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은님과 24601님께 드리는 말씀

아침에 올렸던 "FTA 체결후 국민의 90%가 빈민으로 전락한 멕시코의 비참한 현실 (http://djuna.cine21.com/xe/?mid=board&page=3&document_srl=3117354)"에 대한 두 분의 댓글을 잘 보았습니다. 댓글로 달려다가, 여백이 부족한 듯하여 다시 간단하게 적습니다.


먼저 한이은님, 댓글 등으로 대화를 직접 나누어 본 적은 없지만, 진보주의자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댓글의 첫마디인 "정말 힘빠지네요"라는 말씀에서 진정으로 안타까와 하시는 것이 느껴집니다.


저는 먹고놀고니즘에 바빠, 정치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어릴 때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말이  멋있어 보였지만, 지금은 편을 꼭 그렇게 가르지 말고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되면 좋겠다 생각하구요. 꼭 편갈라야 한다면 차라리 배부른 돼지하렵니다. 회색분자가 제일 나쁘다면, 척결해야할 대상일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놀다가 지치거나 심심하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는 고민합니다. 제가 FTA에 관련된 루머에 분노한 것은, 그런 루머들이 누구에게도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논리와 자료가 아닌, 근거 없는 선동이 들통났을 때 어떤식의 타격과 부작용을 주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고장난 녹음기같은 분들도 꽤 있었지만, 한이은님을 비롯해서 당혹해한 분들도 많은 듯 합니다. 멕시코가 잘 산다는 것을 보여주거나 FTA를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 제 의도가 아니기 때문에, 한이은님, 저는 님을 설득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한이은님은 저같은 이를 설득할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하는 수 없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언제나 숫자가 아니라 그 곳에서 벌어지는 실제 갈등의 모습을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NAFTA가 발동되던 날 멕시코에서 격렬한 저항운동이 일어났고, 내전을 거쳐,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은 아십니까?" 라는 말은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멕시코가 생지옥이 아니더라도 FTA로 인해 악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저 같은 이를 반대파로 끌어들여야 할 한이은님같은 분의 몫인데, 한이은님께서 하시는 말도 극단적이지 않을 뿐 감성에만 호소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수치로 멕시코가 살만하다는 인상을 주는 건 누구라도 할 수 있다는 불평대신, 수치로 멕시코가 살만하지 못하다는 증명을 하시는게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4601님이 시도하신 것처럼요. 


그리고, 24601님, 처음에는 24601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모두 두고 비교해보려 했습니다만.. 시간도 없고, 멕시코의 진짜 모습이 어떤지를 밝히려는게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만 두었습니다. 24601님이 가져오신 자료는 월드뱅크 자료실에도 다 있었습니다. 한 2000가지 정도의 방대한 지수를 1960년부터 현재까지 추적해놓았더군요. 그 자료만 제대로 조사해도 멕시코 거시경제의 변화, 지역 경제 상황의 변화, 소득 불평등지수의 악화 등 해서 멕시코 경제가 어떤면에서는 발전을 했고 어떤 점에서는 퇴보를 했는지 거의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FTA에 대한 반대파시라고 했으니까, FTA가 하루이틀 나오고 끝날 얘기도 아닌데 천천히 공부를 해서 자료 축적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반대파의 논리중 하나인 FTA 일단 맺고나면 철회도 못한다는 소리도 뻘소리 같습니다. 헌법도 수정할 수 있는데, 조약 따위가 철회불가능할리가요. 다만 무언가 불이익은 있겠지요. 건승하십시오.


