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 봤어요. (스포일러 없음)
# 이탈리아 판 [워낭소리]라는 평에는 공감하기 힘드네요.
제 말은, 이 영화는 단순히 오래 함께 한 동료의 죽음을 다룬 게 아니예요.
삶과 죽음의 순환, 인과관계와 운명이란 내용에 포커스가 맞춰 있으니까요.
# 크게 3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는 느낌이예요.
할아버지, 염소, 전나무가 주인공이죠.
# 자막이 필요 없어서, 자막은 전혀 없지만,
대사는 있긴 해요. 흐릿하게 웅성 거리는 소리나,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해요.
# 할아버지 에피소드가 가장 재밌어요.
대사가 없어도,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나 몸짓으로
모든 대화나 스토리가 나와요.
# 대사가 없어서, 뭔가 섬세한 동작이나 연출이 돋보여요.
할아버지가 대변을 보고 있는데, 작은 개미 한 마리가
할아버지 얼굴을 기어가고 눈에 들어갈 뻔하다가
할아버지가 움찔해서 몸이 흔들리고
그래서 주머니에 있던 약이 떨어지고..
달팽이를 솥에다 넣고 무거운 돌을 올렸는데도,
달팽이들이 기어나와 있자, 무거운 돌을 올리려다가
보자기를 가져와서 싸는 장면이라든가. 이런 것들요.
# 염소 에피소드는, 염소가 참 이뻐서 좋았어요.
게다가 염소들이나 개가 직접 연기를 하는 듯이 연출을 한 점은 정말 대단하네요.
# 마지막 전나무 에피소드는 살짝 지루합니다.
하지만, 지루했던 이유는 주인공이 '전나무'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사람들은 깨알처럼 작게 나오고, 오로지 나무만 나오거든요.
# 전나무의 비중은 줄이고,
할아버지와 염소가 좀 더 많이 나왔었으면 좋았겠다란 아쉬움은 남지만,
굉장히 신선하고 좋은 영화였어요.
# 88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지루하지 않을까란 걱정을 날려줘요.
# 필름포럼은 스크린이 상당히 작은 극장이네요.
화질이 약간 별로였는데, 원래 영화의 화질이 약간 별로였던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