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으면 좀 어때?

육아는 재밌고도 흥미롭지만 그를 둘러싼 상황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글을 육아카페에 올릴 수 없는 슬픔을 감안하여.

 

마크제이콥스 다큐를 봤어요. 예전에 교육방송에서 방영되었던 것인데.

그 작은 남자가 종종거리며 도쿄며 뉴욕이며 파리를 오가는 걸 보니 별 수 없이 며칠 전 영유아 검진 받았던 게 생각나더군요.

 

나라에서 영유아 검진을 무료로 해주고 있어요.

전 4개월에 가야하는 1차시기는 귀찮음 & 까먹음으로 때를 놓쳤고

어제 2차시기 다녀왔는데요. (9~12개월인데 어제가 마감 -_-)

아이가 75번째 정도더군요. 키, 몸무게 같은 게요. 약간 큰 편이죠. 전 사실 안도했습니다. ㅠㅠ

오늘 한글 언제 뗐냐 그런 이야기 나왔었죠.

전 솔직히 기억이 안나는데... 학교 전에 뗀 건 확실한데 (5살 때 교통사고로 장기간 입원했었는데 그때 넘 심심해서 주로 책을 읽었거든요) 어떤 경로로 한글을 알게 된 건지는 모르겠어요.

요즘 한글 교육 엄청나죠. 방문 교육 중심으로... 마치 몇 달 늦는 것이 평생의 교양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그런 걸 믿는 사람이 있겠냐 하겠지만 꽤 많은 부모들에게 중요한 이슈죠.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아서 사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말을 하고 걷고 그런 것도

빠르다고 좋은 것도 나쁠 것도 없는데

묘하게 신경이 쓰였어요. 아 나는 왜이렇게 귀가 얇은 거야 ㅠㅠ

누가 비교라도 할라치면 두고 두고 마음이 쓰였어요.

아이는 너무나도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어요.... 영유아 검진을 해보니 그렇더라고요. 잘 걷고 몇 가지 단어를 말할 줄 알죠. 지극히 정상.

하지만 늘 초조하고 신경이 쓰이는 거에요.

 

작으면 좀 어때? 한글을 학교 가서 배우면 어떻습니까? 말이야 하고 싶을 때 하겠죠.

더 이상 이런 태도를 견지하지 못하는 나.

결여라든가 결핍이라든가 비정상... 일반 아님. 이런 것에 과도하게 예민해져서 늘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거죠.

정말 나쁜 의미에서의 일반, 속물이 되어가는 제가 보입니다.

    • 대범하게 잘 키우시길 바랍니다.
    • 그럴 땐 뿌리깊은 나무 어제 방송분을 다시 보며 마음 편히 가지시길.:) 총명한 이는 하루만에도 익히는 글자가 한글이잖아요. 엄마가 아기랑 노는 차원에서 같이 동화책 읽는 정도라면 모를까(강박적으로 동화책 와방 읽어주는 거 말고요!) 굳이 한글학습지를 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봄.
      • 앗 저도 뿌리를 막 본터라 이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어요 ㅎㅎ

        참, 유아때 독서를 너무 강요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고 합니다.
    • 애 키우면서 속물 안되기 힘들죠. 손가락 네 개인 세상에선 손가락 다섯 개 가진 사람이 비정상. 지금 우리나라 육아 환경이 딱 그 모양이죠. 학습지 회사에게만 천국입니다. 엄마들이 알아서 열성으로 마케팅해주니 손 안대고 코푸는 식으로 사업해대죠.
    • 사실 다수의 부모를 이런 강박증 상태로 몰아가는 현 상황에 대한 분노가 제일 큽니다.
    • 그림책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글 익히고 하는 경우도 있고 하여 걱정 안하셔도 될 듯 해요.
      테이프가 딸린 그림책을 읽어주시거나, 테이프를 틀어주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여 적어 봅니다. :)
    • 화양적님 힘내세요~ 잘 클거에요 :) 저는 키가 155도 안되요 살아가는데 불편했던적 딱 두번있네요. 회사 발코니 문 잠그는 부분에 손이 안 닿는것. 책장 젤 위에 놓여있는 책에 손이 안 닿는것. 둘다 사장님이 스툴 사주셔서 큰 문제는 없어요. 하지만 미래의 제 아들은 아마도 저 때문에 키가 작은거라고 절 원망하겠죠. 제가 아무리 "난 키가 작아도 이렇게 성공했잖아?" 라고 말해도, 어느정도 나이를 먹을때까진 듣지도 않을테니 ㅎㅎ 그건 좀 씁쓸하네요~
    • 학습지 굳이 하지 않아도 엄마나 아빠가 조금씩만 시간을 내면, 뿌나에서 처럼 반나절만에 끝내지는 못해도 의외로 아이들이 한글 금방 익힙니다. 처음에는 얘가 천재 아닌가 했는데, 그거하고 상관없이 한글 자체가 굉장히 익히기 쉬운 글체계인 듯. 요즘은 좋은 한글 교육 책들이 많아서 가르치는게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 8개월된 제 조카도 몸무게가 평균 못미쳐서 식구들이 안달...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신경 쓰여하고 있긴 해요.
      그나마 키는 이제 평균 그럭저럭 따라잡긴 했지만...
      분유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유식은 전투적으로 드링킹하고 있으니, 안먹어 마른 것도 아니고 하니 뭐 괜찮겠지요.
    • 네 좀 작아도 사는 데에는 별로 지장 없어요. 부모 입장에서 그렇게 쿨할 수 없다는 게 가슴아픈 일이겠지만, 적어도 개인으로선 그래요. 저도 155가 안 되는데 언젠가 건물 유리문에 비친 스스로를 보고 '저 째깐한 애는 누구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살다보면 의외로 스스로 작은 데에 신경 미칠 일이 그렇게 적어요. 그리고 저 아는 동생은 남자에 작은 키에 조건도 그저 그렇지만 엄청 멋진 여성들과 잘만 연애하고 직업군에서 이쁨받고 있습니다! 그 애가 제가 본 남자애들 중에 제일 제대로 연애하는 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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