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속에서 하이킥 차는 밤

 

 

 

 

안녕하세요. 여기는 미국입니다.

 

몸서리 처지게 부끄러워 마음의 고향 듀게로 피신왔어요.

 

 

오늘 시간 지난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어찌 이리 허전합니까.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는 던킨도너츠 아이스커피 라지 사이즈를 한 잔 했더니 그 때 까지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쇼핑하는 도중 아저씨들 한테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더니 하이퍼 모드라 4 - 5 시간의 힘든 쇼핑을 마치고도 뭔가 부족한 듯해

 

미리 감춰두었던 번호를 꺼내 관심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몇 번을 대사를 외웠는지 모릅니다 ;;;;

신호음이 귀 속을 삐익- 삐익- 울리는데 가슴이 터질 듯 했어요.

'제발 받지 마라, 받지마'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행히도(?)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서 '휴, 그래 잘했어 잘했어' 하고 전화 끊고 마음 추스리고 밥을 먹는데,

 

이 사람은 부재중 전화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 번호로 전화했었나요?"

"예, 아 안녕? 나 니가 다니는 클럽에 일하는 피로소녀야 -"

"안녕, 아 그래 어떻게 지내?"

"잘 지내 ;;; 음 - 커피 한 잔 할까 하고 전화해 봤어 "

"지금? 지금은 친척들이 와 있어서 좀 곤란한데, 이번 주에 일도 하고 - 다음 주말 괜찮아?"

"어 - 괜찮지. 그래 그럼 좋은 밤 보내"

"응, 전화해줘서 고마워"

 

 

대략 이러한 대화를 나누고 지금은 몸서리치며 집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_-^

같이 사는 사람들은 좋아하겠지요. 부엌이 몰라보게 깨끗해졌거든요.

처음부터 그러게 그냥 청소를 하지 그랬냐 !!!!!! 라며 혼자 머리를 뜯고 있습니다.

 

 

 

왜 애초부터 전화번호나 빼돌리니 !!!! 하는 생각이 똭 !!!! 나서 부끄러움에 하이킥 한 번,

왜 아이슬랜드에서 친척이 오는 건가요 !!!! 하고 애꿎은 친척들 원망에 몸서리 한 번,

왜 이런 홀리데이에 저는 전화를 한 걸 까요!!! 하는 자책감에 샤우팅 한 번.

 

그냥 집청소나 하고 새로 산 신발이나 신어 볼 걸을, 왜 삽질을 하고 후회하는 것 인지..

 

아니야.... 요번 달에 계약 완료되는 사람이니까... 며칠 볼 날도 안 남았잖아 ;;;

 

................ -_-;;;;;;

 

 

 

 

이제 다시는 술마시고 고백하는 사람들 욕하지 않을래요.

술 좀 마시면 어때, 용기가 안 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도 맥주라도 시원 ~ 하게 원샷하고 전화할 걸 그랬어요 ;;;;

 

이제까지 남자가 용기없이 왜 그러냐고, 내가 남자였음 열 여자 꼬시며 끼고 살았겠다고 망언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무지했어요.

남자 분들 존경해요. 관심있음 남자가 먼저 표현해 주세요. 이거 원 힘드네요.

이제까지 사귀었던 애인 분들 먼저 다가와줘서 고마워요.

 

 

밑에서 본 글에서 처럼 연예나 즐길 걸 분수에 없는 휴먼컨택트를 찾느라 이리 밤 중에 하이킥이네요.

역시 한참 진행되는 챔피언스 리그나 파면서 박순희의 길을 고수해야겠어요.

부끄러움에 땅파고 겨울잠 자고 싶네요.

 

 

21세기 신여성의 길은 멀고도 험난한 것 같습니다.

    • 이게 뭡니까. 결국 다음 주말에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약속 잡혔다는 자랑이잖아요.
    • Hello, I'm...Um...well....so...I mean...therefore...
    • 사과씨/ 여기 사람들도 빈말 잘 하드라고요. '언제 밥 한 번 먹자'와 동일하다고 할까요 ;;;;
    • 김전일/ 정말 그랬어요 ㅠㅇㅠ Um....... I was just wondering..... um....... 이였지요 ;;;;;
    • 다음 주말 괜찮냐고 말할 때 확 약속 잡으셨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ㅠㅠ
    • 참 연애가 뭔지,구름에 서서 땅을 내려보며 청소를 한듯,그럼 구름 위에서 뭘 쓰나
    • 멋지십니다. 피로소녀님의 용기가 부러워 이건 명백히 자랑글입니다요
    • 퀴리부인/ 그러네요! 하.. 그런 주변머리가 있었으면 이러고 안 있을 건데요. ㅠㅡㅠ
      가끔영화/ 정말요 - 그래서 우리는 이제부터 남자를 멀리 하고 ..... 이게 아닌가요;;; 하하
    • 타니/ 자랑으로 보여서 그래도 다행이네요. 눈팅만으로 듀게를 드나들었는데 지지리 궁상으로 자리매김 할라 걱정을 ;;; 아, 그래도 오늘 커피 사면서 5센트 주워서 럭키! 라고 생각했었거늘... 5센트에 하루 운을 다 써버렸나ㅋㅋㅋ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2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7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4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89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0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5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6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3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7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1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4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4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0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3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