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친구와의 대화. 그들이 느낀 한국 문화, 프랑스 문화, 여러가지

경주에서 사귄 프랑스인 친구 3명과 이런 저런 얘길 하다보니 7시간을 넘게 얘기했어요;

영화 얘긴 밑에 게시물에 썼으니, 제외하고, 한국 문화, 프랑스 문화 등 여러가지 재밌는 것들을 공유해보려고요.

참고로 여기 대부분의 얘기는 영화작가를 꿈꾸는, 영화, 문학, 음식 등을 좋아하는 프랑스 남자애가 한 말이예요.

 

 

# 서울, 부산, 경주, 진주, 전주, 속리산을 여행했는데, 제일 좋았던 곳이 어디냐고 묻자,

프랑스 남자애의 대답은 의외였어요. 서울이래요.

 

# 자기가 둘러본 자연경치 중에선 북한산이 제일 좋았대요.

혼자 북한산 꼭대기에 올라와서 경치를 내려다봤는데 무척 좋았다고.

아마 단풍도 좀 물들었으니 그것도 한 몫을 한 듯 해요.

서울에 30년 남짓 산 저는 왜 북한산을 한 번도 안 가봤을까요.

 

# 서울에서 가장 좋았던 장소 또한 의외였어요. 종묘래요.

할아버지들이 모여 있고, 신발 벗고 양말만 신은 채로 벤치에 발을 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나,

남의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앉아서 바둑을 두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았대요.

흑백으로 사진을 여러장 찍었던데, 저도 보니 이쁘더라고요.

왜 전 종묘를 그냥 노인들만 가는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이라 생각했을까요.

제가 전 그런 풍경에 대해 별 신경 안 쓰고 지나친다 했더니,

그건 자기들이 파리 시내에서 체스를 두고 있는 사람들을 신경 안 쓰고 지나치는 것과 똑같대요.

 

# 또 의외였던 것은, 서울은 살기 편한 곳인 것 같다래요.

음식도 비싸지 않고, 맛있는 것도 많고, 밤 늦게까지 문 여는 곳도 많고, 노는 문화도 잘 돼 있고,

있을 거 다 있으면서 말예요. 그래서 제가 실상,

한국 사람들은 그들의 삶이 편하거나 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매일매일 바쁘고 서로 경쟁적이며, 주말에 하루 놀기 위해 밤을 샌다 했더니.

그럼 이 주변에 있는 이 사람들은 뭐냐고 되묻더군요; (그 날은 홍대의 주중 저녁이었거든요.)

그리고 '우린 너무 바쁘다'란 말은, 일본, 중국, 홍콩, 프랑스 사람들 모두 그렇게 생각한대요.

 

# 저번에도 적었었지만, 한국음식을 다들 좋아해요.

한국 바베큐(삼겹살 등등)에 중독되었다라는 표현을 하더군요.

심지어 전주에서 '가맥'이라는 문화를 직접 체험했는데 좋았다고요.

가맥이란 일반 슈퍼에서 술을 파는 건데 마른 생선 같은 걸 안주로 준다고요.

저도 얼마 전에 알은 그 단어와 그 문화를 얘넨 직접 체험하고 설명해주더라고요.

그리고 심지어는, 전주 비빔밥 뿐만 아니라 진주(경상도) 비빔밥도 먹었다면서, 정말 맛있었다고요.

 

# 저도 해외에 가면, 그 나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꼭 먹으려 하는데,

얘네들도 그렇더라고요. 술집에 가더라도 꼭 한국 맥주나 소주 막걸리를 먹어요.

그리고 한국 맥주가, 그다지 나쁘지 않은가봐요.

 

# 한국, 일본, 중국 음식을 비교하는데, 그 프랑스 남자애는 중국 음식은 별로라고.

그래서 제가 그건 아마도 좀 비싼 음식점에 가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긴 했지만.

아무튼, 그는 중국 음식 보단 한국과 일본 음식이 좋대요.

 

# 한국 영화에 나오는 욕설이나 신경질 부리는 대사들이 참 재밌나봐요.

'ㅆㅂ'의 의미는 대충 알더군요. 근데 궁금해 하는 게 있었어요. '씨~ 쯧~'이요.

쯧~ 하고 혀를 입천정에 차면서 내는 소리 있잖아요.

그건 뭔가 짜증나는 일이 생겼을 때 내는 소리라고 했더니 굉장히 재밌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부탁해서 프랑스어로 욕설 몇 개를 들었는데, 듣기에 전혀 욕설스럽지 않더군요;

 

# 전주에서 한옥집 두 군데에서 잠을 잤는데, 한 군데는 바닥이 미친 듯이 뜨거웠다고요.

40-50도 정도 되는 거 같았고, 6번은 잠을 꺤 것 같대요.

 

# 찜질방 문화를 꼭 체험해보고 싶었는데 못 해서 엄청 아쉽대요.

 

# 한국의 노래방 문화도 좋아하더라고요. 홍대의 외부에서 다 보이는 그런 구조에

재미나게 놀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흥미로웠나봐요.