마지막으로 고백하는데, 사실 저는 오늘부로 현재 상태의 FTA는 체결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거의 기울었습니다. 24601님의 논리에 설득.................. 된 건 아니구요, 홀림님이 올리신 "[백분토론] 토론 보니 김종훈이 어떻게 정부와 국회의원들을 안심 시켜 왔는지 잘 알겠네요 .. http://djuna.cine21.com /xe/?mid=board&page=2&document_srl=3118436"이라는 포스팅에서 최재천 변호사라는 분이 했다는 말인 "우리나라는 간접수용의 법리적 이해와 준비가 전혀 없다"는한 문장때문입니다.  국제계약을 해보지 않은 분들은 이 말이 내포하고 있는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말씀에  FTA 조항들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이 찬성파건 반대파건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FTA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도, 우리의 눈 먼 탐욕에 우리가 스스로 발등을 찍는 일이 많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다만 제가 오해한 것일수도 있으니까, 최재천 변호사의 논지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마음을 굳힐 생각입니다.







    • 말씀드렸듯이, FTA에 관한 루머나, 괴담, 얼토당토 않은 선동등을 지적하고, 반대하는 것은 좋습니다, 저 또한 그것에 반대하지 않아요, 걍태공님의 정치적 스탠스가 어찌되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무리하게 걍태공님을 설득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요(저 역시 정치적 얘기만 늘어놓는 재미없고, 완고한 사람이기 싫은 사람입니다, 제가 FTA논쟁에서 찬성쪽이나 중립 쪽 입장에 대해 설득하려는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는 이유는 아래에 따로 밝히겠습니다), 다만 제가 리플을 단 것은 요 며칠 걍태공님이 올리신 FTA 관련 루머 반박글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 제대로 밝히기 위해 애쓴다기 보다는 그 루머를 확대재생산 하는 진영에 대한 조롱이나 비아냥에 가깝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혹은 그렇게 이용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믿고 싶습니다만, 사안의 민감함을 따진다면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을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FTA 논쟁에서 상대방을 설득시키려는 글을 쓰지 않는 이유는 제가 리플에도 밝힌 이유와 같습니다, 저는 이런 정치적 논쟁에서 숫자와 통계로 상대방을 설득시키려는 노력이 의미 없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김리벌님이 말씀하신대로, '결론'을 내려놓고 가져올 수 있는 자료는(그것이 맞든, 틀리든)무궁무진하기 때문이죠, 결국 반박과 재반박이 무한반복될 뿐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FTA같은 사안에서는 숫자와 통계같은 유의미한 근거 자료를 원하기 때문에, 그것을 제시하는 데 유능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는 저같은 입장에서는 그냥 조용히 있는 편이 상책입니다, 다만 링크했듯이 멕시코에 사는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 FTA(NAFTA)같은 사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그것에 대응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은 유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걍태공님은 감정에 호소하지 말라고 하지만, 제가 제시한 사례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논리도 이성도 없이 움직이는 '동물'일까요? 그들의 (논리적) 주장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것은 시간과 장소가 허락치 않아 생략하는 것뿐입니다,

      저는 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FTA 논쟁에서 사실 한 가지만 명확히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통합경제시장을 원하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저는 FTA가 90년대부터 시작된 그 거대한 흐름의 일부일 뿐이라고 보는 입장에서, 그것을 반대합니다, 여러가지 고려를 통해 어떤 분들은 그래도 결국 시장경제의 확장이 전체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믿는 분들이 계시겠지요, 좋습니다, 그것은 1세기든, 2세기든 긴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문제니까요, 다만 그 분들에게 제가 현 시점에서 설득해보려 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확장이 무분별하게, 어떤 안전망도 없이, 급속하게 추진되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냐, 정도입니다(언제나 인생은 유비무환 아니겠습니까),

      끝으로 걍태공님이 제가 말씀드린 부분만 감안해주신다면, 저는 계속해 걍태공님이 FTA 루머에 대해 지적하는 글을 써도 그다지 상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응원하는 쪽이겠지요, 저 역시 말도 안되는 소리로 사람들을 홀리려는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니까요, 님의 먹고놀고니즘을 응원합니다, :) 결국은 그런 세상을 만드려는 것이 제가 속한 진영의 궁극적 모토이므로, 우리는 가는 길이 같다고 할 수 있겠지요,
    • 어찌됐든 마음이 한미FTA 반대로 기울어지셨다니 다행입니다.

