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독서모임] 위건 부두로 가는 길

9시 직전에 자리에 앉은것 같은데 첫화면의 재미있는 사유리 게시물을 잠깐 클릭하다보니 어느새 9시 15분 >_<

 

오늘도 느슨한 독서모임은 느슨한게 시작합니다. 헉;

 

 

 

오늘 이야기 나눌 책은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입니다.

 

 

전  조지 오웰을「동물농장」과 「1984」의 작가로만 알고있었는데 알고보니 사회주의자였군요.

 

사회와 계급에 대한 여러가지 통찰들을 보고있자니 「동물농장」과 「1984」같은 문제적 작품이 그냥 아무런 맥락없이 툭 튀어나온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는 탄광지대에서의 조지 오웰 자신이 보고들은 경험담을 담고 있구요.

 

2부는 노동자 계급에 대한 체험과 자신의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 사회에서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무엇을 추구해야하고 무엇이 부족한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작품은 아니지만) 멋진 신세계 라던가.. 동물농장, 1984 같은 느낌의 소설들을 읽었을때, 이 책들이 1900년대 초반,

 

과장을 조금 보태면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 쓰여진 작품들임에도 생생한 현대를 다루고있다는 느낌이 들어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책 위건 부두로 가는 길 또한 현대, 특히 현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놀라웠습니다.

 

특히 최근 느슨한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나 「가난한 이의 살림집」을 읽을때 했던 고민들,

 

최근 FTA 문제나 쌍용차, 한진중공업 문제 같은 실업에 대한 이야기,

 

하다못해 오늘의 서울역 노숙자 이야기를 바라보며 들었던 생각과 고민들의 일부가 이 책에 함축되어 있다는 사실에,

 

무려 70여년 전에 조지 오웰이라는 훌륭한 작가가 고민하고 이야기했던 문제들과 2000년 대한민국의 고민이 어느 통하는 면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음... 이쯤 썼는데 아직 아무도 댓글을 안달아주셔서.. ;_;

 

계속 써야겠네..

 

 

 

기억에 남는 문구 몇가지를 표시해 두었는데 적어볼께요.

 

"탄광의 여건이 지금보다 열악했던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젊을 때 땅속에서 허리에 마구 같은 띠를 차고 두 다리를 사슬로 이은 채, 팔다리로 기고 광차를 끌며 일하던 할머니들이 아직도 더러 살아있다. 그들은 임신한 상태로도 그런 일을 하곤 했다. 나는 심지어 지금도 만일 임신한 여자들이 땅속을 기어다니지 않으면 석탄을 얻을 수 없다고 한다면, 우리가 석탄 없이 살기보다는 그들에게 그런 일을 시키리라 생각한다."

 

 

" '자산조사'에 대한 논란이 한창일 때,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매주 필요한 최소한의 수입에 대한 역겨운 공개 논쟁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일군의 영양학자들은 5실링 9와1/2페니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그 뒤 그들에겐 한주에 4실링으로 먹고산다고 주장하는 편지가 빗발쳤다"

작년이던가요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가 한창 있을때, 바로 이 역겨운 공개 논쟁이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지요. 4실링으로 먹고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편지가 빗발친것까지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 싶었습니다. 100년 동안 우리는 무얼 한걸까요?

 

 

"노동 계급의 가정에서는 다른 데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따스하고 건전하고 인간적인 공기가 있다 - 중략 - 이런 정경은 전쟁 이전만큼은 아니어도 다수의 영국인 가정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그런 가정이 얼마나 행복한지는 아버지가 실직했느냐 실직하지 않았느냐에 달려있다."

양심에 손을 얹고 고백하건데, 쌍용차 한진중공업 문제를 바라보면서 그들 실직자를 지지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저렇게까지 고통스럽게 투쟁을 계속해야할까라는 생각을 조금은 했었어요. '차라리 포기해버리고 막노동이라도 하는게 가정과 자신을 위해서 행복한 일이 아닐까', '나라면 그냥 포기해버릴것 같다' 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실업이라는게 그런식으로 만만하게 해결되는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란한 한 가정을 순식간에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그런거겠죠. 실업이란...

