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칠일에 육일은 우울한 친구
어떤 친구가 있는데요
맨날 전화해서는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뭐해? 밥은 먹었어? 아휴 난 우울해 죽겠다 어쩌고저쩌고...'
'내가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좋은 사람 만날 수 있겠지? 왜 나는 없을까? 어쩌고저쩌고'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데 지쳤어 어쩌고저쩌고'
'이러면 안된다는 거 알고 있는데 너무너무 우울해. 오늘은 회사에서 어쩌고저쩌고'
제가 끊지 않으면 한시간은 기본이고
만나서 이야기하면 세 시간은 기본이에요.
저도 살기 힘들다구요. 매일매일 때려치고 싶은 거 그래도 내가 선택한 길이니 마무리는 지어야지 하면서 우울한 마음, 허무한 마음 모두 꾹꾹 주워 담는데
그런 나에게 저렇게 자기 감정을 쏟아부으니 가끔은 울화통이 치밀어요.
말도 해봤어요. 가끔은 네가 이러는 거 나도 힘들다. 내가 너무 힘들면 네 말 들어주기가 힘이 드니, 전화 통화를 거부하겠다,
대신 너에게 내가 힘들다는 걸 말을 해줄테니 네가 이해해 달라 라고 했죠.
그랬더니 '알았다, 내 하소연을 네가 다년간 다 들어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자꾸 널 귀찮게 하는 거 같아서 미안하지만 정말 누구에게 하소연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라고는 말을 하지만
그때 뿐이고 사나흘 지나면 또 전화해서 우울하다고 해요.
오늘도 아침부터 문자가 왔는데 '오늘 만나서 대화도 했으면 해. 이래저래 요새 울적해' 라는 문자를 보자마자
아침부터 너무 열이 뻗혀서 그냥 문자를 씹었어요.
그랬더니 점심때 전화가 와서는,
'뭐하니 점심은 잘 먹었어?' 그러길래 '어' 그랬더니 바로 '그렇구나. 아휴 나 정말 우울해 죽겠어. 회사에서 그 여자애가 어쩌고 저쩌고 '
그러길래 제가 참다참다 성질을 내버렸네요.
'야, 나도 우울해'
그랬더니 '아 그러냐? 아휴 정말 우울하다. 너는 왜 우울하니?'
'몰라 그냥 우울해'
'아 그렇구나. 근데 회사에서 그 여자애가... 어쩌고 저쩌고'
'....................'
오늘 저녁때 만나자는 걸 일이 있어서 못만난다고 했는데
다음엔 얼굴 보고 또 얘기를 해줘야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제발 좀 우울하다 소리 그만 해라, 몇년 째냐, 지겹다 소리를 꽥 질러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착한 친구니 그럴 수는 없고.
또 잘 타일러서 상생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