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쿠리코 언덕에서

1. 고등학교 시절이 막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살고 있던 곳과 다니던 학교도 작품 배경과 같은 항구 언덕이었으니....

철학동아리 회장 같은 열혈바보는 없었지만, 철학이든 컴퓨터든 문예든 뭐든 동아리에 미쳐 살던 놈들은 많았지요.

남녀공학은 아니었지만 주변에 여학교는 많았고.

(두 해 위에 선배 두 명은 체육시간에 담넘어가서 옆동네 미션스쿨 운동장 한가운데서 고백쇼... 그야말로 애니 속 에스케이프... 여고 수녀님들이 버선발로 쫓아옴)

여튼뭐.

애니 속 이야기와 100% 부합하는 건 아니지만 여러 모로 옛날 생각이 나서 즐거웠습니다.

(사실 냉정하게 따져 말해서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고3공부에 두발검사 같은 건 다시 안 하고 싶음)


1-1. 어떻게 보면 참 아이러니한 게 1990년대말에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어째 1963년 일본과 같은 ㄱ- 생활을 했단건지;;


2. 이사장 캐릭터가 조금 판타지스럽다라는 평이 있네요. 저는 판타지까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극중 우미(메르)가 아버지를 물자운반선에서 잃었다고 하고, 이사장이 그 얘길 들으면서 끄덕거리죠.

학생들이 이사장을 설득할 수 있었던 건 메르의 덕이 컸으리라 봅니다. 이사장도 뭔가 관련있으리라고

미뤄 짐작할 수 있겠죠. 1960년대초의 장년층이라면 전쟁 직후 세대..

* 물자운반선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원어로는 LST라고 하죠. 6.25때 LST 작전이야 역사의 한 페이지고...

(흥남철수 당시 미군 제독이 그 이후에 옷 벗고 목사가 되었을 정도)

작품 내에서는 직접 언급 안 되지만, 구 일본해군 출신들이 미군휘하에서 기뢰 소해작업에 참여 많이 했었고.


3. 음악이 꽤 괜찮아서 OST를 기다리게 됩니다.

    • 개봉 전부터 사운드트랙 나와 있었습니다. 합창곡들이 아기자기하고 귀여워요. 근데 우리말 더빙도 개봉 안 하면서 정엽 버전 주제가는 대체 왜 녹음을 한 건지 -_-
    • 저도 동아리활동은 대학교때 보다 고딩때 더 열심히 했었는데 ㅋ
    • 전 별볼일 없이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재밌었겠네요.
      이사장 캐릭터를 판타지 같다고 한건 전형적인 영화속 이사장이라하면 탐욕의 상징 이런 식으로 그려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그런거였어요. 우미의 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동했을거란 생각은 듭니다만 그리 긴 대화도 아니고,
      동아리 건물과 직접적 관련 있는 이야기도 아니었는데 탐욕스런 이사장이었으면 자신의 가족이 피폭당했더라도 우미 아버지처럼 행동하는게
      아니라 저만 살려고 했을거 같아서 말이죠. ㅎ
    • calmaria/
      3-1. 그러고보니 그 이사장 방문 때 합창이 교가처럼 보이는데, 그런 교가라면 정말 멋지겠다 싶었습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교가는 죄다 "ㅇㅇ산의 정기가 서려 어쩌고저쩌고..." 잖아요[...]
      비밀목욕형사/
      제가 다니던 학교의 경우 1년간 온갖 삽질(?)을 하다 2학기 끝무렵 축제 때 뻥 하고 터뜨렸지요 ㅋㅋ
      wonderyears/
      하긴 현실의 이사장은.... 상당수의 법인이 탈세 대책(?)이긴 하죠. 도가니만 봐도 그렇고, 문제 많은 건 사실이니 그렇게 봐도 이상하진 않겠습니다.
    • 글 내용으론 아주 오래전 배경인줄 알았어요. 수녀님이 버선발로 뛰어나오시다니...
    • 01410/ 'XX산의 정기'라니 좀 낯설다 싶었더니 제가 다닌 학교는 죄다 납작납작한 주택가에 있었군요 -_-
    • GREY/
      그 선배들이 고백하려는 여학생 끌어낸 방법이.. 레이저포인트-_-였죠(...) 의외로 신세기의 이야기. 뭐가 창문에 반짝반짝하니까 교실 여학생들이 다 쳐다보고, 쳐다보니 여학교에 웬 체육복입은 시꺼먼 놈이 둘, 거기서 누구야 사랑한다 라고 여중여고가 다 떠나가도록 목청을 높였으니 (이하 생략)
      calmaria/
      항구도시 쪽은 또 "남해의 푸른 물결.." "ㅇㅇ만의 파도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가사도 많대지요.[...]
      그러고보니 39사단 사단가도 "푸른물 굽이치는 남해의 기슭 충무 혼 이어받은 겨레의 사자...우리는 조국간성 향토의 역군 나가자 씩씩하게 노도와 같이.." 어쩌고저쩌고.
      반면에 영화의 창가 노랫말은 참 시적입니다. "검푸른 파도가 닿아도 그대는 수평선 너머로 지지 마라.." 원곡이 있나 모르겠네요.
    • 저도 고등학교때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보면서 계속 눈물이 글썽글썽 했습니다. 딱히 슬픈 이야기도 아닌데 눈물이 난건 과거에 대한 향수였나봐요.

