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몰라요.

밑에 무비스타님이, 이번 선거가 대체 왜 박빙이 될거라고 하느냐는 글을 쓰셨는데요. 이번 서울시장 보선처럼 예측 자체가 어려운 선거도 별로 없던 것 같습니다. 예컨대, 안철수바람 대 박근혜대세 의 구도, 네거티브 대 네거티브 의 구도, 20대 보수화 대 나꼼수, SNS 등으로 인한 정치 트렌드화의 구도 등 '까봐야 알 수 있는' 카드들이 너무 많아요. 이런 여러 변수들이 자기 지지층을 얼마나 결속시키느냐, 어느 쪽이 더 단단하게 집결하느냐 가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이겠죠. 네, 투표율입니다.



그런데, 대체 얼마나 집결해야 진보(라기보다는 중도 대연합에 가깝지만, 그냥 진보라고 합시다) 진영이 승리할 수 있는 것인가요. 그 가늠자는 지난번의 무상급식 투표 결과겠지요. 이번 선거와 마찬가지로 평일에 실시된 주민투표의 투표율은 25.7% 였습니다. 투표수는 2,157,744 표였지요.



이 숫자는 살짝은 의미심장하기도 한데,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오세훈과 지상욱의 득표수를 합치면 얼추 숫자가 비슷한, 2,176,159 표, 총유권자 대비 득표율이 26.5% 가 나옵니다. 이 숫자를 근거로 다소 과격하게 해석해버리면 25.7%의 대부분이 보수표라고 우길 수도 있는 셈이죠. 결국, 이 숫자를 이기려면 진보진영에서도 25.7% 의 득표를 가져와서 투표율 51.4% 를 만들어내어야 합니다. 이건 쉽지 않습니다. 공휴일이었던 지난해 6.2 지방선거 서울 투표율이 53.9% 였는데, 평일에 50% 넘는 투표율이라는 건 쉬운 일은 아니죠. 게다가, 작년 6.2 선거 때는 53.9%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졌었습니다. 노회찬이 가져간 3.26% 가 있습니다만, 지상욱이 가져간 2.04% 는 한나라당에 쉽게 흡수되리라는 가정을 할 수 있는데에 반해, 노회찬을 찍으신 3.26%가 박원순을 찍는데는 좀더 고민을 하시게 될 겁니다. 바로 밑에 그런 고민을 토로한 글도 보였고요.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면 주민투표에 참가했던 25.7%중에서 보수표는 23-24% 가량입니다. 이 숫자는, 평일이고 뭐고 무조건 투표장에 나와 한나라당을 찍는 숫자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23% 라면 투표율 46%가, 24%라면 투표율 48%가 나와야 이깁니다. 그런데, 이게 다일까요? 지난 주민투표결과와 오세훈의 사퇴, 박근혜의 지원 등으로 보수층이 결집할 변수들도 충분하단 말이죠. 주민투표때보다 적어도 1-2% 이상 더 투표장에 올 수도 있습니다. 결국 50%가 나와도 아슬아슬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비가 되는 숫자는 51%가 아닐까 하고, 210만표 전후에서 승부가 갈릴 겁니다.



한 두가지 의미있는 지표가 더 있습니다. 지난 재보선 때 손학규가 강재섭을 크게 이긴 분당을의 투표율은 49.1% 가 나왔습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분들이 많은 분당에 비해, 출근전, 퇴근후 투표가 좀더 용이하다는 점에서, 50% 이상은 찍어주지 않을까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난번 한명숙이 오세훈에게 질 당시의 차이가 2만 6천여표였었는데, 그 이후 새롭게 투표권을 갖게 된 젊은 유권자 (그리고, 이들은 '촛불소녀' 출신입니다.) 의 수가 대략 15만 정도가 될 겁니다. 만약 50% 내외의 투표율에서 근소한 차이로 접전이 벌어진다면, 이 15만의 선택의 의미는 적은 것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이번 선거는 대세대 바람의 대결입니다. 대세는, 즉 박근혜라는 존재와 이로 인한 보수대결집은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 대선까지 그대로 가는 상수입니다. 이에 비해, 바람은 변수입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이 변수들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적절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안철수의 드라마틱한 등장과 양보, 한명숙의 불출마선언, 박영선과의 깔끔한 단일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박원순을 중심으로, 문재인, 손학규, 이정희, 노회찬, 심상정, 유시민, 한명숙, 이해찬등의 정치인들이 손을 잡았고, 안철수, 조국을 필두로 한 시민세력이 뒤를 받치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만약에 진다면, 내년 대선은 없습니다. 박빙으로 이기는 것조차도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변수들이 꼭 필요한 시기에 다시 한번 제대로 작동하리란 보장이 없으니까요. 제대로 바꾸기 위해서는 큰 차이로 이겨야 합니다. 이쪽에서도, 아 이렇게 하면 바꿀 수 있구나 라는 걸 확실하게 깨닫고, 저쪽에서도 이대로 해서는 더는 안되는구나 하는 것을 결과로 느껴야, 그때에 정말 뭔가가 바뀝니다. 안철수가, 60%의 투표율을 기대한다고 한 것은 바로 그런 의미일 것입니다. 50% 초반에서는 이긴다고 해도 근소한 차이밖에 안 나니까요.



투표합시다.



    • 동감합니다. 50 안쪽으로는 너무 불안해요! 51% 이상은 나와야 안정권이에요. 안철수든 문재인이든 이 쪽이 탄력받으려면 역시 더 지지율이 나와야겠구요.
      총선, 대선 앞두고 이번 선거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선거입니다. 단순한 수도 지자체장 선거로만 보기엔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고 둘러싼 담론들의 무게가 하나같이 묵직해요.
      모르긴 몰라도 신문이고 잡지고 난다긴다하는 양 진영의 지식인들은 전부 손톱 씹으며 키보드 앞 대기 중일겁니다. 그만큼 떡밥 투성이 선겁니다.
      하늘이 준 기회가 될 지, 좌절을 재확인할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전자이길 간곡히 바래봅니다.
    • 어머 이 오빠 멋져. 항상 멋져.
    • 서울시장 선거 결과로 내년 총선, 대선을 예단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한국은 워낙 변화가 심한 나라니까요.
    • GREY 예단이야 당연히 어렵고, 상당히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겠죠.
    • 선거 몰라요 근데 돌아가는정황만보면 정말 근몇년간봤던 가장 좋은조합인데 진다면 그 절망감은 어찌할수없을꺼같아요
    • 근몇년간봤던 가장 좋은조합인데 진다면 그 절망감은 어찌할수없을꺼같아요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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