 

"유감스럽게도 계급 차별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진전도 있을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이 없어지기를 바랄 '필요'는 있되, 그만한 대가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그바람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직시해야할 사실은, 계급 차별을 철폐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다."

2부 전체적으로 이런 논조의 이야기가 계속 되었는데 정말 많이 공감했습니다. 사람은 평등하다, 평등할 권리가 있다, 다같이 잘살자, 말들은 어느 하나 어려운게 없어요.

하지만 막상 현실이 되면....  사소하다면 사소한,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사소해보이는 그러나 가장 극단적으로 이걸 보여주는게 최근 있었던 아파트 경비원들의 최저시급 100% 지급에 관한 이야기 인것 같습니다. 전 경비원 분들이 단순 경비직이라는 이유같지도 않은 이유로 최저 임금의 80%를 지급받는 다는 사실에서부터 놀랐습니다. 최저 임금이라는건 정말 말그대로 어떤 이유로도 깎을 수 없는 최저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아닌건가요. 여하튼, 이 80% 지급분을 100% 지급으로 변경하는데 관리비 부담이 크다는 기사를 몇개 언론에서 쏟아냈습니다. 직접 계산해본 결과 실제로 세대별 관리비가 3만원씩 오르게 되겠더군요. 다함께 잘살자는 말을 늘어놓는건 언제나 쉽지만 자신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자신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순간 모든 문제는 현실이 되면서 사람들은 급격하게 보수화가 되지요. 말로만 다함께를 외치던 사람들은 내가 외치던 다함께가 정말 나의 취향, 나의 소비를 희생할 수 있는 다함께인지 고민해야할 것이고, 최저 임금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우리 사회가 이런 부담을 실제로 누군가에게 부과하지 않는이상 구호는 구호일뿐이라는걸 이해해야만 할것 같습니다.

    • 1부의 관찰도 놀라웠지만 2부의 고민들이 좀 와닿더군요. "왜 사회주의자들은 환영받지 못하는가" 현대의 좌파로 치환해서 생각하게 되더군요. 오웰이 말하는 건 어떤 이미지? 교조적인 분위기? 를 지적하는 것 같았어요.

      아 1부에서 인상깊었던 것. 그 당시 영국의 빈민 복지가 현대의 한국보다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주택 문제에서 말이죠.
    • 1937년도 영국탄광지대를 다루고 있는데 21세기 대한민국 사람인 제가 갖고 있는 경험과 공감되는 면이 많았어요. 작가의 통찰력도 뛰어나고, 세상의 본질은 별로 안 바뀌는 건가 싶고 그래요.
    • 지난 번 '가난한 이의 살림 집' 당연히 생각이 나죠.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너무나 리얼하게 그리는 그 하숙집 정경은 영국ver. 가난한 이의 살림 집...
      예전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읽을 때 정말 먹먹했던 기억이 납니다. 거의 100년
      전 영국과, 오늘의 4천원 인생들을 생각하면 고삐 풀린 자본주의란게 어떤건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 읽다가 마지막 장만 남겨두고 급히 뛰어왔는데 다행히(?) 이제 시작이군요.

