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코리아 그랑프리에 다녀왔습니다. 땅끝, 그리고 전라남도의 소문난 맛집에도 다녀왔지요.

지난 주말에 영암에서 열린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다녀왔습니다. 남중 남고 공대 그것도 개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없습니다. 차란 일종의 움직이는 침실과도 같아서 잠자기 좋은 차와 잠을 자기 불편한 차 정도로 차를 구분하는 저로서는 레이싱과 스포츠카에 대한 로망 따위는 없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라는 친구의 말에 F1에 대한 관심이 생기긴 했습니다. 순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최근에 부쩍 들어서 전라도 여행을 겸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러기에 F1에 대한 첫 경험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역시 소리입니다. 단순하게 눈 앞에 자동차가 지나갈 때 부아앙 하고 자동차 배기음이 들릴 거라고 생각한 것과 별개로 처음 F1 경기장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마치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연상케 하는 백만 마리의 말벌이 웅웅 거리면서 울려 퍼지는 듯한 교향곡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굉장히 독특한 박력을 주는 소리인데 그 박력이 워낙 대단해서 F1과 같이 대회를 열었던 CJ 슈퍼레이스에 참가했던 수억짜리 스포츠카 엔진 소리는 마치 일주일을 쫄쫄 굶은 똥파리의 날개소리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입니다.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알기에는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워낙 머신의 소리가 커서 장내방송의 해설은 무용지물에 가깝고 스크린은 너무 객석과 멀리 떨어져 자막이 하나도 보이지 않으므로 현재의 진행사항을 알기 위해서는 DMB가 가능한 갤러시탭 같은 휴대기기가 필수적입니다. 헬맷으로 레이서를 구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고 앰블럼으로 참가팀 정도만 구분 가능하기 때문에 예선에 특정 선수의 레코드 라인을 추적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때문에 천재 베텔과 전설의 슈마하가 눈 앞에 지나가더라도 그들의 독특한 운전 기법에 대한 시각적 쾌감을 받지 못하였기에 기록경기라고 할 수 있는 예선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스물 몇 대의 차량이 한꺼번에 트랙을 질주하게 되는 첫 시작의 박력은 그야 말로 굉장합니다. 300킬로미터에 달하는 스피드의 차량이 좁은 트랙을 부대끼면 달리면서 나오는 파공음과 더불어 타이어가 그리드에 마찰되면서 풍겨나오는 내음은 방송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현장의 날 것의 생생함을 실감하게 합니다. 자동차도 레이싱도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마치 사이렌의 마력처럼 처음 2-3바퀴의 열정은 확실히 사람을 매료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슈마하가 가졌던 한 시즌 최다 우승 기록에 도전 중인 베텔의 강함은 다른 드라이버와 격을 달리하는 것이라서 레이싱 중반에 이르러서는 치열한 순위 경쟁에 대한 쾌감이 덜하기도 했습니다. 레이싱 초중반에 슈마하가 리타이어 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간격이 다시 줄어들게 된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녹색 깃발이 올라가자 마자 다시 2인자 그룹과 차이를 조금씩 벌리며 결국에는 십여 초의 여유 있는 우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레드불의 강함은 90년대 NBA의 시카고 불스의 강함을 연상케 할 정도로 압도적인 것이었습니다.

