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돈문제로 얽혔어요.

사실 제목이 모든 사실을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대충 개략하자면 저런 상황입니다.


상황을 설명하자면 친구가 급하다고 50만원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전 현금이 부족했고 월급을 받으면 30만원정도 그냥 주겠다. 갚지 않아도 좋다,라고 했죠. 그런데 월급을 받기 전 노트북 모니터가 깨져 30만원이 나왔고 가격에 당황한 AS센터에서는 택배비를 받지 않았어요. 그정도로 비쌌습니다. 어떻게든 돈을 만들려고 했지만 결혼식과 돌잔치에 현금이 엔꼬;가 나서 미안하다고 했죠. 그랬더니 친구가 "상황에도 화가

나지만 너에게도 화가난다"라고 했습니다.













으음...사실 그래요.


전 20살 이후 알바인생을 살았습니다. 대학교 내내 알바를 2개씩 뛰며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했어요.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줄창 일을 했고 평생 일을 하지 않고 돈을 벌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기 전에는 잉여인생을 살아본 적도 없었죠. 그런데 제 친구는 평생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어요. 친구는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죠. 공부를 하기 위해 돈을 벌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늘 일을 해서 돈이 여유가 있던 제가 친구를 먹여살렸죠. 근 십년간 영화비를 댔고 택시비를 대고 맛집을 다닐때 밥값을 냈습니다. 틈틈히 학원비나 인강비도 내줬던 것 같습니다. 제가 화장품을 살때 친구 것도 같이 사줬습니다. 피부가 나빠지면 피부관리실 비용을 댔고 공부하느라 팍팍한데 작은 낙이라도 되라고 네일케어를 다녔죠. 그리고 전 그 돈들이 아깝지 않았어요.


십대에 만나 이십대를 거쳐 삼십대가 된지 오래. 그 과정동안 전 저 돈들을 쓰며 단 한번도 아깝지 않았어요. 외롭던 저를 구원해준 친구였으니까요. 그 애가 제게 힘이 되어준 것처럼 저도 그애의 지지대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 전 그 애에게 쓴 돈을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제 경험상 상대에게 준 것을 계산하기 시작할 때 관계는 끝이었습니다. 십년동안 공무원 시험을 하고 돈을 벌지 못하고 친구에게 손을 벌리는 것이 비참하고 짜증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만 제게 짜증을 내는 친구를 보며 계산을 하고 있어요. 그 돈이면 월세 보증금은 나오겠구나. 난 그 애에게 '면목이 없다, 미안하다'라고 사과하지만 '상황에 짜증나고 화나고 너도 그렇다. 됐다 신경쓰지 마라'라는 말을 하는 그 애를 보며 계산을 하게 되요.



계산을 하면 끝인데.




....수많은 말을 삼키며 그래도 커피나 한잔 할까 라는 말을 건넸지만 친구는 냉랭합니다.


제가 가해자가 되었네요. 가해자라서 계산을 하게 되나 봅니다.

    • 호구랑 친구는 글자 하나만 같고 나머지는 절대 같은게 없습니다.
    • 하... 밑빠진 독에 물 부으셨군요. 겪어보니 그건 호의를 베푼쪽도 잘못입니다. 여기서 토닥토닥 위로 받으시고 부정적인 맘 떨쳐 버리세요. 내가 좋은 사람한테 들어가는 돈 아깝지 않은 그 심정은 이해하는데 그게 절대 그 사람을 위하는 것도, 관계를 위하는 것도 아니란 걸 깨닳으시길 바랍니다. 근데 깨닳고 맞나요? 아닌거 같아요;;;;
    • 역시, 살구님 감사합니다.
    • 익명일래요 님이 돈이 남아돌아서 본인에게 쓰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게 아니고서야.
      호구가 맞습니다.
    • 쓰신 내용만 보면 진작에 끝냈어야 할 관계네요.

      이번 일을 계기로 말끔하게 정리하세요.

      죄책감 느낄 필요 전혀 없습니다.
    • 핫핫핫, 호구 맞아요.
      내가 잘 해주지 않으면 쟤가 떠날꺼야,라고 생각하는데 호구가 아니면 이상하죠.

      그래요, 다른 친구들과는 잘도 영화보면서 저와 볼때는 커피만 사는 친구를 보며 생각을 안했을리가 없죠.
      다만, 내가 이렇게까지 잘해주지 않으면 친구관계가 유지될 것 같지 않아 그랬다니...으으음.


