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소설 '롤리타'에서 지독한 폭력에 대해 썼습니다. 그 글에 나온 화자가 사랑에 북받쳐서 아름답게 빛나는 문장으로 써져 있다고 해도 험버트가 롤리타에게 준 것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었습니다. 물론 저자 나보코프도 "험버트가 나쁜놈 땅땅땅"이라고 선언했지만 "역시 영계가 제맛"이라는 답없는 감상문도 많죠. 아니면 "순수한 사랑 어쩌고저쩌고" 하는 글도 많구요. 이 경우 저자 나보코프는 문제가 없지만 소설 속 주인공 험버트는 범죄자고 그 글을 보고 "영계 하악하악"하는 것들은 답이 없는 것들입니다. 이처럼 하나의 글을 두고도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많이 갈리지요.
김대주 작가의 글은 글쎄...대충 롤리타처럼 자신의 욕망을 아름답게 미화하고자 노력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된 코너의 다른 글보다 그 글이 혐오스러웠던 것은 대상을 적시하였고 순수한 사랑인 양 꾸몄지만 그리 순수하지 않은 감정이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미화와 그런 목적인 아닌 일상행위를 끌어왔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그녀가 무릎을 꿇고 엎드려 바닥을 쓸 때마다 서늘해진 가슴을 쓸어내린 남성이 비단 나만이 아닐것이라고 확신한다"라는데 아무것도 아닐 일상행위에 성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이 과정에서 몰카가 생각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닙니다. 몰카에 찍힌 여성들이 찍힐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순간 몰카를 찍고 그 사진을 딸감으로 삼는 것은 분명 불쾌한 일이고 김대주 작가의 저 대목은 그런 과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초반의 순수한 욕망인 척하던 문장들은 "그녀의 집 앞에서 돌아가기가 아쉬워 그녀를 끌어안았는데 내 가슴에 닿는 것이 텅 빈 보형물이었을 때의 허탈감은 조심스럽게 키워오던 사랑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라는 문장과 섞이면서 성희롱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사실 초반 문장의 경우 그냥 내 욕망을 병신같지만 아름답게 표현하고야 말겠어,라는 의지로 읽히는 좀 불편한 문장에서 보형물 운운은 불쾌하지요. 저 문장을 읽는 순간 넌 사람이 아니라 가슴이랑 연애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초반에 그려러니 했던 문장이 굉장히 혐오스러운 문장이 됩니다. 사람이 아니라 슴가만 보이는 사람이 슴가에 대한 찬양을 써놓으면 그게 매력에 대한 찬양으로 보이겠습니까.
거기다 그런 불쾌함이 "어쩐지 내 손에 닿을 만한 곳에 있는 것 같"다는 문장이나 아무리 봐도 중의적으로 넣은 "꼭 안아보고 싶다"까지 결합하면 성희롱으로 탄생합니다. 저 문장들을 이으면 "내가 한번 잘 수 있을 것 같은 여자가 슴가가 커서 좋은데 섹스하고 싶고 그 여자가 하는 일상 행위에서조차 존나 꼴려요"라는 문장이 됩니다. 꽤 노골적이고 불편한 말이자 성희롱이죠.
그리고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SNL을 드는 경우도 있던데 SNL은 다른 것이 아닌가요? 킬킬거리면서 니네 엄마랑 잤어,라고 하는 노래속에 어떤 현실성이 있습니까. 그 노래, 그 화면,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까지. 그 모든 것들이 이건 현실이 아니고 이러면 병신이라고 외치는 노래를 끌어오기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 글은 분명한 현실성과 함께 대상을 사적으로 끌어온 행위에 가깝습니다. "나 방금 섹스했어"고 부르는 노래와 "아름다운가슴을가진너를순수하게욕망하고있는내자신"에 대한 찬양과는 다르죠. 그 부분이 불쾌합니다. 내 욕망을 위해 대상을 끌어오고 그 대상에 실제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순수하게 욕망하는 자신에 대한 미화와 누구나 그렇다는 동조를 요구하는것 찌질하고 불쾌합니다. 그런 지점의 차이가 다른 칼럼들보다 더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음. 저는 마지막 문장만 빼고 대부분 공감합니다. 마지막 문장은, 전 그 글의 가장 큰 문제가 '미학적으로 잘 썼냐 못 썼냐'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유명한 감독의 호평일색인 어떤 영화가 떠오르는데, 불똥이 딴 데로 튈까봐 밝히지는 못하겠네요ㅠ
여튼, 그 문제의 글에 대한 분석, 그리고 SNL에 대한 얘기에 모두 공감해서 댓글 남깁니다. 그러니까 결국 그 글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그 글의 묘사가 대상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있지 않은 느낌을 주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객관화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아요. 그건 뉘앙스의 문제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속해있는 문화와 경험의 차이에서 달라지는 해석이니까요. 다만, '그 정도의 성적 대상화를 문제삼지 않고 용인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합의하고 지향할 만한 것인지는 논쟁할 수 있겠죠.