특히 여자애들이 복층 구조로 된 윗층에서 턱에 걸터 앉아 다리를 앞뒤로 흔들흔들 거리는 모습이 참 귀엽대요.

 

# 프랑스는 식당 같은 곳에서 음악을 틀기가 거의 어렵대요. 저작권 문제 때문에요.

자신이 구입한 CD라 하더라도 그걸 공공장소에서 트려면 별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요.

정말 그들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문화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국에서 이렇게 쉽게 음악을 트는 게 좋고 부럽대요.

 

# 마찬가지로 길거리 음식도 프랑스에선 거의 없대요.

한국 처럼 길거리 곳곳에 음식이 있는 문화가 좀 낯설기도 하대요.

 

# 프랑스 여자애는, 한국 여자들이 자기의 얼굴 몸 전체를 무표정하게 쳐다보는 게 있다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을 때도 있대요. 이해할 수가 없다더군요.

제가 상대의 패션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그런 거 같다고 했는데, 그리 공감하진 않더라고요.

 

# 이것도 좀 의외였는데, 의외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들에게 직접 다가가서

길 가르쳐드릴까요 하고 먼저 묻는 경우가 꽤 있었나봐요.

심지어 어떤 남자는 좋지 않은 영어 실력으로, 몸짓 손짓으로 정성껏 알려주기도 하고요.

이런 모습에 정말 감명을 많이 받았다고요.

 

# 위와 같은 먼저 다가오는 친절함을 일본과 한국에서 겪었지만, 중국에선 겪지 못 했다고요.

 

# 하지만, 불만도 있었대요. 도대체 왜 몸을 부딪치는데 미안하단 말을 안 하냐고.

그거에 대해 전, 한국사람은 늘 바삐 움직이고 빨리빨리가 몸에 배어서

그런 건 그냥 생략하게 되거나 신경 안 쓰는 거 같다고 했어요.

 

# 자기들은 보통 저녁을 먹기 전에 간단히 술을 하고 그 담에 저녁을 먹는데,

한국은 저녁을 먹고 그 담에 2차로 술마시러 간다고 그게 자기들과 반대라네요.

 

# 홍대의 거리가 도쿄의 하라주쿠와 비슷하대요. 그 언덕진 큰 길 거기 말하는 거 같아요.

 

# 자기가 생각하기에 초콜릿의 베스트는 벨기에보다는 스위스래요. Lindt 사요.

그리고 프랑스의 Jean-Paul Hevin 사도 추천하면서 온라인 샵 주소를 알려주더군요.

 

# 길거리에 적혀진 잘못된 영어나 프랑스 표현들이 그들은 웃긴가봐요.

제일 웃겼던 건 Jang Pierre 라고 적혀진 어느 간판이었대요.

 

# 박찬욱이 새 할리우드 영화를 만들고 있고, 주인공이 니콜 키드먼이라고 하자,

니콜 키드먼? 하면서 왜 하필 니콜이냐는 듯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KIDMAN님껜 죄송하지만, 니콜 키드먼이 박찬욱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전 받아들였습니다.

 

#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삶에 대해서 의외의 불만을 갖고 있고,

다른 나라의 삶에 대해 의외의 부러움을 갖고 있다는 거요.

그리고 팬시하게 꾸며진 곳보다는 소박하고 정겨운 그런 종묘 같은 곳이 외국인 눈엔 좋아 보인다는 거.

 

 

나중에 파리 가게 되면, 잠자리 제공 +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을 소개시켜준다고 약속하면서, 헤어졌네요.

마지막 밤이라서 되게 슬프다고 그러더군요. 파리 가기 싫어하는 거 같더라고요.

    • 다른건 몰라도 프랑스인들이 한국, 일본이랑 비교해서 자기들도 바쁘다고 말하는건 용납이 안됩니다;;; 그 특유의 느긋느긋, 설렁설렁, 실수해도 나 몰라라하는 일처리 방식 지켜보다 분통 터진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에요 ㅠㅠ
    • 아주 재밌게 잘 읽었어요ㅎㅎ 이거 달려고 힘들게 폰으로 로긴을 했을정도; 전 쯧이랑 종묘부분이 가장 흥미롭게 다가오는부분이에요. 그렇게도 볼 수 있구나하는?
    • roger / 너희는 오후 4시 정도면 퇴근하지 않냐 했더니,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이런 쪽이 그렇대요.
      암튼 저도 한국 사람만큼 바쁜 민족은 거의 없을 거다에 확신하지만ㅜ
    • 대부분 공감하는 바입니다.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서비스 구매자의 입장에서 서울은 아주 살기 좋은 곳이지요. 공기 안좋은게 가장 큰 단점이었는데 이제 공기도 좋아지고 있고..

      파리 사람들이 자기가 바쁘다고 생각하는건 파리 교외나 프로방스 사람들에 비해 바쁘다고 생각하는거 아닐까요. 인간은 상대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 저도 가맥 좋아해요. 전주영화제가면 전일슈퍼에서 먹는 황태구이의 맛은 +_+
    • 그 프랑스인 왈, 그 마른 생선 정말 좋았대요.