      관계가 이상해진 책임은 저에게 있죠.
    • 익명님이 계산하시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돈이 아니라 익명님이라는 사람 자체를 보고 우정을 나눌 친구를 찾으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이미 다른 친구들이 있으시다면, 이 관계는 끊으시는 좋지 않을까요?
    • 좋은 친구는 좋은 친구 같은데
    • 너무 멀리 나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글쓴님이 그 친구와 연락을 끊으면 아마 그쪽에서 먼저 매달릴겁니다. 이것도 사주고 저것도 해주던 지갑이 사라지게 생겼는데 당연하죠. 냉정하게 뿌리치세요 꼭... 하다못해 지나가던 아줌마 1이 나한테 사탕 하나만 줘도 고맙다고 생각하는게 정상적인 사람 심리잖아요.
      이건 친구와 돈문제로 얽힌게 아니에요. 거지도 아니고 그 상황에 화가 난다는 말이 어떻게 나오는지 참나...
    • 익명님은 그사람을 친구로 여기고 있지만, 그사람도 과연 그럴까요?
    • 의외로 이런 케이스도 있습니다. 그 친구가 익명님의 물질적 베품을 의식하고 그걸 누려온 자각이 있는게 아니었다면 나도 이제 쪼들린다 너한테 쓰지 않을꺼다. 앞으론 반띵하자(아랫 게시물에서 붙어온 이 반띵.. 입에 쩍 붙네요) 라고 선언했을때 의외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내가 돈을 써야만 저 친구가 이 관계를 유지할꺼다. 는 익명님의 불안감에서 나오는 혼자만의 감정일 뿐, 그 친구는 별 생각 없이 여유가 있으니 쓰나보네. 다른 친구들은 안 그러니까 만날때 더치하는데 이 친구는 여유가 있는 모양이니 뭐 좀 얻어먹어도 되겠지. 나중에 내가 잘되면 그땐 내가 내는게 친구 아냐. 하고 있을수도 있단거죠.

      한번 잘 말해보고 끝을 내든, 시소처럼 기운 관계의 중심을 다시 잡든 하시기 바랍니다. 그것도 용기죠. 용기 있는 자가 사랑이든 우정이든 쟁취하는 법일...지도요.

      참고로 내가 절박할때 손을 내민 친구가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그걸 불이행하는 건 단순히 돈을 주고 말고가 아닌 신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 친구가 그런 쪽으로 감정이 상했고 그걸 토로한거라면 100% 친구 잘못은 아닙니다. 익명님 속상한건 저도 참 잘 압니다만.. 단순히 내 감정만 앞세울 문제는 아닌듯 해요.
    • 부모자식간에도 이런 일이면 진심으로 호적파고 싶을 거 같은데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 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인 거 같네요.
    •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보세요. 지금 글을 쓰신 것처럼요. 물론 그 친구가 너무한 게 분명 맞습니다만, 익명님도 그런식으로 만든 것은 사실입니다.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 부터 시작해서 말을 하고 그 친구쪽에서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뻔뻔하게 나오면 그 때 끝을 내셔도 된다고 봅니다. 이번기회에 관계를 재정립 할 수 있으니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참다참다 더 이상 못 참고 끝을 내는 것보다 뭔가 불만이 있을 때 말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한 뒤에 끝을 내지 않을 수 있다면 끝내지 않는 게 더 나아요. 사람이란 게 절대 안 변할 수도 있지만, 또 변할 가능성도 있고 내가 몰랐던 면모도 나중에서야 드러나고 그러니까요.
      다만, 이대로 똑같은 관계는 무리일 거 같아 보입니다.
    • 저는 이 마음 알아요. 사람한테 실망해서 계산하게 되면 끝이라는 것도. 그럴 때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보통은 그냥 미안하다 해도 뭉개죠. 그러면 마음이 더 달아나는데. 그래도 익명일래요님이 한번 대화 시도를 해보시는게 좋겠어요.
    • 내가 잘해주지 않으면 쟤가 떠날거야 라고 생각하며 저도 호구짓 많이 했는데요. 생각해보니 그들에게 나는 친구가 아니었던 것 같더라구요. 친구가 아닌데 붙잡고 있을 이유가 있나요?
    • 저도 익명님 심정 알아요. 저도 예전에 비슷한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어요. 가혹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십년 넘는 시간을 난 그 사람에게 나와 친구해주는 값을 지불한 거라고요. 그리고 돈으로 사지 않는 친구를 만드는 겁니다. 그 친구에게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니 우리 관계가 건강하진 않았다고 말해 보세요.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지만.