      전 일단 너무 재미있게 읽혀서 깜짝 놀랐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동물농장이나 1984에도 유머가 살아있었지, 싶긴 한데, 초딩-중딩 때 읽었던 거라^^; 밑줄도 엄청 쳐 가면서 읽었는데, 처음엔 웃긴 부분도 밑줄을 긋다가 나중엔 하도 많아서 웃긴 부분들은 밑줄을 생략할 수밖에 없었어요.
    • 그런데 천개의혀님, 주택 문제에서 당시 영국 빈민 복지가 현대 한국보다 좋은 것 같다는 말씀이... 지금 한국에 사는 어떤 사람들은 오웰이 묘사한 것 같은 다 쓰러져가는 "돼지우리"에서 살고 있다는 건가요? 제가 잘 몰라서요.
    • 당시 슬럼가의 노후된 주택들에 대한 얘기는 저도 인상 깊었어요. 세입자 대부분이 광산노동자들인데도 불구하고 욕실을 갖춘 곳은 절반도 되지 않고, 화장실 가려면 집 밖으로 나와 이백미터를 걸어가야 하는 경우도 흔하고, 심지어 창문도 열리지 않는(지속적으로 광산을 파내려가다보니 지반이 기울어서 집들의 문틀, 창문틀이 죄다 휘어져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는) 등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묘사에 혀를 차면서도, 주택난이 워낙 극심하다보니 그런 주택이라도 구하기가 어렵고 당국이 그런 주택들을 철거하고 새로운 주거지를 짓는 속도는 더딘데다가, 그 새로운 주거지(직장인 광산으로부터는 멀리 떨어져 출퇴근이 고달파지는)는 정작 거주민들로부터 환영받지도 못하고, 당국으로부터 주거부적합 판정을 받은 집의 주인들은 어차피 철거될 건물이니 더욱더 집수리를 외면하고 집은 정말이지 인간이 살아가기에 너무나 열악한 지경이 되어가는 일련의 상황묘사에서는 우리나라 철거민문제도 떠오르고 했어요.
    • 아, 맞아요,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공간이 대량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예산을 이유로 정작 건설은 못하고, 그런 한편 호화 청사가 올라가는 광경 그런 건 참 익숙하게 다가왔어요.
    • 음 오해를 살만하게 써놨네요. 슬럼을 없애고 신축 주택으로 이주시켜도 빈민들은 슬럼을 그리워한다 는 대목에서 오히려 현대보다 주택복지가 이루어지는 그 당시의 도시에서 더 잘된 것 같다는 인상? 정도였어요. 개인의 거주구역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게 이주 빈민들은 싫었겠지만요. 요즘은 갑갑하더라도 깨끗한 새집에 들어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니깐요.
      • 물론 도시에 따라 주택 복지의 편차가 크다고 책에도 나와있던 기억이.
    • 슬럼을 헐고 새로운 주택단지를 조성하면 기존의 세입자들이 들어가기엔 비싸고 소규모 상인들의 경우 보상문제도 있고 새 주택 단지 내에서 영업권을 보장받지도 못하고 해서 노동 계급의 공동체가 소멸되는 문제였다는 얘기도 참 익숙하죠. 새 집이 집 자체로선 그들이 살던 곳보다 훨씬 낫지만 춥고 불편하고 "집 같지 않다"는 느낌을 주었다는 얘기.. 정말 지난 번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가난한 이의 살림집" 생각나네요.
    • '아무리 그래도 1930년대 영국보다는 우리의 환경이 낫지 않나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철거촌을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긴합니다.
      그래도 이 책에서 나온 환경은 영국 산업지대에 광범위하게 펼쳐졌던 문제이고 서울의 철거촌은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이니 전체적으로는 영국보다는 낫다고 말하고 싶네요. 그런데 그런 의미에서 영국보다 훨씬 작은 문제니까 훨씬 조금의 노력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고, 그러니까 좀 해결하자는 생각도 듭니다.
      철거민 문제를 잘 모르는데.. 철거민들 대부분이 영구임대주택 대상자로 받아들여지지 않는건가요? 궁금합니다.

