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마이 백페이지, 기적과 자전거 타는 소년 (마지막만 스포有)
어제는 마이 백페이지, 기적, 자전거 타는 소년을 보았어요.
1. 마이 백페이지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영화라 골랐는데 마침 그 전날까지도 고민하고 있던 문제-를 건드려 주는 영화라 좋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선 많은 생각이 들었구요. 이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이 났습니다만, 그건 서막에 불과했으니 -_-
영화보면서 잘 우는 편이 아닌데 이 날 본 세 편 보면서 너무 많이 울었어요.
2. 기적은 정말 기분 좋은 영화입니다. 보는 내내 엄마미소 + 광대발사.. 흐뭇하구요.
기분 좋게 감동적인 영화였어요. 그 전까지 영화제 누적 베스트 1위는 아티스트였는데 기적을 보고 나오면서 기적으로 바뀌었죠.
감독과의 대화에서 나온 내용 중에, 아역들이 하는 대사들이 감독님이 직접 다 써서 외우게 한 게 아니라 그냥 상황만 주고 아이들이 직접 만든(?) 대사라고 하더군요.
이 말만 들으면 그냥 그러려니 싶겠지만, 아이들이 알아서 쳤다는 그 대사들이 꽤 재치있는 대사들이라 놀랐어요.
이 영화도 개봉한다는 거 같던데 강력히 추천하구요. 어머니랑 엄마 친구분이 영화제 영화를 한 편 보고싶으시다셔서 이 영화 표를 구해드렸는데
그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분 다 (물론 빈말일 수도 있지만 ㅎㅎㅎ) 흐뭇하고 감동적이어서 좋았다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저는 보는 내내 너무 행복한 기분인데도 뭔가 그리운 느낌이 들어서 눈물콧물이..
작위적인 감동코드나 눈물코드 같은 건 없는데도 이상하게 짠한 영화였답니다.
이 감독 영화 중엔 [환상의 빛]을 제일 좋아했는데요. 그 영화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감독도 나이 들어가면서 유해져서인지 더 부드럽고 밝고 따스해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3. 그 다음으로 자전거 타는 소년을 보았는데 다르덴 형제를 워낙 좋아해서 많이 기대하고 들어갔어요.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 비슷한 내용이.......)
아, 그런데 정말.. 너무 마음이 아프더군요. 어떤 분은 소년을 쥐어박아주고싶었다고 농담하시던데 저는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너무 애청한 탓인지
소년이 아무리 못돼먹은 짓을 해도 그저 너무 불쌍한 마음 밖에 안 들었어요. 그저 소년의 망나니 애비를 보며 저런 똥물에 튀겨죽일 놈! 하며 분노했습니다.
(이제 진짜 스포라서 흰글씨) 결말도 뭐랄까.. 착잡했어요. 해피엔딩이라면 해피엔딩이겠죠. 근데 너무 착잡했어요. 소년이 퍽치기 했던 피해자 부자를 보면서
소년이 그토록 따르던 아버지의 부재가 너무 아프게 와닿고.. 기절해있던 소년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 듣지는 않았을까.. 싶고.
혹자는 그래도 희망적인 결말이다, 마지막에 주유소에서 그 피해자 아들을 만나서 소년이 나무에서 떨어짐으로 인해 갈등 하나가 해소(일종의 복수? 용서?)된 거 아니냐-
고 보기도 하시더군요. 듣고보니 그런 의미도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지만.. 로제타라든가, 아들이라든가, 보면서 뭔가 말끔하고 개운하게 해결되지 않기에
오히려 저 소녀(저 남자와 아이)는 그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 어떻게 견디며 살아갈까- 하는 여운을 주는 것처럼 자전거 타고 사라져가는 소년의 뒷모습이 계속 남더라구요.
아무튼 자전거 타는 소년을 보고 또 누적 베스트가 바뀌었지요. 분명 개운하고 기분 좋은 감동은 기적 쪽입니다만 자전거 타는 소년은 다르덴 형제의 영화가 늘 그랬듯이 깊은 여운으로 남아서
오래 지나도 이따금씩 다시 생각날 거 같아요. 전 지금도 로제타가 가끔 생각나요.
+ 사족 1.
하지만 다르덴 형제 영화의 음악 사용이요, 약간 의아했어요. 로나의 침묵 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 영화를 보면서는 좀 안 어울린다 싶더군요.
사족 2.
기적을 보러 들어가기 전날에, 같이 영화보는 분들이랑 영화제 GV 진상;에 대해 얘기 했었는데 기적 GV에서 바로 나와서..
굳이 외국어로 질문하는 경우요. 근데 많은 GV를 다녀보았지만 사회자의 만류에도 외국어로 질문하는 분에게 진짜로 야유(?)가 나오는 건 처음 봐서 놀랬어요.
야유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질문하시는 분을 보며 얼마나 말 섞어보고싶으심 저러실까 싶기도 하고
(저도 평소 이런 경우에 'GV는 어학원이 아닙니다' 라고 쏘아주는 그런 사회가 더 통쾌하지만.. 그렇다고 뭐 또 엄청난 민폐까진 아니니까요.)
좋아하는 배우, 좋아하는 감독이랑 '직접' 대화해보고싶은 게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역시 외국어로 질문을 해버리면 사회자가 적절한 타이밍에 끊을 수가 없잖아요. GV 하는 분들 중에 애초에 질문 하나씩만 부탁한다고 당부를 해도 굳이 굳이 두 개씩 하는 분들도 계시고..
등등의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굳이 굳이 불어로 질문하겠다고 하셔놓곤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한참 질문을 하셔서 결국엔 다시 한국어로 질문하는 오그라드는 상황을 연출하셨던 분도 생각나는데 그런 경우에 비하면 양반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