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쿠리코 언덕에서> 좋더군요.

카르티에 라탱의 묘사는 흡사 미야자키 옹이 그리는 공상적 공산주의 이상향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원작이 있다던데 원작에서의 묘사도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원작도 그렇다면 미야자키 옹이 그런 묘사에 푹빠지셨을거란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실제로 공산당 기관지 <적기>에 연재도 하고 노동조합 활동하면서 다카하타 이사오 옹하고 의기투합했던 분이니

지금까지 만들어온 작품들에도 사실 그러한 면모가 많이 드러났었죠.

 

나름 근현대를 다룬 사실주의 작품에도 이런 면모를 보여주시니 제법 흥미로웠답니다. 따지고보면 지브리에서 나온 작품 중

가장 판타지가 배제된 작품인데 카르티에 라탱의 모습은 정말 판타지처럼 보였거든요. (학교에 수업하러 가는게 아니라 카르티에 라탱에서 살려고 가는 모양새.)

 

카르티에 라탱엔 소위 오타쿠들 천지에 고집불통들도 못생긴 아이들도 수두룩한데 농은 던질지언저 누구도 서로를 괴롭히지 않아요.

자발적으로 서로 공동체를 위해 투신하고요. 나중에는 외부 학생(대부분 여학생)도 자발적으로 도와줘요.

 

카르티에 라탱을 벗어나면 학생들이 모두 같은 편이 아니에요. 나쁜 어른들 마냥 서로를 헐뜯고 물리력으로 제압하려고 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얘들은 대부분 까까머리 남자애들. 꽉막힌 아이들이라 그럴까요.

 

여하간 듀게의 어떤 글을 보니 이 아이들이 자라 전공투 세대가 되었을텐데 전공투 세대의 부침을 생각하면 괜히 혼자 울적해지기까지하고요.

 

우미하고 슌 같은 젊은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아니 카르티에 라탱의 그 학생들은 어디로.

 

그나저나 우미의 별명은 왜 멜이죠. 궁금하니 검색해봐야겠네요.

    • 우미가 바다라는 뜻인데 불어의 '메르'가 바다라는 뜻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봤습니다.

      전 보면서 무라카미 류의 69소설이 생각나더라구요.등장인물들의 미래는 69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훗날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카르티에 라탱이 이상화된 건 사실이지만 현실과 거리는 그다지 멀진 않은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평준화 이전 60-70년대 고등학교는 서클활동이 나름 활발하고 천재형 문사들도
      많았다는 전설이 꽤 있죠. 최인호가 고2때 신춘문예 입선했다던가 하는 것처럼요.
      요즘 다시 고교 서클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입학사정관제 때문이라는군요.

      그리고 카르띠에 라탱 밖 학교, 고난 고교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토론회에서 드러났지만
      그리 심각한 건 아니죠. 학생회장이 말하듯이 늘상 벌어지는 소극같은 정도지 않나요.

      전공투 세대라지만 노르웨이의 숲의 와타나베군처럼 될지도 모르겠군요. 제목이 잘 기억 안나는
      하루키 단편 중에 고향인 고베를 배경으로 노르웨이숲 주인공들 고교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있는데
      틈틈이 바다가 보이는 언덕이란 설정이어서 그게 생각났어요.
    • GREY/ 어디까지나 현실을 다룬 이야기니까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지만 극안에서는 그곳의 묘사가 참 이상적으로 다가왔네요.
      그것이 그저 자신들의 젊은 시절에 대한 미화와 추억에 그치는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 날의 이 작품을 볼 10대, 20대들에겐 생경한
      모습이니까요. 일본이나 한국이나 요즘에 학교라는게, 동아리라는게 별 의미가 없잖아요. 요즘엔 대학생들도 동아리 활동 안한다던데.
      대학 이야기가 잠깐 나오지만 극중 누구도 대학 입시를 걱정하는 것 같지도 않고, 종일 동아리방에서 죽치고.

      갈등이 소극일 수도 있지만 역시 이후를 생각하면 까까머리 녀석들이 일본의 우경화를 책임진(?) 녀석들 처럼 느껴지는데, 오버일지도 모르겠네요.

      전 사실 너무나 호탕한 이사장 캐릭터도 대단히 판타지 처럼 느껴졌어요.
    • 이사장 캐릭터가 엄청난 판타지 저도 동감
    • 조금 더 윗세대이겠지만, <시마과장>, <시마부장>...을 보면 과거 그런 전력을 가진 캐릭터가 여럿 나옵니다. 다이보사쓰 고개 사건 같은 것이 TV로 실황중계되는데, 이제는 대기업 직원이 된 과거에 날리던 운동권들이 거기에 정신 빼앗겨 있는 모습....우리의 시마씨는 그냥 쿨하게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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