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하이킥 시리즈 볼때마다 떠오르는 단어...

'작위적' 입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중후반부부터 망가지는 걸 보고,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 없이 <지붕 뚫고 하이킥>을 봤는데 정말 재밌고 발전한 것 같아서 놀랐었는데요.

지붕킥도 끝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전 꽤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번 시리즈는 방영하기 오래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별로네요.

김병욱 시트콤이 탄력을 받는데 시간이 걸린다고들 하지만, 지붕킥의 초반이 정말 좋았거든요. 시트콤을 보면서 오랜만에 유쾌했고 신선함을 느꼈는데 그에 비하면 이번 시리즈는...

초반부터 대놓고 러브 라인 만들기에 치중하는 것 같고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만들려고 애쓰는 것 같지만 그닥 정이 안 가네요.

윤계상 캐릭터는 너무 해맑고 눈치 없는 듯한 태도로 사람을 빈정 상하게 한다는 점 빼면 거의 결점이 없는 인물로 만들어놓은 듯 한데, 대놓고 왕자님 캐릭터라서 매력이 없네요. 최다니엘 캐릭터가 더 재밌었는데 말이죠. 이번 시리즈에서 재밌는 캐릭터는 박하선, 백진희 정도입니다.

오늘 에피소드들만 해도, 김지원과 안종석이 겪는 소동이나 이적이 집에서 겪는 일들 모두 억지 전개로밖에 안 보였어요. 자연스럽게 인물들의 감정이 쌓여가는게 재밌는데 너무 벼락치기 식이랄까..

극중 인물들이 인터넷에서 망신 당하는 에피소드들도 너무 남발해서 진부하게 느껴져요. 박하선 위성 사진, 진상 트리오, 뿌잉뿌잉 등 벌써 몇개나 울궈먹었나요.. 지난 시리즈의 떡실신 정도가 깔끔하게 재밌었는데.. (후반부 가서 또 울궈먹는 경향은 있었지만)

그리고 이번 세계에서는 모든게 너무나 쉽습니다. 듀나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기면증인데 헬멧 타는 김지원이며, 땅굴 뚫리자마자 서로의 집을 너무나 쉽게 넘나드는 사람들하며.. 설정에 대해서 진지하게 탐구했다기 보다는 재밌어 보이는걸 마구 집어넣은 듯한 느낌.

일 보고 있는데 화장실 문 벌컥벌컥 열리거나 남의 방에 들어가는 장면이 정말 많이 나와서.. 서로의 집을 땅굴로 드나들 수 있다는 설정이 있으면, 그 긴장감과 아슬아슬함을 살리는게 더 재밌을 것 같은데 이건 뭐 그냥 한 집에 다 같이 사는 공동체나 마찬가지네요.

툭하면 다 같이 모여서 회의하거나 손바닥 치기, 림보 게임 같은 거 하면서 굉장히 단합이 잘 돼서 노는데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고요.

이 외에도 시리즈가 작위적이라고 느꼈을 때가 굉장히 많은데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캐릭터들도 너무 올곧거나, 극단적으로 신경질적이어서 매력이나 현실감 모두 떨어지고요. 단점도 있지만 그게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현실적인 인물 묘사가 김병욱 시트콤의 재미였는데요.

전작들을 보면서 전혀 연관 없어보이는 두세개의 에피소드가 끝날 무렵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절묘함에 감탄할 때가 많았는데, 점점 단선적으로 느껴지네요. 첫 씬만 봐도 무슨 얘기를 할지 짐작이 갈 정도..

현실을 매정하게 바라보는 날카로운 감각이 살아있는 에피소드도 좋았는데 아직 초반이라 그럴 수 있지만 깊이 없이 느껴지고.. 전작에서 다룬 소재들을 떠올려보면 정말 다양했는데 이번 시리즈는 20회를 넘기도록 집 안에서 맴돌고 있네요. 아직까지는 이번 시리즈의 기획 의도가 안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길게 글 쓸 생각은 없었는데 쓰다보니 불만만 늘어놓았네요. 그래도 뭐 그럭저럭 재밌게 보고 있기는 합니다만..

그동안 김병욱 시트콤을 재밌게 봐온 사람으로서, 기대를 많이 품었는데 약간 시들해져서 아쉬운 마음에 주절주절해보았습니다.

 

덧) 누가 이적의 부인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런 암시가 나올 때마다 안타까워요. 이적이 별로여서가 아니라 누굴 옆에 놔도 다 안 어울려보여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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