      한편으로는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이 책에 나온것 처럼 자신의 생활 터전을 떠나야하는 문제, 도시 외각으로 떠밀려가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또 한편으로는 임대 아파트 단지가 들어왔을때 기존 마을 주민들은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현실도 떠오르네요..
    • 주택문제는 정말 여러가지로 "가난한 이의 살림집"을 떠오르게 하는군요.
      얼마전에 임대아파트 단지에서 혼자 살던 아저씨 한명이 죽은지 몇달만에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던것도 떠오르구요.
      임대아파트 단지에 아무래도 독거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 이러한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게되는 만큼 기존의 아파트보다 조금 더 공동체가 강화된 주택 양식을 도입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지난번 "가난한 이의 살림집"을 읽으며 했던 생각인데 또 떠오르네요.
    • 조지 오웰은 영국의 하층계급 생활자들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런던의 부랑자 시설에도 자발적으로 들어가 살아보고, 탄광지역에도 실제로 가서 살아보고 관찰해서 책을 쓴 거고, 그 이전에는 버마에서의 식민지생활을 바탕으로 버마시절이라는 책도 쓰고 카탈로니아도 그렇구요, 탁상공론이나 멋부리면서 하는 얘기들이 아니라서 설득력이 있어요. 그에 비해 저는 요즘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철거민 문제만 하더라도-에 관해 언론에 보도되는 것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반성이 됩니다.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너무 없고 그래서 작은 목소리조차 내질 못해요.
    • 천개의혀/ 그런 말씀이셨군요. 신축 주택들은 저 역시 인상이 좋았어요. 그런데 셰필드였던가, 신축 단지의 조성 속도를 얘기하면서 필요한 건 10만 채인데 지금까지 완공된 건 3천 채, 대강 그런 얘기에서 좋았던 인상이 싹 사라졌죠.; 많이 무력한 느낌이 들어요.

