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사람들에게 잘해야하는데
최근 슬럼프에 빠져서 일도 안되고 자괴감도 들고 더불어 자존감도 많이 낮아진 상태에요.
친구가 이거 보고 좀 힘냈으면 좋겠다고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봤는데 보고나니 뭔가.. 주변인들에게 잘해야겠다 생각이 들더군요.
극 중에서 주인공 엘빈의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작가인 톰에게 추도사를 부탁했는데 슬럼프에 빠진 톰은 시를 인용해 별고민없이 추도사를 썼습니다.
친구가 진심을 다해 써주길 바랬던 엘빈은 왜 네가 쓴 글이 아니라 죽은 영국시인의 글을 썼느냐며 진심으로 노력은 해봤내고 서운함을 토로하죠.
그 말에 자존심이 상한 톰은 네 아버지의 삶엔 이정도 글도 과분하다며 화를 내고 결국 추도사는 엘빈의 즉흥적인 이야기로 진행되는데요.
그 부분에서 참 많이 느꼈어요.
슬럼프에 빠진 톰도 이해가 가고, 진심을 다하지 않았다고 서운해 하는 엘빈도 이해가 갔죠.
더불어 가까운 사람의 부탁을 받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제 자신의 일들이 떠오르더군요.
때때로 아빠에게 일적인 부탁을 받곤 하는데요.
어느 순간 그런 부분에서 대충하는 제 자신을 보았죠.
어린 시절부터 주변인들에게 부탁을 받으면, 이게 그렇게 쉬워 보이나? 손만대면 완성되는 줄 아나? 하고 점점 부탁을 거절하고, 댓가를 받고 하거나 대충 해줬어요.
최근에 공익광고 보고도 많이 부끄러웠는데요.
밖에선 잘하면서 집에서는 무지 퉁명맞은 가족이야기 말이죠.
점심 먹으면서도 동료들하고 그 광고 많이 공감된다고 얘기했는데, 정말 가장 잘해야하는 사람이 가족이고 가까운 친구인데 살갑게 대하는게 왜그리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특히 아빠와는.
워낙 아빠가 소극적이고 말이 없고 표현이 없는 아빠이긴 한데
몇년 전부터 아빠와 할머니, 셋이 살게 되었는데 집에 있을 때면 가족에게 날을 세우는 제 모습이 최근에 많이 부끄럽네요.
단지 표현을 못할 뿐 세상에서 가장 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인데,
대학교 때 가세가 많이 기울어서 알바를 하긴 전에 용돈이 없어서 외출할 돈이 없어 용돈 좀 달라고 했더니 부모님이 돈이 없어 못주신 적이 있어요.
전 너무 화가나서 차비도 못주냐고 화를 내고 집 밖에서 펑펑 운적이 있는데요.
저녁에 집에 와보니 책상에 아빠가 진심을 다해 미안하다고 써내려간 편지를 보고 또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가끔은 경제적인 부분에서 아빠가 저에게 의지할 떄가 있는데 그럴 때면 그 예전 기억을 망각하고 또 화를 내고 서운해하곤 하네요.
그리곤 바로 후회하고..
나는 왜이리 철이 안드나..
가장 힘든 사람은 아빠인데 생각이 들지만 그 순간의 감정이 아직도 컨트롤이 안되요.
오늘도 지방에 가신 아빠에게 일주일 만에 전화해서는 안부를 묻기 전에 용건만 얘기하고 띡 끊어 버리고 아차싶네요.
힘들어요 그게.
말 한마디만 더 하면 되는데.
일적인 슬럼프도 점점 더 길어지고 주변인들에게 성의가 없어지고..
오늘도 마음을 다잡지만 내일 또 어떤 태도로 임할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