      "한 2000가지 정도의 방대한 지수를 1960년부터 현재까지 추적해놓았더군요. 그 자료만 제대로 조사해도 멕시코 거시경제의 변화, 지역 경제 상황의 변화, 소득 불평등지수의 악화 등 해서 멕시코 경제가 어떤면에서는 발전을 했고 어떤 점에서는 퇴보를 했는지 거의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계속해서 오독하고 계시는 데, 전 해당 멕시코 관련 글 리플에서도 지적했지만 멕시코라는 '국가' 전체가 성장했다 혹은 퇴보했다는식의 주장이 핵심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 국가 안에서 노동자ㆍ농민ㆍ청년ㆍ실업자들이 어떠한 처지에 있는가에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중동과 남미에는 세계 최고의 부자들이 즐비하지만 노동자ㆍ농민의 삶이 유럽보다 나은건 아니잖아요? 그렇기에 통계의 선택이 중요할 뿐입니다. 솔직히 저 통계를 굳이 찾아서 제시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세간티니님이 지적했 듯이 님이 제시하신 통계를 이용한다면 이명박 시대인 지금 현재가 한국인에겐 태평성대일 수도 있습니다.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과 개인의 부가 실질적으로 늘어났던 70~80년대는 말할 것도 없고요.

      걍태공님 스스로 인정하듯이 지니계수, 빈곤율 등 각종 불평등을 나타내는 통계를 그리 큰 노력 없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님은 그러한 통계가 아닌 거시지표만 제시했을까요? 님은 반대파에게 공부하라는 충고를 하기 전에 자신에게 보다 깊은 차원의 편견이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굳이 통계를 제시한 건 그에 대한 님의 설명이 듣고 싶어서입니다. 걍태공님은 별다른 설명 없이 통계만 제시했지만 그 선택 자체가 정치적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즉, 님은 본인의 생각이 어찌됐든 한미FTA 찬성론의 근거로서 통계를 제시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반대편 통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던 겁니다.

      아쉬운 것은 제가 이미 다른 글에서 한미FTA의 '간접수용' 정의가 우리의 법체계와 맞지 않음을 지적했었는데 제 글이 그만한 설득력을 가지지 못했나봅니다. 이제서라도 최재천 변호사의 설득이 통했다니 너무나 다행입니다.(그러니 국회의원은 아무나 되는 건 아니겠죠 ㄱ-;)
    • 한이은/ 실은 지적하신 바와 같이 조롱을 위한 목적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댓글을 보고 찔리는 바가 있었던 것이구요. 제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싶었던 얘기는 감성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고, 한이은님은 감성을 배제하면 안된다고 하시는 얘기니까, 말씀대로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4601/ 마찬가지로 제가 오독했다는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24601님이 왜 제가 오독했다고 생각하는지 알것 같습니다. 거시지표만 제시한 건 "비겁한 행동을 한 너희들도 똑같이 당해봐라 얼마나 기분나쁜가"가 목적이었으니 일부러 뺀거죠. 진짜 찬성하거나 반대했으면 전혀 다른 접근방법을 취했을 겁니다. 다만 놀고먹기도 바쁘고, 뚜렷한 판단을 내리기 힘든지라, 진지한 접근은 24601님이건 아니면 진보진용의 경제학/법학적인 식견이 있는 사람이건, 의견이 확실한 사람들이 공부해서 해야한다는거죠.

      그런 공부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시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 걍태공// 님의 마지막 댓글을 보고 어떻게 답변을 드릴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만, 답이 안나오네요. 그저 '조롱'과 '당해봐라'는 의도로 쓰신 글에 놀아난 제 꼴이 우스울 뿐입니다. 현 세계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저는 '공부'를 많이 할 수밖에 없으니 님의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네요. 아마 앞으로 님의 글에는 그리 진지한 토론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바라지도 않으실 것 같지만). 어떻게든 한미FTA에 반대하게 되셨다는게 반가워야 하는데 마지막 리플 때문에 씁쓸함을 금치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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