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어디에나있는 얌체, 딸기와 초콜렛
0. 외국인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어쩌다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김이 검은색이라는 이야기를 하니 김은 진녹색이라고 합니다. 물론 파래김은 녹색에 가깝고 김도 종류에 따라서 색이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저한테 있어서 김은 보통은 검은색으로 분류해온 것인데, 친구는 김이 절대로 검은색이 아니라고 하고 김을 전등에 비춰보고 난리를 쳤습니다. 불에 비추니 녹색이 많이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김은 검은 색 아닙니까? 아무튼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 한국인 친구들에게 '김이 무슨색이야?'라고 물으면 다들 즉시 '검은색' 이라고 하고, 김을 먹어본 외국인 친구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니 하나같이 녹색이라고 하더군요.
1. 외국에서 살고 있는데 동네에 얌체같은 한국 애가 하나 있어요. 뭐 외국 나오면 같은 한국 사람들끼리 이상한 일들이 정말 많아서 뭐 그렇게 막장이라거나 그런 케이스는 아닌데요. 얘는 남한테 부탁을 정말 잘합니다. 같은 유학생 집에 놀러가서 맛있는 게 있거나 걔네 부모님이 보내주신 반찬이며 이런것들이 있으면 먹자마자 '어머 맛있다 나좀 싸줘' 라고 하는데 또 집주인은 착해서 매번 주더라고요. 그게 또 서로 주거니 받거니 나누는거면 괜찮은데, 자기가 남한테 해주는건 하나도 없으면서 정말 끝내주게 부탁을 잘합니다. 저한테도 뭐 부탁할 일이 있었는데 문제는 그럴 때만 연락하고 그게 밤 열두시어도 자기 필요하면 전화해서 물어봅니다. 처음에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어서 들어주곤 했는데 우리의 관계랄까 하는 것이 얄팍한 상황에서 그애가 필요할때만 나한테 연락해서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는 식이라 점점 뭔가 속에서 울분이 솟더라고요. 저한테만 그러는 것도 아닌것도 보이니까 애가 얄미워서 하는 짓이 다 얄밉게 보여요. 보니까 하도 여기저기 부탁하고 얻어먹고 다니고 그래서 얄밉게 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본인만 모르는 것 같습니다. 너무 당연하게 그렇게 살아 온 것 같고요. 사실은 집이 엄청 부자라고 자랑하는걸 들은 후에 더 빈정이 상했습니다, 아니 돈도 많으면서 그런 얌생이짓을 맨날 한단말이야!!!! 하고 혼자서 울부짖다가 말았지만요.
2. 영화 딸기와 초콜렛을 다시 봤어요. 듀게에서도 보신 분이 많을까요? 여전히 좋아하는 영화이지만, 원작 소설에 비해서 여러가지 복잡한 설정들이 훨씬 단순해진 것이 아쉬워요. 원작에서 다비드-혈기왕성한 혁명의 아들-의 성정체성은 은연중에 굉장히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전에 여자친구에 대한 감정도 미지근하고,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들에 대한 은근한 경멸과 무관심도 그렇고요. 그리고 영화에선 아예 지워버린 남자인 친구 캐릭터가 하나 있는데, 또한 다비드의 호모에로틱한 욕망 같은 것과 연결되는 굉장히 중요한 인물인데, 영화에서는 이 남자를 지우고 없었던 여자 캐릭터를 넣어서 다비드와 맺어줬더군요. 다비드를 문화적 성적으로 끊임없이 교육하는 게이 디에고가 영화에서 마담 뚜 역할을 하는것도 그래서 마음에 안들더라고요. 아무튼 언젠가 쿠바 가면 영화에 나온 장소에서 아이스크림을 꼭 먹어보고 싶어요. 디에고에 따르면 '쿠바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잘 하는거'라는데, 진짜 맛있고 싸고 연애 에너지로 충만한 곳이라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