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탑밴드를 끝까지 보고 이어지는 생각들..

1.
어제야 탑밴드를 결승까지 다 봤습니다.
1회를 본방으로 본 게 화근이었어요.
그날따라 애들이 일찍 잤거든요. 마님은 애들 재우면서 같이 잠이 들고...
남들은 다 피하라고 하는 1회였지만, 전 재밌게 봤어요.
뭐 2회부터 더욱 흥미진진해졌지만,
아마도 본방을 본 건 1회가 마지막이었을 겁니다.


2.
시청률이 아쉽긴 하지만, 정말 프로그램 자체는 아주아주 훌륭했던 것 같아요.
'밴드' 자체가 참 멋지잖아요.
화합이 중요하고 앙상블이 중요하고
연습과 노력없이는 무언가가 나오지 않는...

여러 밴드들 보는 맛이 쏠쏠했습니다.
게이트 플라워즈나 브로큰 발렌타인이 우승했으면.. 했고,
직장인 밴드들이 좀 더 높은 곳으로 갔으면..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신대철 코치, 정원영 코치, 한상원 코치, 김도균 코치...
뭔가 대가의 이미지를 풍기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풍기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나온 배철수씨도 완전 멋있구요.


3.
여기 유영석씨가 심사위원으로 나오죠.
슈스케에서 윤종신씨가 중심을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면,
탑밴드에서는 유영석씨가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심사와 격려와 조언이 뒤섞였지만, 점수도 멘트도 참 좋았습니다.
물론,
원래 유영석씨를 좋아해서 그런 감상이 나온 겁니다. 네.

 

4.
꼬꼬마 중딩시절,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사귑니다.
지금 생각하면, 사귄다고 말을 하고 오히려 더 어색해져서 졸업할때까지 제대로 말도 잘 못했었던 것 같아요.
소풍가서 어깨에 손 올리고 찍은 사진을 몇년동안 소중히 간직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그 친구가, 전학온 '잘생긴 남자애'와 카세트테이프를 교환하는 걸 봤습니다.
테이프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떼어내고 지저분하게 남아있는 종이에 '푸른하늘' 이라고 적혀있었죠.

당시 갖고 있던 음반이 김현식씨 6집과 신해철 1,2집, 넥스트 1집, 공일오비 1,2집이 전부였는데,
좋아하는 가수 리스트에 푸른하늘이 올라갈 수 있게 되었죠.

시 지역으로 고등학교 유학을 가면서
감수성이 풍부한 푸른하늘 노래를 더 자주 들었던 것 같아요.
기타를 치던 친구와 기숙사에서 소주 한 잔 하고
'그래요~ 이렇게 헤어짐은 다른 만남을 기약하는 거야~'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며 실연의 상처를 걷어내곤 했었죠.
(실연이 아니라, 짝사랑의 끝이었군요. 정확히 말하면..)

푸른하늘 해체.. 화이트.. 좀 시들했졌었고,
카세트 테이프 시대가 끝나가면서 잘 안듣게 되버렸죠.


그러다가 어느날 TV에, 무려 TV에 나오더군요. 유영석씨가..
오빠밴드로..

오빠밴드가 온갖 무리수로 망하긴 했지만,
처음엔 참 좋았어요. 성장형 예능에 딱 맞는다고 봤거든요.
아까 이야기 했듯 조화와 노력이란 측면에서 말이죠.

탑밴드에서, 심사위원이란 자리때문에,
숨겨진 예능의 피를 발휘하지 못해 살짝 안타까웠어요.
시즌2에서도 유영석씨가 꼭 나오길 바랍니다.
생각해보면, 푸른하늘도, 2인조 밴드였어요!!!
(봄여름가을겨울은... 원래부터 2인조는 아니었잖아요 ㅋ)


5.
신해철 코치는, 탑밴드의 코치로는 별로였을 수 있어요.
꼬꼬마 시절도 아니고, 지금 팬들도 무조건적으로 마왕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데요.

그래도,
어린 시절, 그는 참 멋있었습니다.
목소리도 좋았지만, 그의 노래들의 가사들이 넘 좋았어요.
신해철 솔로 1,2집부터 만났지만,
넥스트 시절에 정말 반짝반짝 했었던 것 같아요.
음역도 그리 높지 않아서, 남자아이들이 노래방 가서 부르기도 만만하고.