 

 경기 외적으로는 작년에 악명 높았던 경기장 주변의 교통 체증에 우려와는 달리 20만에 가까운 관람객들이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교통과 주차 문제는 양호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머천다이징이 놀랍도록 부실해서 경기장에 와서 즐길만한 다른 요소가 거의 없다시피 했고 막대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지역 홍보 효과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레이싱 외의 축제의 즐거움과 편의를 누린다는 측면에서 올 해 두 번째의 코리아 그랑프리의 운영은 여전히 낙제점에 가깝고 때문에 이벤트로서가 아닌 지속적인 지역 관광객 유치를 유도하는 효과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말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랑프리 티켓이 있을 경우에 전라남도의 여행지의 티켓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지만 제대로 공지가 되지 않았는지 관광지에서 입장료를 낼 수 밖에 없었고 영암에서 여타 관광지로 가는 특별 셔틀 버스가 따로 편성되거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시간표가 안내된 것도 아니어서 자가용이 아닌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다른 전라남도의 관광지를 둘러 보기란 불편할 따름이었습니다. 가장 근접한 관광지 중 땅끝 마을에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건만 버스터미널에서 땅끝으로 가는 버스노선은 많지도 않을 뿐더러 막차 시간도 매우 일러서 굉장히 서툴고 힘들게 여행지를 방문할 수 밖에 없었는데 유기적인 관광자원의 활용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생해서 찾아간 땅끝 마을은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어촌의 풍경이었지만 땅끝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수려함은 마치 다이아몬드로 주단을 깐 것처럼 햇살을 가득 머금어 굉장히 아름답게 반짝여서 절로 감탄을 자아나게 하였습니다. 살풋한 비릿함을 가진 바다의 내음과 굉장히 파란 하늘과 한적한 갈매기의 모습이 서킷의 박력과 대비되어 또 다른 여행지의 여유로운 즐거움을 가질 수 있게 하였습니다. 최근 들어 마음이 굉장히 척박했을 따름이었지만 바다는 육지와 멀지 않은 것처럼 한적한 마음의 바다도 척박한 마음의 황무지와 그리 멀리 있는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라남도에 왔으니 맛집에 대한 이야기는 빼 놓을 수 없겠네요. 간만의 전라도 여행이라 그냥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면 가장 먼저 추천되는 맛집 들로만 다녀왔는데 영암에서 가장 유명한 떡갈비 집인 돌쇠정과 땅끝마을의 전라도 한정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목포하면 세발낙지 낙지하면 독천식당이라고 하는 공식에 의거하여 독천식당으로 마무리 맛집 투어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돌쇠정은 송암 터미널에서 택시로 10 여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대중교통으로는 갈 수 없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F1 특수에 걸맞게 오랜시간 대기를 한 끝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유명한 맛집 포스팅에서 서울에서 결코 먹을 수 없는 전라도의 떡갈비 맛이라고 했는데 막상 나온 밑반찬의 맛은 전라도의 특유의 강하고 화려한 양념맛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고 스테이크 소스로 샐러드를 만들기도 하는 등 서울의 퓨전 한식당 같은 느낌을 받게 하는 맛이었습니다. 연잎으로 감싸 안아서 나오는 떡갈비는 서울의 떡갈비 집의 1인분과 비견할 수 없을 정도의 푸짐함은 돋보였지만 기름이 다소 많은 편이라 떡갈비 고유의 풍미는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부드러운 느낌의 야채 샐러드와 곁들여 먹는 맛으로 먹었는데 전라도의 풍미를 즐기기 위해서 이 식당을 선택하기에는 독특한 향토적인 느낌이 덜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테이블마다 문으로 칸막이가 되어 있어서 부산스러운 식당의 전경과 달리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식사를 할 수도 있을 터였지만 땅끝으로 가는 막차 시간에 쫓긴 식사를 하는 바람에 제대로 맛을 즐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땅끝 마을은 얼핏 보통 볼 수 있는 어촌 마을과 관광지의 모습이 결합된 모습이고 그래서 주변 식당 또한 해물 칼국수와 횟집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전라도 한정식은 굉장히 유명한지 누구한테 물어도 곧 쉽게 위치를 알려주었습니다.