      레옴/ 공동체가 강화된 환경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중앙 통제에서 벗어난 방식이기 때문에 실현이 안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에서 연금 문제를 얘기하면서 복지 시스템이 가족을 갈라놓는 상황을 소개하던 것처럼요.
    • brunette/ '멋부리면서 하는 얘기들'을 조롱하고 깨부수는 게 그래서 굉장히 웃기고 통쾌하면서도 동시에 공격당하는 느낌도 있었어요. 자신도 지나온 부분이라서 그런 건지 정말 자비가 없죠;
    • brunette / 언론에 보도되는것 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현실을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핑계라면 핑계일 수 도 있지만, 모든 시간에 투쟁만 하면서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평범한 사람으로서 평범한 일상을 살기위해서 해야할 일들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까지 모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내가 판단하지 못하는 부분은 믿을 수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판단을 의탁하기도 하면서... 그러면서 해 나가야겠죠. 뭐 어디까지나 정도의 문제겠습니다만...
    • tnfeo / 그런 측면에 대한 노력과 배려만 있다면 통제하면서도 구조적으로 공동체를 강화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많은 건축하는 분들이 하는게 그런 공간에 대한 탐구잖아요. 하다못해 영구 임대 주택을 짓는다면 천편일률적이고 구획이 확실한 아파트 대신에 아파트라도 층마다 공유 공간을 만든다던가.. 크기는 좀 작아도 작은 마당이 존재하고 출입구를 공유하는 다세대 주택을 만든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건축하는 분들에게 재능기부를 받던가 돈을 주고 프로젝트성으로 다양한 주거를 실험한다던가 할 수 있을것 같고, 그런경우 그런 건축물 자체가 단순히 빈민촌이 아니라 예술적인 작품이 될수도 있을테고..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 저도 작년에 이 책 읽었는데 말씀하시는 것처럼 시공간을 넘어서 지금 우리 상황이랑 통하는 게 신기했어요. 우린 공동체 강화를 위해 각자 시간도 더 낼 수 있어야겠고. 타워팰리스 거주자들끼리 그렇게 잘 지낸다면서요.
    • 확실히 겪은 사람과 겪지 않은 사람은 차이가 있는것 같고...
      비록 조지 오웰 스스로는 상류층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직접 몸으로 부딪쳐 느낀 이야기들이라 다가오는게 다른것 같아요.
      읽으면서 요즘 생각했던 고민들 중에 몇가지 부분은 고민에 대한 확신과 방향을 얻은 느낌이라서 뿌듯했습니다.
    • 처음에는 위건 "부두"라서 부두 노동자로 일했나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1부가 다 끝나도록 부두 이야기는 안나와서 도대체 위건 부두는 어디야 라고 궁금해 했었어요. 아주 잠깐 지금은 흔적도 잘 남아있지 않다고해서 의아해했었는데.. 뒤쪽에 해설에 그 의미가 나와있더군요. 일종의 상징이겠지만 영국에 간다면 위건이라는 도시와 위건 부두라는 곳을 한번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잠시 다음 책은 이야기. 다음 책은... brunette님께서 지난번에 카탈로니아 찬가를 이어서 읽으시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시긴했는데..
      규칙에 따라 천개의혀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괜찮겠지요?
      • 예, 저도 천개의혀님의 추천을 받는 게 좋습니다. 독서모임을 하는 이유가 자신의 안목 외에 다른 시선을 통해 책을 고르는 즐거움에 있잖겠어요.:-)
    • 레옴/ 본문에 적으신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 해고자복직투쟁에 관해서는 저도 복잡한 심정이 들었습니다. 176억이라던가요, 하여간 그 정도 배당이익을 내고도 해고를 감행하는 기업에 대해 당연히 복직을 요구해야겠고, 그 분들은 그 직장을 잃으면 지금까지와 같은 생활은 포기해야 할 테니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으리라 생각해요. 그럼에도 제가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우선 그분들과 처한 입장이 달라서, 제가 아직은 그분들만큼 절박하지가 않아서 그런 것 같고(결국은 입장의 문제가 아니겠나 싶어요), 만약 김진숙 지도위원이 원하는대로 전원복직이 이루어지고, 이번에 선출된 현대차 강성노조가 요구한대로 비정규직이 전원 정규직화된다면 그 이후에는 어떤 얘기를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고를 하는 상대에게는 복직을 이야기하면 되고, 비정규직화하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정규직화를 외치면 되는데, 그것이 이루어지고 난 후, 혹은 본질적으로, 그들이 지향하는 세상은 어떤 걸까 싶었어요. 