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수가 될 것인가.

흔히 나이를 먹으면 보수적이 된다고 합니다. 정치적 지지도 보수 성향이 되고. 그래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머리가 굳기 전에 한참 정치적 해체를 경험했어도, 내 자신은 나중에 보수가 될 것인가? 경제적 이익을 따르면 옳다거니 따르고, 이미 후대보다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에 환원과 경제/정치적 약자들에게 표를 주지 않고,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표를 줄 것인가? 나꼼수에서 말하는 많은 말들 중에서, 가장 곱씹어 볼 말이었던 것이 'XX는 이쪽 편도 저쪽 편도 아닌 XX편이다'였기에, (사고의 주체가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나는 내 편일 것이고, 나이를 먹으면 내 편 드느라 보수당을 지지하게 될 것인지 고민해봤습니다.


여기서 사고의 방향을 전환해서, '지금 여기'의 자신이 보수적으로 행동하고 있는가, 를 따져보면 (미래까지 큰 변화 없이 산다면) 미래의 자신도 보수적인지 알 수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적용을 해봤습니다. 몇 가지를 따져봤던 것이, 이미 내 삶에서 지나왔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그것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대한 내 정치적 참여 태도였습니다. 말하자면 나도 이미 (나이 먹으신 보수지지 분들처럼) 나보다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를 먹었고, 그 사람들이 지지하는 것에 내가 힘을 보태주고 있냐는 것이었죠.


첫 번째로, 저는 입시와 억압으로 점철된 학생 생활을 보냈습니다. 머리 두발 단속이야 당연하고, 교복 착용이나, 머리띠, 머리끈, 스타킹, 양발 색깔부터 시작해서 복도를 나다닐 때, 점심시간, 저녁시간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내지 않아야 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율(타율)학습과 무지 비싼 사교육과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다는 것이죠. 졸업을 함으로써, 제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전까지는 저와는 무관하고, 다시는 볼 일 없는 것이죠. 아이러니컬한 것은, 대학생이 되면서 투표권이 생기고, 고등학생까지는 투표권이 없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들(!?)은 부모님께 온전히 책임과 권리가 따르며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자리에 있다는 것입니다. 투표권 없는 아이들을 위해, 제가 대신하여 두발 자유화나 사립학교 변화에 대해 지지를 했나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최근에 벌점제나 사립법, 사학법을 통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긴 합니다만, 누군가 말했듯 고-중-초로 갈수록 그 학교내의 비리가 훨씬 잡히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도 다 눈이 있는데) 여기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학생들이 저를 봤을 때 저는 보수라는 겁니다. 입시중심교육을 하던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그 고등학교가 들어갈 때 점수와 나올 때 점수의 격차가 큰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학교에 대해 칭찬을 했지, 거기서 틀에 찍어지듯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 대해 지지를 하진 않았기 때문이죠. 반대보다 미운 무관심으로 보내고 있고, 그리고 그런 공약을 들고 나오는 국회의원들을 일부러 만들거나 하지도 않구요.. (고등학교 시절에 생각했던 것은 투표권 나이대를 고3 나이로 내린다는 것이였는데, 아마 그렇게 되면 수능을 고 2 때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책임과 의무의 고찰이 있어서 투표권한이 높은 곳에 있는 거겠죠?)


두 번째로, 저는 구타는 없었지만 부조리는 존재하는 군대 생활을 보냈습니다. 시급이 230원에 육박하며, 거의 대부분을 국가에서 지정된 노동시간을 벗어난 일과를 보내곤 했죠. 게다가 군인은 병사든 장교든 비정치적이야 합니다. 아마 투표율이 100%에 육박하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지지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집단은 군인 밖에 없을겁니다. (일관적으로 부재자투표장에 가서 투표하기 때문에 부재자투표일에 휴가가 아닌 이상 100% 투표하게 되어 있죠) 군인이 노조가 있을리는 정말로 만무하며, 정치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정치적인 약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역을 한 후에 그들(!?)에게 관심이나 있었느냐? 군대에 대해서 자주 여러 농담거리가 나오긴 합니다. 이번에 월급이 2배로 오른다더라, 그럼 군대 다시 갈래? 아니. 이번에 군복이 신복으로 바뀐다더라, 그래서 다시 군대 갈래? 아니. 실질적으로 생각했을 때, 한 달에 7만원이나 14만원이나, 실제 일한만큼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군대 내의 병사 시설이 얼마나 취약한지, 여름에 물이 끊겨서 강가에서 샤워도 해보고, 산 위 초소에서는 기름이 떨어져 한겨울에 찬물에도 씻어보고 했는데 전역 후에 신경을 쓰나? 국가에서 투자하는 돈 중에 예비자원이며, 가장 투자대비 효율을 생각할 수 없는 예산이 국방 예산 중에 병사들을 위한 예산인데, 그 예산을 늘리고 또 군대 들어갈 얘들에게 더 편안한 복지를 주장 했었나? 라고 물어본다면, 그리고 그들이 나를 본다면, 저는 보수였을 겁니다. 아니, 보수죠.