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늦고 점심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에 식당에 방문하여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때문에 원래 먹고자 했던 게장 정식은 먹지 못했고 아침으로 준비되는 정식 셋트를 주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인당 만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형적으로 전라도에서 기대하게 되는 한정식의 푸짐한 상이 나왔는데 게장이 유명한 곳이니만큼 돌게장이 포함된 것은 물론이고 전복죽의 고소함이 곁들여진 식단이었습니다. 그 푸짐함도 푸짐함이지만 게장 외에도 각종 젓갈류의 맛이 그렇게 자극적으로 짜지도 않으면서 참 맛났는데 배추 김치의 경우 회와 곁들이기 위한 용도인지 매우 신맛을 강하게 풍긴 것과 전 종류가 부재한 것은 아쉬움을 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게장 간장이 있는데 무슨 다른 반찬이 필요했을 까요? 그냥 게장 간장에 밥을 싹싹 비벼서 깔끔하게 밥그릇을 비울 따름이었지요.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목포의 독천식당은 그 유명세 만큼이나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F1 결승전을 끝나고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저녁시간보다 이르게 갔음에도 불구하고 대기해야 하는 번호표를 30번대로 받을 수 밖에 없었는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대기번호가 70번대를 넘기는 것을 보고 안도와 함께 얼마나 맛나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인지 궁금함을 가지게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을 말한다면 소문난 맛집이 언제나 그렇듯 굉장히 맛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저냥 무난한 맛을 내는 낙지 전문점이었습니다. 우수하다고 할 수 있는 점은 낙지가 굉장히 쫄깃하면서도 질기지 않아 씹는 감촉이 좋았다는 점인데 낙지를 좋아하지 않는 저의 식감에도 꽤 만족스러운 것이기도 했습니다. 이 집의 자랑이라는 연포탕은 그 깔끔함 국물 맛은 좋았지만 계속해서 음식을 내와서 그런지 조금 따땃한 정도의 국물 온도라서 속을 뜨근하게 하는 후련한 느낌은 거의 없었습니다. 밑반찬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젓갈은 굉장히 좋았고 특히나 김치의 맛이 좋은 식당이었습니다. 다만 연포탕과 더불어 가장 많이 나가는 낙지 비빔밥의 경우 적량의 경우 매우 짜서 제 입맛에는 밥을 한 공기 반 정도 넣어야 간이 맞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회전율이 빠른 식당이 그러하듯 위생적인 측면에서는 기대해서 안되는 측면이 있고요. 기다려서 후회는 없을 맛이지만 그렇다고 또 기다려서 먹고 싶다는 만족스러움을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날씨가 쌀쌀해지니 불낙전골이 더욱 그리워질 따름이네요. 시간이 날 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불낙전골을 먹으러 가야 겠어요. : )
  

    • 목포, 영암 쪽에 근처 조선소 분들이 즐겨찾는 숨겨진 맛집들이 많습니다.
      메기매운탕으로 유명한 공항집이라던가, 뼈까지 씹어먹는 삼계탕이라던가, 서울보다 더 으리으리한 해산물한정식집 파랑새라던가.
    • 아 ㅠㅠ 배고파요. 그나마 사진이 없어서 다행인건가요.
    • 이미 V12에서 V10을 거쳐 V8으로 기통수가 낮아 졌는데, 일이년 후면 다시 V6로 기통수가 바뀝니다.
      성능은 변함없겠지만 사운드는 달라지겠죠. 그리고 장기적으로 4기통 엔진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사운드가 아주 그냥;;
    • 한국 그랑프리 트로피가 치미 모양이더군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경기 트로피 중에 한국적 느낌을 가장 잘 담은 트로피였습니다. ^^
    • 독천식당이 유명한가보군요. 고향 동네지만 거긴 한번도 가본적은 없고; 사실 연포탕은 전라도 독천 지역이 유명하지요. 목포에서 차로 20분 거리라서 저희는 그냥 독천 쪽으로 가거나, 근처 다른데 오갈 때 들르는 정도라서요. 기왕 목포를 가셨으면 삼합을 드셨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금메달식당이 정 부담스러우면 인동주마을 정도만 가도 괜찮게 한끼 하실 수 있거든요.
    • 두번째 단락 작년 제 감상이랑 정말 똑같아요 ㅎㅎ 정말 F1 엔진소리 들으면 딴차소리는 이건뭐 피식ㅋ 숙소는 어땠나요? 전 작년에 목포의 바가지때매 분개하여 과감히 보성까지 가서 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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