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관련한 부정적 의견은 이제 많이 죽은 건가요? , 한미 FTA 이야기
1.
한 때 국민연금에 관한 긴 글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로 국민연금 제도 하에서 돈을 못받게 되는 경우들을 나열한 것이었고, 그래서 결론은 국민연금 이거 국가가 세금에 가깝게 삥뜯고서 제대로 혜택도 안주는 나쁜 제도라는 식이었지요. 대표적인 것이 저와 배우자가 동시에 젊을 때 일을 해서 국민연금을 붓고 타먹을 나이가 되었는데, 한 쪽이 죽으면 남은 한 쪽이 2인분을 다 받는 게 아니라 둘 중에 많은 거 하나만 받아야 한다 뭐 이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2인분 받아가놓고 왜 1인분밖에 안주는데? 라며 사람들을 열받게 했지요. 그래서 당시에는 국민연금을 탈퇴해버리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많았고, 실제 제 주변에는 꽤 시사 주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국민연금 탈퇴 시켜준다고 공약하면 누구라도 대통령으로 뽑겠다"고 하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이건희급 부자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세월이 흘렀고, 지금은 사실 그때보다도 지급 조건이 더 안좋아졌습니다. 수령이 시작되는 나이가 더 올라갔고,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점점 흘러가고 있지요.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얼마 전 뉴스에는 부자들이 낸 만큼 비례해서 돌려받는 국민연금은 꼬박꼬박 내고 오히려 자진해서 가입하려고 하면서, 내면 끝인 건강보험료는 어떻게든 삥땅치려고 꼼수를 부린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직장인 기준으로, 제가 낸 돈만큼 남(회사)이 똑같이 내주고, 나중에 물가가 쳐 오르면 비례해서 연금액을 올려주는 연금은... 사보험사에서는 본 적이 없습니다. 의외로 국민연금이 대단한 혜택으로 역전이 된거죠.
아마도 국민연금 자체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사보험사의 연금상품들이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국민연금이 더 매력적이 된거겠죠. 여하튼 당시 국민연금을 깡패처럼 묘사했던 그 글은 좀 뻘쭘해졌습니다. 사실 알고보면 그 글도 별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이지만 이해해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깡패짓이라고 묘사해서 문제였죠.
2.
아마 이번달 내로 한미 FTA는 처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FTA와 관련한 독소조항, 생길 수 있는 부정적 시나리오가 많이 돌고 있는데, 아마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많이 과장된 것이거나 지나친 걱정일 겁니다. 정말 일부는 시간이 흐르고나면 과거 국민연금 이야기처럼 다소 뻘쭘해질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좀 걱정이 되고, 가능하면 통과가 안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존의 무역협정들과는 뭔가 차원이 다르다는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무역 관련 이슈들은 주로 특정 항목을 개방 하느냐 마느냐, 관세를 낮춘다면 얼마까지 낮출거냐 뭐 이런 산술적인 수치 문제였습니다. 피차에 장사하면서 교역조건을 따지는 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이때까지는 누구 말마따나 "대한민국, 그렇게 자신 없습니까?" 라는 구호에 넘어가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미 FTA와 관련하여 나오고 있는 걱정을 보면, 농업이 죽을 것이다 등의 산업적인 이야기는 오히려 뒷전입니다. 가장 큰 숙제로 떠오른 ISD를 포함해서, 독소조항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은 대개 교역조건이 아니라 한 나라의 법제도와 관련된 것들입니다. 그것도 다시 돌려놓기 어려운 조건으로요. 이건 그냥 물건 몇 개의 관세를 까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느껴지기에 겁이 납니다. 특히 상대가 미국이라 더 그렇습니다. 강대국이 체면을 버리면 어찌 될지도 무섭고, 강대국은 체면을 지키고 싶어도 강대국의 기업들이 체면 불구하고 막장짓을 하면 뭐 어쩔 건가 싶기 때문에요.
찬성하는 분들과도 이야기를 해봤는데, 그분들과 저와의 극복할 수 없는 간격은 결국 태도더군요. 그 분들은 "체결되면 이러이러한 좋은 일이 생겨. 응? 공공부문이 무너지고 의료보험이 깨진다고? 에이, 그런 일이 설마 있겠어? 나라에서 그런 막장 계약을 체결 하겠어? 국회의원들도 재선되야하는데 국민들 못살게 만드는 건 안할거잖아?" 하시니 뭐 실제 닥쳐보기 전에는 뭐라 반박할 수는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