      님은 좋은 분이에요. 익명님처럼 친구에게 잘하는 사람 많지 않아요. 기운내세요!
    • 사람 관계. 진짜 친구는 서넛 이내라고 봐요. 나머진 그냥 지인이에요. 가끔 밥먹고. 술도 먹고. 놀고. 그러는 지인.
    • 이렇게 엄청난 비용을 감내하면서 이 친구(?)를 붙잡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겁니까?;
    • 벌써 많은 이야기가 나왔고, 이 부분은 익명님이 의도하신 것도 아니지만 저는 그 친구분이 이해가 안가네요. 아무리 친구가 그러라고 해도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네일케어 피부관리를 받다니. 그리고 무슨 시험인지는 모르지만 10년 준비해서 안되면 그냥 포기하고 다른 진로를 찾아봐야 할 것 같고요.
      그거랑 별개로 익명님은 참 따뜻한 분이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 친구분이 조금 부럽네요.
    • 잘못 길들이신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친구가 너무 염치없는 사람 되기전에, 똑부러지게 말하시면 어떨까요. 기대했고 내말에 의지하고 있었다면 미안하다만 내 사정도 이러한데 그런 점은 생각도 안하고 화내는 것은 아닌 것 같다.그런데도 정색을 하고 화해가 안된다면 잠시 멀리하시는 것은 어떤가요.
      저라면 그렇게 쓸 수도 없을뿐더러 그 친구가 괘씸할 것 같아요;;;
    • 13인의 아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이 대체 불가능한, 아마도 다시 만날 수 없는 친구라고 생각해서일거예요. 우습죠.

      가끔영화/ 좋은 친구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저라도 오래 끌어올 수 없었을걸요.

      멋진징조들/ 연락을 안하면 끊길거예요. 서로 살갑게 전화하고 매일 연락하고 그런 사이가 아닌걸요. 전 연락을 뜨문뜨문 하는 타입이고, 그앤...우린 꼭 연락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라서 편하다고 ㅎㅆ죠.

      quichekazmara/친구로 여겼을거예요. 그건 알아요. 그냥, 그건그거고 이건 이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거예요.

      폰타/말씀하신 두 개 다 맞습니다. 두 개 다라하긴 뭣하지만. 제가 물질적으로 많이 베푼다는 것도 알아요. 친구니까 나중에 자기가 잘 되면 내야지,라고 하는 얘기 자주 들었어요.

      저도 제가 걔의 신의를 지키지 못해서 미안했어요. 그래서 참 미안하고 부끄러웠는데 나중에 연락을 했더니 짜증난다는 말에 꽤 그랬어요. 네, 그냥 그렇더라구요.

      가오가오/ 가끔 애정을 받는 쪽에서는 권리에 가까운것 같아요. 저도 걔가 불편하지 말라고 별 말 안했구요.

      분홍색 손톱/진지하게 얘기해보려구요. 우선 연락을 피하지만 않는다면 참 좋을텐데요. 아마, 걔도 자기가 심하다는 것 잘 알고 있을거예요.

      푸른나무/ 정말 용기를 내야할 순간인 것 같습니다. 으윽, 용기가 생기는 약이라도 먹고 싶어요.

      willow/ 이렇게 되기 전에 잘 정리를하는데 말이죠...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친구였는데, 친구가 아니네요.

      에스테반/비용을 지불한 친구가 맞는것 같아요. 정말 얘기를 해봐야죠. 진지하게. 응원 감사합니다.:)

      캐스윈드/사실 지인은 꽤 되는데 핫핫핫,

      침엽수/제가 힘들 때 제 곁에 있어줬어요. 아주 어릴 때 아주 외로웠는데 사춘기때라 그런지 그때는 구원같았죠. 핫핫핫.

      loving_rabbit/제가 하는 김에 같이 하자,라는 식이었으니까요. 그러다 익숙해지구요. loving_rabbit님도 따뜻한 분이세요. 분명이 저보다 더 좋은 친구가 있을거예요. 제가 그렇게 좋은 친구도 아니구요.^^;

      키드/ 그래서 주말에 만나려구요. 잘 이야기해보고 결정하려구요. 사실 제가 모든 사람에게 이러지는 않아요.^^;


      다들 참 좋은 필요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친구랑 주말에 만나려고 해요. 길게 얘기해보고 어떤 생각인지 알아보려구요. 아마 상황이 힘드니 마음이 팍팍해 진거라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 말씀처럼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타이밍이 좋지않아 서로 실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덕분에 관계를 개선할 수있는 기회가 될거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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