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경험한 희한한 면접 이야기

입사 첫날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전에 제가 다녔던 회사입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요. 두 번다 아주 짧게 다녔죠. 두 차례 근무 기간을 통틀어서 3개월이 채 안됩니다. 그리고도 저는 이 회사에 다시 돌아왔어요. 돌아온 저도 받아준 회사도 웃기다고 생각했습니다.

돌아온 첫날 세 명의 입사 후보자를 면접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대화로  대충 사람을 파악하는건 남들 보다 잘하는 편이니, 저는 면접관이 된다는게 자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첫출근한 사람에게 이런 일을 맡긴건, 아무래도 꿈이니까 가능한 일이었겠죠.

첫번째 입사후보자는 책 한 권 분량의 자기소개서를 제출했습니다. 자기의 능력, 지금까지 해온 공부 그리고 왜 회사가 자기를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마치 경영자문 회사에서 만든 프로페셔널한 보고서같았어요.  그런데 자기의 진짜 생각은 없고 클리셰가 한가득하다는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런건 길다는게 오히려 마이너스죠. 머리좋고 성실근면한 일개미.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순발력과 창의력은 없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야겠다고 소개서를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좀 잔인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가차없는 공격에도 성실남은 꽤 잘 방어를 해냈습니다. 문제는 면접에서도 자기의 진짜 생각보다는 면접관이 좋아할 대답이라고 들은걸 단순히 되풀이했다는 거죠. 본인의 생각이 없거나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을 뽑을 수 없다는 힌트를 몇 번이나 주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면접의 후반은 그래서 왜 내가 그 사람을 탈락시키는가에 대한 설명으로 채웠습니다. 면접이 끝나기도 전에 탈락했음을 통보받은 성실남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돌아갔죠. 이럴땐 기분이 참 씁쓸합니다.

면접 하나에 시간을 너무 썼나 생각하는데, 점심 시간이 되었는지 회사 직원들이 찾아왔습니다. 지난번에 회사를 다닐때도 있었던 고참 사원들에게 일일이 인사와 악수를 하고, 그들은 이번엔 며칠만에 퇴사할거냐며 웃으며 놀렸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알지 못하는 이들과 인사를 하다 잠에서 깨어났어요.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꿈은 참 오랜만입니다. 게다가 잠시 생각해보니 꿈속에서 겪었던 일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다 해석할 수 있더군요.

꿈을 통해 제가 진짜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깨닫는 경험은 거의 처음인 듯 해요. 이번 주말부터 시작될 장기 출장에서 어느정도 제가 취해야할 액션에 대한 결심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두번째 단락에서 미친듯이 웃었습니다.
    • 제목에 오타 있어요 (우하하하): 희안.
      나머지 두 명 인터뷰 얘기가 없구만요.
    • Hollow/ 잠시라도 즐거우셨다면 낚시꾼의 소명은 다 한셈? 음?

      토끼/ 월급 도적질 중이십니까? ㅋㅋ 두번째 인터뷰이는 인상적인 면이 없었고,, 세번째 인터뷰이는 첫인상이 꽤 좋았어요. 하지만 면접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면접을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오늘 밤 잠이 들어 그때까지 면접을 기다리고 있으면 제가 후일담을 알려드리죵.

      제목은 오타가 아니라, 희안하다가 맞는 표현이라고 제가 잘못 알고 있었네요. 지적해주셔서 감사. 감사의 뜻으로 토끼님 사무실 앞 스타벅스에 투피스 벤티를 한잔 맡겨 놓았습니다. 제 이름대고 찾아서 드셔요. 혹시 돈 달라고하면 당황하지 마시고 영수증을 받아두었다가 저한테 청구하셔요. 꾸벅
    • 훗훗 회사는 명절을 앞두고 유령마을이에욧. 아 나도 선수쳐서 휴가쓸걸!
      - 커피는 퇴근길에 잘 마시겠슴다.
    • 그 회사 크리스마스 브레이크는 언제부턴가요?
    • 왜 물어보시죠? *_ * (나름 경계의 눈빛)
      + 아 생각해보니 지난번 합의봤던 뉴욕모임때문에 그러시는구나. 그거라면 참석 문제없습니다. 지금 배타고 오는 중이신 거 맞죠?
      • 왜 왼쪽 눈이 옆으로 치우쳤나요? 뉴욕번개 저도 참석하고 싶지만 12월은 저한테 잔인한 달이어서 흑..
        • 토끼님 눈이 사시셨군요. 카약이라서 12월 안에 도착하기는 힘들듯하네요. 토끼에게 어울리는 부활절 번개를 노려보겠숩니다.
    • 토끼님 오피스 앞에 스타벅스가 없으면 어떡하려 했나요? Mr. Gyang 앞으로 달아놓고 마시면 되는건가요?
    • ㄴ다행하게도 바로 한 블럭 떨어져 있어요 (벤티 안 준비되었기만 해봐라 후후후후훗)
      • 뉴욕 스타벅스에 벤티가 없을리가.... 없으면 소포로 보내드림.
    • 그리고 모범답안만 잔뜩 준비해온 듯한 지원자는 저도 비호감이에요. 설사 스펙이 좋다하더라도요
      • 저는 스펙이나 자격증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래도 학벌이 좋은 후보자가 표현력이 좋은 경우가 많긴 하더군요.
    • 토템이 쓰러지지 않았군요...
      • 사시 토끼 인형 오뚜기라면 훈늉한 토템?
    • 저랑 다르게 현실성 넘치는(?) 꿈이네요. 성실남 살짝 불쌍하게 느껴지네요. 얼마나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겠어요. 어쩌면 그 사람을 떨구려고 걍태공님은 첨부터 마음 먹었던거죠. 하하.
      • ㅎㅎㅎ

        첫인상이 안 좋으면 그걸 대화 과정에서 극복해야죠. 대답할 기회를 주는데 못 알아차리는 것은 문제가 있는거죠. 실무할때 어떻게 문제에 접근할지 못 일아들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니까 당연히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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