어려운 책이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면 적어도 집요하게 도전은 해봐야 권위의 허상도 깰 수 있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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