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그리고 노무현에 대한 기억

노무현이란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고3 때였습니다. 박현욱의 <동정 없는 세상>에 나온 한 일화로 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책에서 유일하게 건질만한 부분이었죠. 책 자체는 이도 저도 아닌 포지션의 책이었거든요


노무현이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그 당시 고3이었던 아들에게 한 말에 대해 나오더군요.


얘야, 대학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대학 안가면 어떠냐 나중에 우리 둘이 빵집이라도 하면 되지.


라고요.


정치인의 거짓이나 위선으로도 볼 수 있지만 저 문구를 읽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게 제가 노무현이란 이름을 알게 된 계기입니다. 역사의식도 없었고 지역감정에 대한 이해도 없었고 식견도 없던 저였지만, 저 일화로 그에게 호감을 느꼈고 태어나 처음 가진 투표권을 그를 위해 썼습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정치적 행보를 걸어왔는지는 당선된 이후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죽었습니다.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욕하고, 그렇게 죽게 만든 뒤에는, 정치인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하는 대신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서야 이 나이에 말입니다.


노무현이 좋은 정치인인가? 그건 모르겠습니다. 계속 생각해봐야겠죠. 못한 점은 계속 비난하게 되겠고요. 다만 빠에선 벗어나고 싶은데, 말년의 실수로 돌아서게 만들 계기는 안주네요.


고인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 글 또한, 반가운 마음에 구매했다 실망했던 시사in 노무현 특집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느낌의 박제된 신화로 만드는 류와 같은 실수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과거의 실수를 돌이킴과 동시에 대통령 이전의 노무현을 기억하기 위해 올립니다. 글이라도 잘 썼으면 좋았을 것을.

    • 대통령 이전의 노무현... 이름 석자만 떠올려도 눈물이 납니다. 대통령 5년의 시간, 그리고 그 이전의 삶. 그의 인생이 보여주는 노무현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뜨거운 사람이었죠. 뭉클하네요.
    • 노무현 재단이고 현재의 친노세력들을 보면 사후에 남겨진 "노무현 정신"이란 뭔지 혼란스럽습니다. 87년 세대들인 그들에게 기억된 노무현이란 인물이 박종철이나 이한열과 같은 민주투사일 뿐이었던건지.
      노무현을 따랐던 많은 동지들이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체결, 대연정 이후로 떠나갔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노무현을 이해하는 것은 측근이었어도 정말 어렵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는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죠. "경제적 이익"을 앞세운 이명박을 결국 막지 못했다는 건데요. 그것이 시사하는 점은 단지 "선의"만으로는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거예요.

      제가 수능을 봤던 2006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있었던 2005년, 그 해 11월은 추웠던 수능일 날씨와는 달리 황우석 사태로 후끈했었네요.
      당시에 묻지마로 황우석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 수백억 들여가며 연구소 지어주던 정치-행정 인물들, 거기에 혹하여 수의예과에 원서를 써서 냈던 학생들. 저도 그중의 하나였죠.
      유명한 인물중에 황우석에 대한 지지를 번복하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죠. 시일이 지나고 나중 일이 어찌 될 줄 알고 그렇게 호언장담들이었을까...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나 각 신문사 타이틀만이라도 보려고 했는데 경향일보와 한겨레는 무료로는 지원하지 않고 조선일보만 조회가 가능하네요.
      추억을 꺼내는데도 이렇게 씁쓸해서야.
    • 허튼가락/ 아마 다른 이유로 맞은 거겠죠. 좀 재수왕 싸가지 없게 빈정거렸다던지

      헬로시드니/ 전 이런식의 감상적 후일담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 노무현이 정치인이었기 때문이고 대통령이었기 때문입니다. 빠님들 입장에서는 짠~ 해지는거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지만 그건 특정한 사람들의 집합 속에서만 교감이 가능한 일임을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위에 달린 두 댓글이 증명해주고 있는바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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