      그리고 흥남철수때 옷벗고 수도사가 된건 민간화물선 선장아니었나요? 따로 또 제독이 종교에 귀의한건지?
    • 흠, 이 애니에 나오는 한국전쟁당시 일본배가 기뢰침몰, 일본인 사상(민간인이든 군속이든) 이게 역사적으로 실제 있었던 일입니까.
      물자수송선이래서 그냥 전쟁물자 열심히 팔아먹던 일본배 하나가 사고로 가라앉았나 보다 라고 알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남북접전지역에 근접해서 북한군이 깔아놓은 기뢰에 격침되었단 말이죠?
    • 가라/ 민간화물선이었던가요? 제가 들었던 건 실제로 그거 타고 월남하신 할배한테 들은 거라 어느 쪽의 기억이 가물거릴 수도 있겠네요.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와전될 수도 있겠군요. 제가 들었던 건 미 해군의 선장으로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책도 썼던 걸로..)

      nomppl/ 실제로 있었던 사건은 맞는데, 일본 배라고 하기에는 사실과 약간 다릅니다. 당시 공식적으로는 일본 해군/육군(두 군은 우리나라나 미국의 합동참모본부체제와는 달리 완전히 다른 군에 가깝습니다. 뿌리가 각각 메이지시대 죠슈와 사쓰마 번의 군사들이죠)은 해체되어 있었고, 모든 군사조직은 미군의 직접통제하에 있었습니다. 1952년에야 "경찰예비대"란 조직이 창설되고, 이것이 현재 자위대의 전신입니다.
      = 덜떨어진(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본 육군과 달리 일본 해군은 영국의 시스템을 받아들여서 나름 합리적 군사구조를 갖고 있었죠. 미군은 (비교적 쓸만했던) 이 구 일본해군의 인적/물적 자원을 암암리에 끌어다 썼습니다. 여러가지 의혹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원산 앞바다 기뢰 소해작업이었고, 이 사실이 한 10년 전쯤에 사실로 드러나서 일본 내에서 잠깐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죠. 뭐 개중에는 미군의 세균전 의혹처럼 새빨간 날조도 있지만...;;(북한이 선전하는게 뭐 다 그렇지요. 미제의 책동 어쩌고 하는 포스터 보니까 독일군의 만행에 대한 소련의 프로파간다 포스터를 독일군에서 미군으로 헬멧과 군복만 바꿔 그려놨더군요)

      = 트리비아 : 원산앞바다에 기뢰가 잔뜩 깔려있었던 것은 북한의 해군력이 괴멸상태에 있었던데다가, 인천상륙작전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보급선이 길어진 북한군에게 상륙작전을 통한 후방차단은 병력 전체가 괴멸될 위기를 초래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중국군은 11월의 참전 이전부터 이 점울 북한에 계속 경고했습니다. 주요 예상 지점은 군산, 원산, 인천이었죠. 하지만 전쟁 초기 미 함대에 작살이 난 북한 해군력(이랄 것도 거의 없었지만)은 이를 막기 어려웠고, 그래서 기뢰 부설+육지에서의 저항으로 막으려 했던 것이죠. (실제로 현재 서대문구 일대의 경인가도 전투는 매우 치열했습니다.)
      +
      미군 함포는 2차대전 이탈리아에서도, 한국전 때 동해안에서도 매우 큰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2차대전 당시 전함이란 직경 수십센티짜리 거대 멍팅구리 포탄을 뻥뻥 쏴제끼는 괴물들인지라..;; 바닷가에 떠 있던 함정들이 육지에 뭔가 꼬물거리면 그대로 가루를 만들어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6.25 말 무렵에 중국군의 7.13 대공세 때문에 휴전선 동쪽이 우묵하게 내려왔는데 이게 해안가는 그대로 올라가 있는 것도 이 때문.)
      ++
      이런 해군력의 차이 때문에 한국전쟁에서 바다는 유엔군이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DMZ는 "현 전선"으로 정해졌는데 특별히 바다에 대한 언급은 없었죠. 그러다보니 전쟁 중에는 구월산 유격대 같은 소규모 게릴라집단이 서해안. 동해안의 섬들을 근거지로 보급을 계속 받았고 북측이 휴전협상시 볼멘소리를 하는 원인이 됩니다. 이 때문에 유엔사 사령관이 휴전협상과는 별도로 "이 이상 올라가지 마라" 라고 선을 지익 그어버리게 되죠. 이게 바로 "북방한계선(NLL)"입니다. 일방적으로 그은 건 맞는데.. 설정 당시에는 웃기게도 북한을 보호해주려고 그은 선이란 역사적 아이러니가 있죠. NLL이 없었으면 아마 지금 터키-그리스 경계선처럼 바다가 몽땅 한국측에 의해 봉쇄되어 있는 형국이 되어 있었겠죠...;;
    • 01410> 알기 쉽게, 자세히 답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영화에 대한 의문도 풀렸고, 역사지식도 얻게 되었습니다
    • 01410님 글 볼 때마다 항상 궁금.... 무슨 일 하시는 분이신지.. 역사선생님이라기엔 너무 많은 걸 쉽게 설명하시는 것 같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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