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자적 근 두어달을 떠돌아 다니다 오늘에서야 서울에 올라갈 마음을 먹고
KTX가 지나가는 도시의 시내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차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평일 오전이라 카페엔 손님이 별로 없었고 전석이 흡연석인 테라스엔 저 혼자 앉아 있었어요
별 생각없이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시며 잡지를 읽고 있는데 조금 있다 옆자리에 어떤 커플이 들어와서 앉았지요
그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옆 자리의 남자분이 제게 오시더니 담배연기가 자기쪽으로 오니 다른 쪽으로 가달라고 하시더군요
처음엔 제가 비흡연석에 앉았나 싶어 주위를 확인 했더니 바로 머리 위에 흡연석이라는 팻말이 바람에 흔들흔들.
해서 저기 여기 흡연석인데요? 했더니 남자분이 난처해하며 아..네..이러시곤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자리에서 여자친구분께 혼나고 있는 남자분을 발견...이라기엔 바로 옆자린걸요
곧 여자분께서 오셔서 저기요 저쪽으로 좀 가주세요 하며 저를 죄인취급 하는데 약간 어이가 없더라구요
아니 여기 흡연석인데요 라고 다시 대꾸해도 연기가 이쪽으로 오니 저 쪽으로 좀 가시라구요!!하고 제게 윽박 비슷한걸 지르는데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여기는 흡연석이니 담배연기가 불편 하시면 자리를 안으로 옮기시거나 다른 테이블로 가야할건 제가 아니라 그 쪽이라고 말씀 드렸더니
뭐? 그쪽?? 야 너 몇살인데 그쪽 저쪽이야....드립
아 귀찮습니다 별로 상대하고 싶지도 않고 상대해봤자 남을 것도 없을 것 같아
알아들으신걸로 알게요 하고 이어폰 끼고 읽던 책을 마저 읽으려는 폼을 잡았습니다
그랬더니 얼굴이 빵빵해진 그 여자분은 직원에게 갔다가 이런저럼 말들을 쏟아내더니 만족할만한 답을 얻지 못했는지
남자친구의 손을 잡고 눈이 찢어질듯 저를 쳐다보다 실내 자리로 옮겨갔습니다
저는 평소 매우 모범적인 흡연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편이지만
또 제 옆자리에 앉아 날파리마냥 저를 귀찮게 했으면 나가는 길에 얼굴에다 대고 담배 연기 한모금 뿜어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다행히 혈투를 신청하는 일이 될뻔한 상상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쓰다보니 기차 시간이 다되어가는군요
나가는 길에 저를 발걸어 넘어뜨릴 기세로 아직까지 저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않고 있는 여자분의 눈길이 느껴지지만
집에 가야하니 이만.
덧.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씁니다만 저는 혐연권이 흡연권에 우선한다는 헌재의 판결(고법 판례였던가요..)에 동의 합니다
하지만 흡연이 허용된 장소에서는 눈치받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싶을 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