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오래전에 사두었던 옷을 입을 수 있게 된 이야기

그러니까 때는 06년인가 07년인가 하여튼 이제는 꽤나 오랜 시간이 흘러버린 예전 어느날,

저는 수면의 과학을 보기 위해 그 당시에는 건재하던 시네코아 스폰지 하우스에 갔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너무도 감명깊었던 나머지, 분명 영화 보면서는 열심히 졸았으면서,

영화관 앞에서 파는 '수면의 과학' 티셔츠를 한 장 사가지고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티셔츠라고 해봐야 전혀 라이센스를 받은거 같지 않은, 단순히 파란 바탕에 주인공들이 말을 타고 있는 그림이 인쇄된 반팔 티셔츠였는데,

안그래도 편하게 입고 돌아다닐만한 티셔츠가 필요했기 때문에, 옷을 팔고 있던 알바로 보이는 여성 분께 사이즈를 물어봤습니다.


그 여성분은 이미 L사이즈는 모두 팔렸고 M 사이즈 밖에 없다며, 이거라도 가져가시겠냐고 물어봤던거 같습니다.

근데 그 말투며 표정이며 눈길이며 하는 것들이, 되도록이면 너는 이걸 안사가는게 낫지 않겠느냐는 기색을 띈 것 같았어요.

보통 입는 사이즈보다 작긴 했지만, 어짜피 집에서만 입고 돌아다닐거면 상관없겠다 싶어 15000원인가를 주고 티셔츠를 사들고 집에 왔습니다.



집에 와서 포장을 뜯어 머리를 티셔츠에 들이미는 순간부터


아차,


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그 티셔츠는 여성 사이즈 기준으로 M이었던거죠.

머리를 어영부영 티셔츠 밖으로 빼봤지만 곧 양팔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한쪽 팔을 완전히 집어넣으면 나머지 팔을 반대편 구멍으로 집어넣기 어려운 지경이었습니다.

대충 옷을 몸에 맞추고 거울을 봤는데, 그 몰골은 제 입장에서 분명 비극이라 할 만하나, 객관적으로는 완벽하게 희극이었습니다.

가끔 코메디 프로그램에서 다 큰 어른들이 꼬맹이들 옷을 입고 나와서 이상한 개그를 치곤 하죠.

심하게 작은 상의를 입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은

첫째, 옷이 상체를 다 가리지 못해서 배 부분이 노출된다

둘째, 팔을 완전히 내리지 못한다.

셋째, 어깨가 심하게 작아보이는 동시에 머리는 심하게 커보인다

등으로 정리할 수 있으며, 제 자신이 그런 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시금 희극인들의 노고를 생각해보게끔 만들 정도로 안타까운 것이었답니다.



혹시 옷이 늘어났을 수도 있으니 이걸 바꾸러 갈 수도 없고, 아마 바꿔주지도 않았겠지만,

나중에 혹시나 여자친구 생기면 그녀에게 선물하자는 마음을 먹고 고이 옷을 접어 비닐 포장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작년 겨울 쯤,

체육관에 운동하러 갈 때 입는 간편한 반팔 티셔츠를 찾고 있었는데 쓸만한 녀석은 다 빨래통에 들어가 있어서 가져갈 놈이 안보이는 겁니다.


그 기간동안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여자친구는 생기지 않았고, 때문에 그 옷의 존재도 잊고 있었는데 옷장을 뒤적거리다가 묻혀있던 그 놈을 발견하고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장을 뜯어 다시 한 번 입어봤습니다.


세상에 머리가 들어갈 때 고생을 좀 한 것을 빼고는 상당히 편하게 입을 수 있더군요.

물론 옷을 착용했을 때 가슴 부분이 살짝 끼는 감이 있었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팔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할 수 있었고, 결정적으로 옷이 상체를 다 가리는게 아니겠습니까.

팔을 완전히 쭉 뻗어서 이리저리로 움직이면 옷의 밑부분이 따라 올라가 살짝 배꼽이 보이기도 했지만, 예전에는 아무리 당겨도 배를 완전히 덮지 못하던 옷이 이렇게 변한게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정확하게 말하면 변한건 옷이 아니라 제 몸이었죠.

운동을 하다보니 몸무게 자체가 줄었고, 살들이 근육으로 변하면서 몸의 면적이나 부피가 많이 줄어든 듯 했습니다.


안그래도 머리가 큰 편이라 그 옷을 입고 있으면 머리는 더 커보이고 어깨는 더 좁아보이는 효과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운동을 하면서 땀이 뻘뻘 나면, 어떻게 해도 보기 좋은 꼬라지가 안나오기 때문에 가끔 체육관에 가거나 집에서 빈둥거릴 때 그 옷을 입고 있습니다.


여기서 작은 사이즈의 옷을 입고 싶어 고민이신 듀게분들께 약간의 조언을 드리자면....

운동을 해서 근육을 만드는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겁니다.


제가 한 때는 운동하기 전 몸무게보다 10kg정도가 덜 나갈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살아봤자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예전 방만한 생활로 돌아와 운동할 때는 운동하고 쳐먹을 때는 열심히 쳐먹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창 말랐을 때보다는 4~5kg 정도가 더 나가는 몸이 되었죠. 그러니까 운동하기 전 몸무게보다는 5~6kg 정도 덜 나가는 상태인 겁니다.

그 4~5kg의 감량 만으로 상의 사이즈가 한 치수 이상 줄었고 허리 사이즈는 3~4인치 정도가 줄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가장 말랐을 때의 보다 4~5kg이 늘었지만 그 때 맞았던 옷이 지금와서 작거나 하지 않다는 거에요. 그 때나 지금이나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똑같은 몸무게라도 근육으로 이루어진 몸이 부피가 덜 나간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된 것이죠.

저는 웨이트보다는 유산소를 주로 하는 운동을 해서 기본적으로 몸의 부피가 많이 줄기도 했지만, 운동을 하게 된 과정에서 자리잡게 된 근육들은 나름 무게가 나가는 것인데도 겉으로 볼 때에는 별로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는 예뻐보이기 위한 것 아니겠어요? 고도비만일 경우에는 체중계에 보이는 숫자 자체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몸무게가 자체의 증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죠.

가끔 술많이 먹고 다음날 몸무게를 확인해보면 술병이 나서 1~2kg 정도 줄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날씬해보이진 않죠. 숫자의 다소간 변화는 보이는 것에 있어 결정적인 차이를 나타내진 않습니다.


하지만 몸무게를 많이 줄이지 못했다고 해도, 장기적이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몸을 만들었을 경우에는 주위에서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리고 그런 몸이 되면 하루 이틀정도 많이 먹는다고 해서 몸무게가 금방 늘어나지도 않습니다. 일정한 평형상태에서 유지가 되죠.




마지막에 뜻하지 않은 다이어트 강좌로 이어졌지만 하여튼 제가 이 경험을 통해 느낀 점 두 가지는....




운동해서 내가 티셔츠를 입는 것 보다는 여자친구를 만들어서 그 친구에게 선물로 줬다면 훨씬 더 좋았을텐데....

그리고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머리 크기는 줄어들지 않는구나....


라는 겁니다.



아, 참으로 깔끔하면서도 교훈적인 마무리가 아닙니까?







    • 저는 12년전의 청바지를 아직도 보관중입니다, ㅜㅜ
      저걸 입어야 할텐데,,, 점점 더 그런 희망이 사라져갑니다,,
    • 그러고보면 판 사람이 원수가 아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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