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하이 블루스 (上海之夜)를 기억하시는 분 있나요?
저는 기본적으로 홍콩영화 장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작품 기저에 깔린 테스토스테론 충만한 마초적 세계관도 마음에 들지 않고 요란스럽고 과장된 연출도 호감이 가지 않아요. 하지만 90년대 초반에 우연한 기회에 접한 이 영화는 달랐습니다. 한마디로 화약 냄새와 피 비린내가 진동을 했던 80년대 홍콩영화계에서 상당히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죠. 제작년도는 80년대 중반쯤 되는데 우리나라에는 극장 개봉은 안하고 90년대 초반에 비디오로만 잠시 출시했었어요. 비디오 대여점에서 왜 이 영화를 골랐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제목에 이끌려 빌려 왔던 것 같은데 한번 보고서는 완전히 반해 종로3가 비디오테이프 도매점들을 이 잡듯 뒤져 기어이 테이프를 사왔던 기억만 납니다.
스토리는 아주 단순해요. 중일 전쟁 당시 폭격을 피해 상하이 슈초우 다리 밑에 피신했던 젊은 남녀가 운명적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전쟁이 끝나면 다리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지만 10년이 되도록 이들은 다시 만나지 못합니다. 굉장히 익숙한 플롯같지 않나요? 예 맞습니다. 이 영화의 기본 플롯은 워털루 브릿지(한국 개봉명 애수)에서 따 왔어요. 하지만 이 영화는 워털루 브릿지의 모티브를 멜로로 풀지 않고 로맨틱 코미디의 형태로 풀어 나갑니다. 사실 이 두 사람은 한 아파트에서 이웃으로 살고 있고 아침 저녁으로 마주치며 심지어 아웅다웅하면서도 둘 다 서로를 10년 전의 운명적 사랑으로 인지를 하지 못해요. 폭격으로 등화관제가 된 상태에서 만났었기 때문에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고, 영웅본색, 천녀유혼과 같이 빅 히트를 한 필름도 아니지만 로맨틱하고 유쾌하고 때로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80년대 홍콩영화의 최고 걸작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철저하게 개인적인 평가이지만요. 특히 중국 경극을 활용한 뮤지컬의 가능성을 실험했던 점도 주목할만 해요. 영화 전편을 거쳐서 대만 출신 영화배우 겸 가수 엽천문이 부른 만풍(晩風)의 멜로디가 흐르는데 이 노래가 또 묘하게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답니다.
Original Theoretical Trailer
The Last Scene
Violin playing-montage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 생각되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