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마신 여자의 책임에 대해


술마시면 남자든 여자든 느슨해져서

평소에는 엄두도 못낼 것 같은 짓을 할 수 있게 되는 개연성은 있습니다. 가능하단 얘기죠.


그런데 이게 당위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즉 술마시면 남자든 여자든 회가 동할 수 있다. 라는게 '그러므로 선을 넘어도 된다'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얘기죠.

이와 같이 자연적인 사실에서 당위를 끄집어내는 오류를 자연주의의 오류라고 합니다.


술 마신 여자에게도 책임 있다고 하는 분들의 논거는 간단하게 하면 이겁니다.

즉 여자도 술 취해서 헷갈리게 했으니 미필적 고의라 이겁니다. 

짧은 치마 입은 여자에게 성추행의 책임을 돌리는 논리도 비슷합니다.


당연히 여자가 술 취하고 짧은 치마 입고 헐벗고 다니면 남자 입장에서 헛생각이 드는건 당연합니다.

이건 자연스러운겁니다.

하지만 그게 자연스럽다고 그걸 행위에 옮기는게 '정당화'되는건 아닙니다.

고로 당연히 뻘짓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행위에 옮긴 사람에게 귀속됩니다.


결론은 여자도 술취했으니 조금인 책임이 있지 않느냐 하는 분들은

그냥 몸 가는 대로 하는건데 어떠냐? 라는 얘기고

결론은 인간으로서의 자제력 포기, 금수 인증하는 겁니다.



인간이 됩시다.

    • 만취한 남자가 도둑질 당했다고 하면, 보통은 도둑을 욕하죠.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 만취한 남자가 도둑질 당해도 '왜 술처먹고 길거리 돌아다니냐고' 욕하죠.
      애매모호하게 예시만 들어가며 이야기하면 꼬리에 꼬리를 무니까 제대로 이야기해본겁니다.
      어렵게 생각해 볼 필요 있는 것 같습니다.
    • 이게 참 기괴하고 가슴아픈게, '여자 책임' 운운하는 개소리는 통상 범인이나 범인 가족친지들이 백이면 백 늘어놓는 레퍼토리란 말이죠. 뻔뻔스럽지만 어찌보면 당연하죠. 어떻게든 죄질을 덜 나쁘게 해보려는 수작이죠. 이런식으로 오히려 피해자를 병신으로 만들어 합의를 강요하는 수단도 되구요.

      근데 차라리 당사자라면 모를까, 아예 당사자도 아닌 제3자들이 여자 책임 운운한단 말이죠. 진짜 구역질나요. 다른 커뮤니티(특별히 여초 커뮤니티가 아니라면)에서 이런 이야기 나오면 여론은 언제나 '여자도 몸가짐을 잘했어야지'로 결론이 나더라구요.
    • 일반적으로 비슷한 유형의 사건사고 뉴스 댓글을 떠올려보면, 도둑질당한 사람을 욕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요.
      doxa님의 생각에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 바오밥나무/ 아 예
      setzung / 피의자 가족들 입장에서는 최대한 좋게 생각해주려다보니 피의자가 책임을 다 하지 못한 측면보다는 '얘도 정황상 그럴 만 하지 않았겠느냐'라고 생각할 만 하죠. 어쨌든 그렇다고 그 사람이 이해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법 했다고 이해가 되더라도 어쨌든 응당한 책임은 져야겠죠.

      몸가짐을 잘했어야지. 운운 하는 얘기는, 책임은 물론 가해자에게 있지만, 애초에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 라는 맥락의 얘기 같아요. 물론 강요할 수는 없는 얘기죠. 그게 권유를 넘어서 당위적인 명령으로 가면 개소리가 되는거구요.
    • 결국 책임은 가해자에게로 돌리되,
      해결 방법은 아래 글의 as님의 말씀처럼 자기관리에 있을 수 밖에 없을 거 같네요.
      답답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회의 무의식적인 가치관이라는 게 하루 아침에 바뀌긴 어려우니까요.
    • 진짜 옛날 영화인데 조디 포스터가 나왔던 '피고인'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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