마지막으로, 내가 대학을 졸업했을 때, 과연 대학교에 관심이나 있을까란 생각입니다. 분명히, 아들 딸을 대학교를 보낼 것이니 등록금 걱정을 하겠지만, 대학 내부의 비리나, 실제 왜 그런 돈이 들어가며 분식회계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관심이나 가질 것인가. 수많은 대학들이 있겠지만, 그나마 내 자식들이 가는 대학교에나마 조금의 관심을 가지겠지, 란 생각이 듭니다. 교수님들이 가끔 하시는 이야기가, 고등학교 때 만큼만 학부모들이 대학교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면, 아마 이런식으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죠. (어느 정도 많이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마는...) 이번에도 한경에서는 감사원이 사립학교를 감사하는게 월권행위라는 기사를 썼더군요. 사실, 학교를 다님에 있어서 우리 대학교는 법인화에 대해서 별 관심도 없고, 학생회측도 본부와 그런 대화를 하는지를 알 수가 없더군요.. 졸업을 하고 나서 직장, 생각으로 가득하고, 뭐, 저 조차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반값등록금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단비와 같겠지만 그 핵심에 국가에서 돈을 지급한다는 것이 많이 신경이 쓰입니다. 등록금 자체가 온전히 학교에 쓰이고 있나가 궁금하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그런 것을 하겠다고 주장하는 공약도 잘 못 봤고, 그런 쪽으로 지지를 한 것도 아니고..) ... 결론은 제가 대학생임이도 불구하고, 대학생으로써도 보수적이란 겁니다. (운동권과 비운동권[또는 실용적] 학생회일 때 후자를 뽑은 이유는 실용적으로 해보라고 뽑아놨더니!!


이 외에도, 내가 겪지 않았으며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고 진보 쪽에서조차 별로 부각되지 않는 사회/정치적 약자에 대해 관심이 있느냐, 그리고 그들이 보기에 내가 진보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보수란 말이죠.


쓰리 아웃으로 보수이며, 소소한 부분까지도 언론플레이 외에는 보수이니, 나중에 나이 먹어서 보수가 될께 분명합니다..

나름 투표가 가능 할 때부터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진보라고 생각하는 측에 표를 던저 왔었는데... 이거 어쩌죠...

    • 그냥 인정하면 되죠. 보수가 모두 한나라지지자는 아니나까요
    • 보수가 부정적 이미지이긴 하지만 보수가 곧 나쁜 것은 아니잖아요 힘내세요
    • 그럼 사이비 보수인 한나라당과 그 일당들을 모조리 박살내고 진정한 보수당을 이 땅에 세우는 호연지기를 보여주세요.
    • 학교비리나 군대인권 문제 같은 것이 꼭 진보적인 의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왕년의 일본 극우파를 베낀 놈들서부터 각 분야의 사기꾼 같은 놈들 혹은 주사파 떨거지들이 한나라당이니 뉴라이트니 하면서 보수를 자임하고 있어서, 진보주의 영역에서 그런 아젠다까지 다루고 있지만 꼭 진보적이어야만 입시나 병역문제, 대학등록금 등을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봐요. 보수나 진보를 떠나 한국사회가 보다 합리적이기를 바라는 문제제기겠죠. 박원순도 양심적이고 상식적인 보수 아니던가요.
    • 가라_ 그렇군요. 나는 보수다!, 정도의 자기 이해로부터 시작해야겠네요.

      올리비에_ 보수란 단어가 나쁜건 아니죠.. 힘... 힘.. 내야겠죠?

      레이바크_ 뭔진 몰라도,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에는 표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만, 그로 충분할까요.

      brunette_ 상당히 명쾌한 답변이네요. 각각의 의제들이 진보/보수를 떠난 선택의 사항이라는 거군요. 그렇게 생각해보니 제가 '보수다'='자신의 이익을 선택한다', 라는 정의일 경우에 그 보다는 '무관심하다'라는 편이 맞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는 보수다"보다는 "나는 무당층이다"라고 고백하는 거였을라나요. 정치적 약자들의 의제를 끌어내는데에 무관심했다라는 자기고백이었는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정치가/행정가를 뽑으면 좀 더 그런 정책/아젠다들이 등장해가는 쪽으로 가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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