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나름대로 신세경 논란 정리.
이런 거 가지고 굳이 글까지 쓰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_-;;; 뭐 그렇게 됐어요.
문제가 된 잡지 글을 보면 꼭지 코너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었습니다. 그 칼럼은 필자들에게 남녀 셀리브리티들의 몸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는 지면이었습니다. '몸의 사회학' 같은 그럴듯한 어휘를 생각할 법도 합니다. 하지만 이 칼럼의 기획 의도에 유명인들의 육체를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즐기려는 관음증적 의도가 아예 없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기획 자체가 문제일까요? 그러자면 (앞서 다른 듀게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화장실에서 맥심 읽으며 환장하는 군바리들이나 온갖 섹스 기사를 노골적으로 실어대는 주부잡지들까지 다 건드려야 합니다. 더 나아가 포르노의 윤리성에 대한 논의로까지 치고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유명인들이 그런 욕구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건 어느 정도 숙명인 면도 있어요. 사람들은 셀리브리티의 겉모습과 이미지를 볼 뿐이지 자연인으로서의 그들에겐 관심도 없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저는 결국엔 그런 욕구를 얼마나 고상한(?) 차원으로 풀어내느냐가 관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다른 필자들의 글을 보면 그냥 셀리브리티의 특정 신체 부위를 관찰하는 수준에서 무난하게 끝낸 경우도 있고, 체육선수에 비교하면서 성적 뉘앙스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접근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김대주씨의 글이 문제가 된 거죠. 이 칼럼이 애초에 의도하고 있던,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생각했던 '그것'을 여과없이 그대로 드러내 버린 것입니다.
다만 다른 필자들이 스스로의 "주관적인 의견"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문제의 필자는 신세경의 육체를 예찬하면서 자신의 "주관적인 취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김대주씨는 보형물 들어간 여성들의 가슴을 안는 게 싫고 그 반대의 지점에서 신세경의 아름답고 + 인위적인 조작이 없는 가슴이 좋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건 미성숙한 발언입니다. 수위만 낮을 뿐 "안젤리나 졸리와 같이 자고 싶다" 류의 사춘기 애들의 성적 환상과 다를 게 별로 없습니다. 다만 이런 얘길 사적인 자리에서 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런 류의 대화를 할 때는 암묵적인 전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1) 일반인들 입장에서 우리는 신세경이란 사람을 잘 모르고 (2) 따라서 우리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몸에 대해서만 품평하는 것이며, (3) 사적인 자리에선 성적인 토크도 가능하다는 전제 말입니다. 문제는 이 발언이 잡지라는, 그런 전제가 제대로 성립하지 않는 공적 영역에서 이뤄졌다는 데 있습니다. 당사자가 들으면 불쾌할 수 있는 발언인데 이 글에는 최소한의 excuse도 없습니다. 이 얘긴 필자만의 취향이니까 그걸 감안하고 들어달라는 말 한 마디라도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커졌을까요?
김대주씨가 연예인에게 그런 성적인 취향 내지는 판타지를 갖는 사고방식 자체가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이런 방식으로 (1) 사적인 취향을 사적인 의견과 구분하지 못하고 (2) 그 취향이라는 걸 공적인 자리에서 마음껏 드러내는 것이 '쿨'하다고 생각하는 태도입니다. '무심함'과 '시크함'이 서로 다른 어휘라고 생각하는 패션지들의 고질병이 다시 한 번 사고를 친 거죠. 다른 듀게 분도 말씀하신 걸로 기억하는데, 이런 류의 얘기는 술자리나 블로그에나 적당한 토크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제 의견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중2병 꼬꼬마들이 야동 주고받으면서 할법한 얘기를 왜 이런 지면으로 끌고 오는 겁니까?" 이건 그 김대주라는 필자의 화법도 문제지만 이런 얘길 필터링하지 못하는 에디터들도 문제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