저는 현대차 노조의 이번 발표(비정규직 직원 전원 정규직화 요구)를 보면서 '앞으로 생산직 신입은 아주 오랫동안 안 뽑겠구나'하는 생각도 반사적으로 들었어요.(실제로 울산의 공장들에 가보면 이미 젊은 생산직 근로자는 얼마 없고 40대 중반 정도가 보통이죠.) 물론 그들은 모두가 정규직이고, 아무도 부당해고 당하지 않고, 그러면서 임금은 꾸준히 상승하고, 고용도 계속 늘리도록 요구하겠지요. 경영진의 이익을 줄여서 말이에요. 저는 입장을 떠나서 그런 것이 가능한 일인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어요. 차라리 전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만성적인 실업상태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걸 인정하고, 조지 오웰이 '실업수당'이라고 말한 것-저는 140쪽 주에 나오는 더글러스가 주장한 '국민배당' 혹은 '기본소득'이라는 표현에 더 끌리지만-을 국민 대다수가 받으며 약간의 땅을 제공받아 가족을 위해 채소라도 기르며 사는 삶이 보편화되면 어떨까 싶기도 하구요. 그런 세상이 오기까지의 중간 단계로서 그들의 복직투쟁을 지지하지만, 근본적으로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통해 노동해방 나아가 정의와 자유를 얘기하는 것과 제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아요.
    • 이 책을 읽으면서 70여년의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많다는데에서 많이 놀랐는데요. 반대로 1937년 영국과 2011년 대한민국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도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영국은 신분이 고착화된 신분사회라는 점이 현대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계급에 따른 문화 차이도 큰 편이구요. 어느 정도 자신의 계급을 자랑스럽게 느끼고 (자랑스럽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문화가 정겹고 익숙한것으로)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근대화 이후 귀족, 평민이라는 신분제도도 존재하지 않고 최근 고착화되고 있긴 하지만 영국에 비해서는 계급 이동이 활발하다는게 차이점인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책이나 연구에서도 증명하듯 그 덕분에 평등의식도 높은 편이구요. 이것이 우리 사회가 1930년 영국에 비해 갖는 장점이자 단점이자 특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평등의식이 높고 계급 이동이 비교적 활발한 것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실제로 우리나라가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룩한 원동력도 이러한 평등의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이러한 평등의식 속에서 점차 계급이 고착화되면서 개개인과 사회가 내부적으로 겪는 갈등도 커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신적으로는 모두 평등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평등해지고자하는 욕구가 강한데 현실의 계급은 점차 고착화되면서 이상과 현실의 격차가 커지고 이러한 격차가 커질수록 사람들이 얻는 스트레스도 커지기 마련이니까요. 최근 우리가 겪는 많은 신경증적인 사회증상들의 이면엔 이러한 원인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 저는.. 킹스스피치를 볼 때도 같은 느낌이었는데, 대체 영국 인민들이 어떻게 로열 하이니스니 왕실이니 공주마마니 하는 역겨운 것들을 여태 유지하고 있는지가 잘 이해가 안 돼요. 그럼 우리나라는 과연 평등의식이 높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구요. 그렇다고 계급의식이 강한 것도 전혀 아니고 이래저래 기존체제와 교육, 매체를 통한 의식 세뇌가 심하달까요. 예를 들어 노동자라면 노동자의식이 없는 게 아니라 반노동자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의식화도 중요하지만 우선 탈의식화부터 먼저 되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요.
    • 사회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이들과 사회주의 정당에 대해 가열차게 까는 장면은 좀 재밌었어요.
    • brunette / 그 비판을 그대로 지금 우리의 좌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것 같다는게 웃기기도하고 슬프기도하고.. 뭐 그렇더라구요.
