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님의 ≪태평양 횡단특급≫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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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떠올리면 괜시리 뭔가 쌉싸리한 느낌이 들게 만들던 사람. 언젠가부터 듀게는 왠만하면 빼놓지 않고 눈팅하고 있었지만, 그 주인장인 듀나님에 관해선, ㅡ사실 뭐 딱히 아는 게 없었죠. SF 소설가, 영화 평론가. 그치만 읽어봤던 듀나님의 소설이라곤 작년 학기 수업중에 읽게 됐던 단편 <첼로>가 전부였으니까요. 그전엔 시사? 사회? 관련 칼럼 몇 개 정도 읽은 게 전부고... 여성부에 툭툭 시비나 걸어대는 찌질한 남성들에게 일갈을 가하던 칼럼이 기억에 남아있군요.
게다가 듀나님이 좋아라하는 영화들과는 취향의 궤도가 좀 어긋나있는 편이고... 사실 영화는 제가 딱히 깊숙히 파지도 않으니까요. 흠. 그리고 애초에 넷상 본인의 정체성은 그 뿌리를 어딘지 밝히고 싶진 않은 어떤 곳판갤에 깊숙하게 박아서 자라왔기에... 음. 뭐라 콕 집어내긴 어려운 건데요. 그러니까 말해보자면 듀나님은 '잘 모르지만 괜찮으면서도 뭔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식의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그 개인 특유의 스노비즘, 이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그런 게 '오 좀 멋진데?' 싶으면서도 판갤러 혹은 디씨인 특유의 삐딱한 마인드로 'What the?' 싶기도 했던 거죠. 근데 어느새 판갤은커녕 디씨는 들어가지도 않게 되었네요. 이 제가. 우왕...
그리고 얼마 전에 처음으로 듀나님의 소설을 읽었어요. 듀나님의 첫 소설집 ≪태평양 횡단특급≫. 다 읽고나니, <첼로>와 그 외의 여러가지에서 느꼈던 (사실 뭐 막연한 선입견-느낌이었겠지만) 듀나스러움의 물결들이 파도가 되어서 밀려오더라구요. 듀나님이 아마 한국 SF 작가의 1세대가 아닌가요.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형용하는 것이 함유하고 있는 일종의 연속성에서, 듀나님의 글은 뭔가 아득히 벗어나있는 것 같았어요. 중력의 궤도를 도는 위성이나 행성들이 아니라, 번뜩거리는 혜성과도 같은.
나꼼수의 몰매 속에서도 진중권을 취향하듯, 듀나님도 뭔가 비슷한 느낌이에요. 삐딱성이라고 해야하나, 주류 속의 비주류성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걸 사유할 수 있고 글로 쓸 수 있는, 이 참으로 유니크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지난 세월의 지독한 지질함으로 푹 익어버린 본인으로선, 절대 저분들과 같이 될 수 없으리란 것을 알기에 동경하는 한편으로, 취향해요. 그런 글들과 그런 사유들을. 최근작은 어떨지 궁금하지만, 이거 읽은 뒤론 또 손을 안대고 있네요. 뭐 와우북에서 질렀던 책들은 아직도 가득해서... 그리고 어제 드디어 거울 2007 단편선 ≪비몽사몽≫을 다 읽었거든요. 페이스가 좀 떨어져서 꽤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죄송하지만, 전 듀나님보단 김보영의 따스함에 더 마음이 가는 것 같네요. 그러니까 저는, 그런 사람일테죠. 지질지질. 꾸물꾸물. 하하.
그래서 땅에 발을 붙이고 별과 달을 바라보는 거겠죠. 오늘은 구름이 가득했던 것 같아요.
그나저나 이걸 듀게에... 이전처럼 감상평이라고 올려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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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전처럼 썼는데... 괜히 찔려요. 으잉...
그러니까 듀나님 소설도 많이많이많이 좋지만, 보영느님이 더 좋은 걸 어떡해요... 아아 보영느님...
더 쓰면 변명 안하느니만 못하겠군요. 도발 같은 거 아닙니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