SNL 얘기는 안 그래도 꼭 누군가 짚어주셨으면 했어요. 그건 '같이 웃자'고 하는 행동들이죠. 그 행동을 하는 사람들 자체도 스스로를 '찐따'같은 모습으로 희화화하잖아요. '나 방금 섹스했어~'라든지 '네 엄마랑 자고 싶어~'하는 얘기를 김대주 작가 스타일로 진지하게 적어나가는 걸 상상해보면 알 수 있죠. 느낌이 다르잖아요!
마지막으로, 이 글에 나온 얘기는 아니지만, 그 시상식에서 남자 시상자가 여자 시상자 가슴 만지고, 여자 시상자가 남자 아랫도리 잡은거, 그것도 이거랑 전혀 다르죠. 남자 시상자가 먼저 여자 시상자의 가슴을 만졌고, 이에 대해 여자 시상자가 남자의 아랫도리를 잡는 거로 대응한 거였어요. 그 때 여자 시상자의 행동은 뭔가 통쾌한 면이 있었죠. 한 대씩 주고 받은(?) 느낌이었으니까.
저도 금기를 깨는 문화적 시도들을 무척 좋아하는데, 성적 금기와 관련해서는 특히 그게 '함께'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쉽게 간과되는 것 같아요.
13인의아해/아우, 아녜요. 제가 제대로 말하지 못한 부분인걸요. 금기를 깨는 행위가 꼭 폭력적일 필요는 없고 그 시상식에서는 보복의 행동이었죠. 니가 한짓은 이런짓이라고 펀치를 먹이는 것에 가까운데. 그게 근거로 나오니 당황스럽데요. 남성의 글과 여성의 글이 달리보이는 맥락은 분명히 존재하고 글쎄요. 기계적인 중립성을 말하기는 좀 문제가 있죠.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좀 야유같은 거예요. 아, 하루키가 우리나라 남성들에게 좋지못한 곳을 스쳤습니다.
말씀하신 '그 정도의 성적 대상화를 문제삼지 않고 용인하는 것'에 합의와 지향점이 논쟁의 중심이 되는 것이 생산적일텐데 당사자가 칭찬이라 받아들이니 괜찮아,는 안이하잖아요. 맥락과 뉘앙스가 다른 것을 같다고 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김대주 작가의 글은 글쎄...대충 롤리타처럼 자신의 욕망을 아름답게 미화하고자 노력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주와 나보코프는 둘다 글쓴이잖아요. '롤리타를 끌어온 이유는 자신을 폭력을 미화하는 아름다운 문장이라는' 음..그럼 (소설속에서) 험버트는 의식하고서 자신의 고백들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써내려갔다고 보시는 건가요? 험버트도 문학인이죠 흠, 말이 되네요 제가 심하게 난독증인가요??
dlraud/네, 심하게 오독하셨습니다. 왜 그렇게 읽으시는지 이해할수 없지만 '김대주 작가의 글은 글쎄...대충 롤리타처럼 자신의 욕망을 아름답게 미화하고자 노력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의 문장에서 '김대주 작가의 글은 글쎄...대충 롤리타(의 화자인 험버트)처럼 자신의 욕망을 아름답게 미화하고자 노력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이해하시는 것이 전체 글의 맥락에 부합하지 않을까요.
저는 여태까지 그냥 나보코프의 문장들이 아름답다고만 생각하고 험버트란 인물이 쓴 글이라는 설정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처음엔 어렸을때 읽어서 두번째 읽을때서야 이 나쁜**이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답댓글 고마워요. 여태 제가 좋아한다고 생각한 작품을 이해하지 못했네요.
윗분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게 롤리타에 대한 부분이라면... 나보코프가 생전에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여러 번 밝혔죠. 험버트는 이기적이고 비겁한 범죄자 캐릭터라고. 험버트의 문장이 아름답긴 하지만 잘 보면 굉장히 공허하고, 말장난이 많죠. 그런데 그걸 그냥 아름다운 사랑으로 읽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점에 대해서도 작가가 언급한 적 있어요. 그리고 나보코프는 프로이드를 혐오했고 거의 쓰레기 취급했다 해도 과장 아닐만큼 무시했기 때문에 일부러 험버트의 어린 시절 추억을 넣어서 정신분석학을 비꼰 건데,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서 험버트가 자신의 롤리타에 대한 사랑을 합리화하려는 것에 넘어가는 독자들도 있었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게 그냥 이 본문에 대한 멘트라면... 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0^
Tara/뭘요. 조회수가 낮아도 좋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기뻐요. 신세경씨가 괜찮으니 모든 사람이 괜찮다는데 동의하기 어렵잖아요. 설사 신세경씨가 진심으로 기쁘다고 하신들 그 글을 읽을 때 느꼈던 불쾌감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요, 명예남성을 가져와선 얘도 괜찮다고 하는데 뭘그래?라는 걸 보는 기분이죠:P
Sugar Honey Iced Tea/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꽤 불쾌했고 멍청해보여서 지나가려 했으나 야근을 하다 짜증이 나서 늦게나마 글을 올렸는데 동의하신다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