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싸움 구경, 제1회 프로 번역 배틀!

 스티브 잡스 전기의 오역 논란으로 시작된 논쟁이 결국 현피로 이어지는군요. 현피라고 해서 진짜 머리끄댕이 붙들고 싸우는 건 아니구요. 두 명의 프로 번역가가 동일한 책의 일부를 같이 번역한 후에, 번역 결과를 두고 논쟁을 한다는군요.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번역계는 지난 2000년에 걸쳐  "번역이 원작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는 것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기계적일 정도로 원문에 충실해야 한다"는 직역파와 ,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진 언어를 번역함에 있어, 기계적인 직역에만 의존할 경우 오히려 독해의 어려움만 가중시키므로, 번역자는 저자의 의도를 해석하여 본인의 모국어로 원작자의 뜻이 가장 절 전달되도록 의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역파가 암투를 벌여 왔습니다.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직역파의 태두는 안정효 선생님이죠. 이 분은 영어 단어의 순서까지 따라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입니다. 의역파는 이윤기 선생님이 정신적 지도자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직역파와 의역파가 치고받고 싸움을 벌이는 까닭은, 이 두가지가 뚜렷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서이겠죠. 직역파의 약점으로는 소위 얘기하는 번역투 및 딱딱한 글이 나오기 쉽다는게 금방 떠오르고, 의역파의 단점은 번역자의 역량이 뛰어나지 못할 경우에 번역이 원작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 떠오르는군요.  그 밖에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의역파에 가깝고, 극단적인 직역보다는 극단적인 의역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본다면 직역이건 의역이건 번역 능력이 뛰어난 사람의 번역이 낫다는 것도 사실일테고,  원작을 원어로 보는 것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 번역한 책을 보는 것보다 더  좋은 해결책이겠습니다. 문제는 그게 항상 가능한 일은 아니기에 번역은 필요악(?)일 수 밖에요.


번역 배틀의 상세 룰 및 관전법에 대한 글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구요. 번역에 대한 듀게 여러분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http://cafe.daum.net/Psychoanalyse/Glqj/418


    • 고등학교때 국어 선생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영어를 아무리 잘해봐야 우리말로 전달이 되겠냐?
      물론 소속감에 의한 편향적인 발언이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극단적인 의역에 한표.
    • 저는 의심이 많아서(?) 번역된 책을 안 읽은지 한참 되었지만, 독자 입장에선 일단 눈에 띄는 뻔한 실수같은 게 없는 게 기본이고, 그게 제일 고맙죠. 그게 번역가의 영역인지, 아니면 교정교열의 영역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양쪽 다의 영역이 아닐까 싶고요.
      중고등학생때 무라카미 하루키씨의 소설 및 에세이 우리말 번역(하루키 번역으로 굉장히 유명한 번역가의 번역)을 읽었는데, 너무 뻔한 실수때문에 집중이 안될 때가 있더라고요. 지금도 생각나는 건 발한 작용을 발간 작용이라고 한 거.
    • 대학교재 번역서들의 극악의 직역번역을 경험해 본 후로는 강력한 의역옹호론자가 되었습니다.

      그 전까진 문학작품 번역 읽으며 번역투 같은 것도 잘 몰랐는데, 대학교재 번역서를 겪고난 후에는 문학작품 번역에서 번역투가 잘 보이더군요 -_-;

      아무튼 저 싸움? 결투?는 의역 직역 문제와 더불어 그 외의 여러 논쟁들도 아우르는 재미있는? 사건 같습니다.
    • 저는 의역 선호라고 생각하긴 하는데요

      일단 관계대명사로 엄청 길어질 수 있는 문장을 고대로 살려서 쓰면 정말 괴상한 국문이 됩니다. 차라리 원문을 보는게 훨씬 편한 그런 문장...그리고 한국어 문법과 외국어 문법이 다른데 외국어 문법까지 살려주면 전형적인 번역투가 되는데 요게 독자의 국문 작성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외에도 명사에 힘을 더 주느냐 동사에 힘을 더 주느냐도 언어마다 다르고...언어규약을 통해 다른 언어권 사람의 생각구조까지 전달하는 게 굳이 번역의 목표가 돼야하나 생각합니다.

      다만 문체가 심하게 달라지는 건 월권이라고 봐요. 젊은이들의 평범한 대화를 꼰대풍의 의고체로 번역해 놓는다거나...문학의 경우는 아무래도 번역자들도 자기 필력에 자신이 있어서인지 자기문체도 좀 확립된 사람들이어서인지 비문학에서보다는 이런 일이 좀 있는 것도 같고...
    • 가오가오/ 편향적인 발언이 아니라 정확한 발언이십니다. 영어 아무리 잘해봐야 우리말을 제대로 못하면 전달이 안되죠.

      토끼/ 모든걸 의심하는 못된 버릇(?)을 고칩시다. ㅋㅋㅋㅋㅋㅋㅋ
      뻔한 실수는 작가/교정교열 모두의 잘못이죠. 그런데, 꼭 최종교열 마치고 나면 그제서야 보이는 실수들이 있다고들 하던데요.

      Nari/ 영어나 우리 말이 약해서 발생하는 오역들은 제외하고 하는 논쟁이니까, 대학교재 번역 정도를 얘기하는 건 아니겠죠.

      truffle/ 의역파 번역자가 제임스 조이스의 책들을 직역을 하면 안되는 예로 들고 있던데요. 제임스 조이스 책은 오히려 직역이건 의역이건, 번역의 한계점을 논하는데나 사용해야지 직역을 공격할 때 사용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글을 쓰는 형식 자체가 내용만큼이나 중요한데 - 직역이건 의역이건 그걸 살려낸다는게. 그냥 원서를 보거나, 아니면 굳이 번역서로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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