    • 위에 말씀하신... 어디까지가 가능한 것인가.. 하는 부분은 참.. 그렇죠.. 아무리 말로 잘해봐야 현실에서 가능한것이 어디까지인가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안하느니만 못한것 같기도하구요.. 해고나 정규직화는.. 노조에서 해고 하지 않고 대신 조금 적게 받고 조금 적게 일하는 일자리 나누기 방향으로 간다면 어느정도 절충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해봅니다. 국가에서 기본적인 의료나 교육, 최소한의 의식주 정도는 보장해준다면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데에도 조금 여유가 생길테구요. 사실 돈을 아득바득 버는데에는 언제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위험이나 부담이 크기 때문인것도 있으니까요. 기본적인 부분이 해결된다면 조금 덜 벌고 대신 조금 더 여유를 찾는 생활도 가능할텐데 말입니다.
      생산수단의 사회화라는건... 그리고 그런 의미의 사회주의라는건 이미 실패한 실험이라고 봐요. 사실 최근에 좌파라고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자유 시장 경제에 대한 부분은 어느정도 인정하고 들어가는것 같구요. 저도 그게 맞다는 생각이고, 그 안에서 좀 더 인간다운 길을 모색 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 본문에 적으셨듯이 경비원들의 최저임금 보장을 위해 우리 관리비에서 3만원 추가지출하는 것에도 인색한 것이 인간 아니던가요.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 고용을 늘이기 위해 노조에서 어디까지 자신들의 욕망을 포기하고 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걸 저같은 인간이 요구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요.
        기본소득 개념에 관해서는 몇 년 전부터 사회당 브로셔나 녹색평론 같은 데서 간간이 읽으면서도 거의 동화책 속 요정들 이야기보듯 했지 싶어요. 지난 9월, 금민(현재 기본소득 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자 2007년 사회당의 대통령후보였던)의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연을 들으면서도 이건 정책강령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사회이론에 가까운 것 같다고 생각했구요. 그런데 문득 제 상상력이 너무 빈곤한 건 아닌가 싶더라구요.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계층에서는 4대강 운하처럼 황당한 개념들도 막 현실화시켜버리는데, 저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그리고 기본소득을 한국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에 관해 지레 포기했던 건 아니었는지. (물론 사회당이 후보로 나온 경우, 저는 그쪽에 투표하긴 했어요. 다만 속으로부터 그게 실현되리라는 믿음은, 그런 상상력은 없었다는 얘기에요.)
        참고로, 녹색평론에 실린 기본소득 관련 자료들입니다. http://www.greenreview.co.kr/
    • 막연하게 책이나 영상물로 접했던 '노동자'와 제가 실제로 만나본 분들은,-당연하겠지만- 많이 달랐어요. 저는 사회주의 운동을 했던 건 아니고, 다만 배우자의 직장을 따라 공장이 많은 울산에 가서 십 년을 살면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분들과 그 가족분들을 만나게 됐고, 또 최근 4년간은 시골에 내려가 살면서 역시 한국사회의 비주류 계층이랄 수 있는 농업/어업 종사자분들과 가까이에서 지냈어요. 울산 지역은 과거 노동운동에 투신하셨던 분들이 지금은 다양한 사회문화운동으로 퍼져나가셨기 때문에 소규모이긴 하나 시민단체들도 굉장히 많아요. 공장과 시골의 육체노동자분들과 노조나 전교조 등의 사회주의 운동 혹은 시민운동 하시는 분들, 그리고 사회당, 민노당, 진보신당 당원분들을 보면서 모종의 감정을 느껴왔으나 그런 얘기 하면 재수없어 보일까봐 어디가서 차마 얘기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조지 오웰의 거침없는 필력에 속이 좀 시원하긴 했어요.
    • 실은 진보주의자인 연하다가 실제로 노동자 계급과 접한 후 바로 태도를 바꿔 보수주의자, 파시즘 추종자로 변하는 사람으로 비칠까봐, 아니, 실제로 제 자신이 그런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일까봐 좀 두렵기도 했어요. 지금도 자괴감이랄지 무력감이랄지 하는 감정이, 그 사람들과의 거리감을 결국 좁히지 못했다는 데서 가끔씩 속에서 치고 올라와요.
    • 슬슬 자러갈까 하고 있었는데..
      brunette님께서 실제 노동자분들을 만나고 바뀐건 어떤 부분인지 궁금해요. 바뀐 이유라던가..
      실제로 노동자 계급과 접하고 바로 태도를 바꿔 보수주의자로 바뀌셨다는 부분이요.. 어떤 이유 때문인지 궁금해지네요...