엊그제 축하공연에서는, 노쇠(?)한 보컬능력이 보여서 조금 슬프긴 했지만,
세상에나, 언제 우리가 또 그런 만화주제곡을 들어보겠습니까!
(개인적으로 '라젠카' 앨범의 완성도가 젤 좋다고 생각해요)
만화의 수준을 넘어가는 OST였다고 생각합니다. ㅎ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국민학교 6학년때,
'매니거즈 올왜이즈 턴여라 암쏘탈럽테 텔버싸운...' 이라고 적은 쪽지로 랩을 외우던 시절부터
20대의 끝자락까지 꾸준히 내 맘속 제1의 음악인이었었죠.
번아웃에게 미스터나 S1에게 율동은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다음 시즌에도 봤으면 좋겠어요. 정말 외인구단 같은 팀 하나 맡아서(말도 지지리 안듣고, 코치랑 주먹다짐 할 것 같은 팀으로)
물론 결론이 좋게 나는 방향으로 이 아저씨가 바뀌길 기대하지만, 뭐, 기대할만한 일은 아니죠?

 

6.
좋아하는 음악가가 늙어가는 걸 보는건 참 슬픈 일인 것 같아요.
늘 멋있기만 하던 형님들이
아줌마스럽게도, 꼰데스럽게도 변하는 걸 보면서
참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걸 알게되요.

다음주 다다음주 탑밴드 뒷이야기가 끝나면,
많이 쓸쓸할 것 같아요. 뭐, 시즌 5,6까지 이어지게 되면
그땐 아들들 데리고 한번쯤 가서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보구요.

 

7.
정말 일해야겠네요. 오늘도 야근한다고 했다간, 불호령이 떨어질것이에요. 정신차리고 일하자~ 읏샤~~

    • 저는 탑밴드 심사위원 중에 유영석씨의 평이 가장 좋았습니다.
      예선때도 유영석씨가 하는 평이 가장 좋았어요.
    • 탑밴드는 사계절 빼고는 다 좋았어요.
      브로큰 발렌타인이 4강까지는 갈 팀이었는데.. 아까워요..흑흑..ㅠㅠ (물론 제 마음속에선 우승입니다만..ㅎㅎ)
    • 사계절이 게플에게 60점 준건 상관없는데 오글거리는 멘트는 정말 힘들었어요.
    • 안녕 랩 가사 저도 한글로 적어놓고 외웠는데 아련하네요 ^^
    • 나가수나 슈스케는 오락프로그램인데 탑밴드는 음악프로그램이라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좋은 점도, 한계도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영석옹은 제가 제일 처음으로 좋아했던 가수예요. FM인기가요를 들으며 사춘기를 보냈지요. 전 그 당시 이분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ㅎㅎ 영석옹은 예전에 케이블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에서는 민망할 정도로 엄청난 독설을 퍼부었는데 지금은 진짜 많이 온화해지신듯 해요.
    • 전 솔직히 톡식 자작곡 듣고나서 브로큰발렌타인이 톡식대신 4강에 올라갈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 no way / 감사합니다. 눈팅유저라 글 하나 쓰고 나면 콩닥콩닥해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풀어나가질 못하니..
      자두맛사탕 / 음.. 뭐랄까, 시청자를 의식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어요.
      사계절의 그 미사여구는, 아마도 준비해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을 것 같아요.
      shanti / 토너먼트의 묘미이긴 한데, 좀 아쉬운 부분이 없잖아 있었어요. 24강 풀리그로 16강을 뽑던가 하면 좀 나아지려나요? ㅋ
      vega / 안녕인줄 아시는군요. 읍내로 전학간 친구가 적어서 하는 거 보고 따라했었어요. 노래방도 없던 시절... 참 열심히도 불렀는데..
      Carb / 그쵸. 듣기론 교양국에서 만들었다는데, 이런 방송이면 정말 수신료 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출연한 밴드들 살림은 좀 나아졌으려나..
      웅짜 / 아... 오빠밴드와 탑밴드 기간 사이에 뭔가 했었나보네요? 노래도 많이 만들고(유부남에겐 힘든 일이려나요..) 방송에도 많이 나왔음 좋겠네요
    • 음원으로 들어 보니, 톡식은 커버곡의 편곡 감각은 좋은데 자작곡의 완성도가 게플이나 브발에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음악적으로 단순하고 가사도 밋밋한 듯. 그래도 발전 가능성은 있으니 앞으로를 지켜 봐야죠. 이들이 좀 떠 줘야 탑밴드의 인지도도 올라갈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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