      # 한 가지 더, 그 가맥에서 나이 있는 아저씨가 '아줌마!' 하고 큰 소리로 불렀는데, '아줌마'의 의미가 좀 모욕적인 거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모욕적인 것 까지는 아니지만, 젊은 사람이 듣기에 좀 상처 받을 수 있는 말이라고 설명해줬어요. 프랑스 여자애는 한국의 약간의 남성우월주의를
      살짝 의미하면서 물어본 느낌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그럼 남자에 해당하는 '아줌마'란 것도 있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물론 있다고 하고 '아저씨'에 대해서 설명해줬어요.
    • 파리 사람들 바쁘긴 한 것 같던데요.
      한달전에 파리 가서 일주 정도 있었는데 서울만큼 많지는 않지만 지하철에서 뛰는 사람들도 엄청 많고,
      엔지니어인 친구들은 아침에 6시반에 일어나서 8시 반까지 출근, 보통 7시, 자주 8시까지 근무.
      그러고나서 보통 11시 정도에 끝나는 늦은 저녁 식사...
      저런 걸 어떻게 매일하나 싶었어요.
    • 파리 구지하철 동굴같은 통로에서 레밍떼같은 인파속에 파묻혀진적이 있었는데 심지어 앞도 안보이더군요. 이대로 깔려죽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동아시아 대도시에 비할순 없지만 파리나 런던은 나름 굉장히 바쁜 사람들의 도시인듯 싶습니다.


    • Jang Pierre (장 피에르)? 이건 왜 웃긴거예요?
    • 전주 몇번 갔는데 가맥을 아직 못먹어봤네요.

      jean pierre 이름 + 성인데 jang pierre는 성+ 성이라서??

      그런게 아니라도 외국 가서 한글로 '감철수'라고 써있는 걸 보면 꽤 웃길것 같아요.
    • 가맥은 레알이죠! 저도 올해에야 먹어봤는데 바로 중독.. 그 마른 생선 구워주는 거 너무 맛있어요. 소스(?)도 맛있고..
      전주영화제 기간엔 평일 밤에 갔는데도 불야성이더라구요.
      jang pierre가 웃긴 건 왜일까요? jean 이 아니라서? 아님 가게이름 김철수 이런 느낌인지 'ㅅ' ㅎㅎ
    • 앗, 쓰고보니 GREY님과 똑같은 생각을 ㅎㅎㅎㅎ
    • 로즈마리/ 그 소스(?) 황태말고 계란말이에도 찍어먹고 그 가게 모든 메뉴에 똑같이 적용되더라구요.ㅎㅎ 소스의 매콤한 맛이 좋았어요.
    • 전 서울이 특별히 관광도시 같지 않은 점이 가끔 메리트라 생각해요. 그냥 일상의 삶들이죠 도쿄 방콕 파리보다.
    • 예전에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프랑스인 남자도 서울을 단연 꼽더라구요. 한마디로 '크레이지!'라면서 ㅎㅎ
    • 오와 한국 평균 근로 시간 생각보다 안 많네요. 하루 평균 9시간밖에 안 돼요. 아 평균이란 이래서 무서운 건가. ;;
    • 아모르 파티, GREY, 로즈마리 / 성이 둘이어서라기 보단. Jean Pierre 가 '장 피에르'로 발음이 되니까, 그걸 발음 나는데로 쓰다보니 Jang Pierre 로 썼고, 게다가 Jang은 한국 느낌이다보니, 그게 재밌었던 거 같아요. 주인장이 실제로 잘못 쓴 건지, 한국이름 '장'을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서울 그리고 한국 여행에 특별히 애정을 보였던 이유는,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그렇겠지만, 한국은 정말 산이 많다는 거. 그리고 서울엔 도심 속에 산이 있다는 게 좋았나봐요.
    • 종묘 완전 동의요! 종묘갔을 때 정말정말 좋았어요. 전 서울의 매력은 도심 속에 있는 이런 숲들,이 아닐까 싶어요. 다양한 시대의 건물이 한꺼번에 있다던가. 세월과 현대가 동시에 있다던가. 그런 재미요.
      하지만 전 프랑스에서 살고 싶...
    • 이방인의 눈에 우리가 어떻게 비칠 지는 당연히 궁금하기도 하고 개중에는 우리 눈으로는 놓치고 있었던 새로운 의미를 찾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만, 가끔씩 우리나라는 너무 거기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서울의 종묘가 의외셨군요~ 전 공감이 가요. 저도 제일 좋아해서?ㅋㅋ 인사동~창덕궁~종묘~창경궁 이렇게 이어지는 길은 정말 한국스러워요.
    • NDim / 어느 부분에선 공감해요. 늘 외국인에 대해 '한국에 대한 인상이 어때요?'라는 질문을 서슴 없이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그리 편한 질문은 아니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그냥 '어디가 좋았냐' '그거 맛있었냐' 정도로 물어봤어요. 근데 한편으론 유럽 애들도 마찬가지로 자기들의 문화에 대해 외국인들로부터 칭찬을 듣거나 그럼 기분 좋아하고, 더 좋은 것들을 주절주절 자랑하느라 정신 없고 그런 면에선 비슷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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