    • 아니, 제가 보수주의자로 바뀌었다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는 않았고, 제가 그럴 만한 계급도 못돼요. 다만 조지 오웰이 이 책에 고백해놓은 것과 비슷한 상황을 저도 여러번 겪었다는 뜻이었어요. 조지 오웰이 냄새 얘기 하잖아요. 실제로 제 아이가 최소한 몇 주 정도는 씻지 않았음이 분명한 친구를 집에 데려왔을 때 제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행동은, 목욕물을 받아놓고 "야, 오늘은 남자애들끼리 같이 물장난이나 치며 놀아라"하는 정도였어요. 어릴 때는 먹히지만 학년이 올라갈 수록 '냄새'로 대변되는, 가정문화의 차이(아, '계급적 차이'라는 식으로는 도저히 못 적겠어요)는 극복하지를 못했어요. 그건 하나의 아주 작은 예일 뿐이고요, 그런 식의 차이와 이질감이 느껴지는 경우는 그외에도 많았어요. 말투, 식단, 여가를 보내는 방법, 부부관계의 양상, 가정폭력의 수위 등에서 다르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고, 그러다보니 정치사회적 사안 가지고는 지지할 수 있어도, 가족끼리 허물없이 어울릴 정도로 친해지진 못했던 것 같아요.
      제 무력감과 좌절감을 자극했던 사안은 주로 아이들과 관련된 것인데, 잘 이해하실지 모르겠어요. 가령 작은 규모의 시골학교에요.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고 인원은 대략 8명에서 9명을 왔다갔다 하는데 그 애들이 6년 내내 한 반으로 죽 같이 가요. 그 중에 절반은 여자, 절반은 남자아이라 치면, 내 아이가 주로 어울려노는 아이들은 같은 성별인 아이들 그러니까 고작 4명일 건데 그 중에 대장먹는 아이 하나 있고, 다른 한 명은 지적장애가 있거나 필리핀사람 엄마를 두었거나 하여간 무슨 연유에서건 따돌림을 받는 아이고, 또 하나는 대장먹는 애 밑에 들어가 꼬붕짓을 하는 아이란 말예요. 나머지 한 명은 제 아이인데 대장노릇할 깜냥은 못돼고 그렇다고 따돌림 받고자 하진 않으니까 그 반 대장 밑에 들어가 같이 왕따짓을 하는 걸 제가 목도하게 되면, 예전에 작은 규모의 학교에 대해 품고 있었던 환상 따위는 죄다 날아가버리고 마는 거에요. 그러면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라던지, 그래도 나는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겠어 라든지 하는, 뭐 그런 생각은 사회주의하고는 상관도 없는 거지만 하여간, 그런 마음들이 무너지죠.
      권정생 선생 못지않게 한국의 외진 곳에서 묵묵히 노동하시면서 이웃들과 소통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간혹 직접 뵙기도 해요. 정말 존경스럽죠. 그런 분들이 현실에 계신 걸 아니까, 저는 제가 머물던 지역사회에 제대로 속하지 못했다는 열등감 같은 게 들기도 해요. 그렇지만 조지 오웰이 얘기하는 것도 무슨 얘기인지 알겠다는 뜻이었어요.
    • 아, 뜬금없지만 질문 하나 있습니다. 256쪽 아래 주에 나오는 "카렐 차페크"라는 사람 있잖아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체코 작가 가운데 한 명인 카렐 차페크는 SF 희곡인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로봇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설명이 되어 있는 사람 말입니다. 이 사람 이름을 딴 유명한 (홍)차 브랜드가 있잖나요? 예쁜 패키지에 담긴 홍차들과 티팟, 머그컵 같은 것들도 나오고 하는, 아마도 일본 브랜드요. 둘 사이에 무슨 관계라도 있나요. 제가 추정하는 것은 카렐 차페크가 썼던 동화들의 캐릭터를 이 브랜드에서 차용해서 그림으로 그려붙인, 그런 연관이 있나 싶어요.
    • brunette / 일본 홍차 회사 카렐 차펙의 사장이자 그림책 작가인 야마다 우타코가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를 굉장히 존경해서 이름을 따다가 회사 이름을 지었대요. ^^

      느슨한 독서 모임에 참여는 못하고 있지만 늘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 어린이의 정경/ 와, 고맙습니다.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야마다 우타코란 분은 찾아보니 재밌게 사시는 듯해요. *알라딘의 저자설명 : "일본 아이치 현에서 태어났습니다. 리츠메칸 대학 산업사회학부를 졸업한 후, 도쿄 도내에서 카페 카렐을 경영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그림책 작가, 해외 작품 번역 등의 작품 활동을 통해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였답니다. 그린 책으로는 『맛있는 홍차가 있는 삶』『즐거운 밀크티 책』『홍차를 좋아하는 사람의 메뉴북』, 옮긴 책으로는 『타샤 투더의 마더구스』 등이 있습니다. 최신작은 <심부름센터 시작합니다>." 이 분 회사에서 나온 컵들이 비싸긴 한데 참 예뻐요. http://teapowder.com/front/php/product.php?product_no=3622&main_cate_no=&display_group=
      카렐 차페크의 소설과 동화들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 댓글들 잘 봤습니다.

      많은 생각들이 나네요.
      오웰 선생의 글들은 확실히 논쟁적이긴 합니다. 이래저래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줘서 좋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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