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포
편의상 반말체로 쓰겠슴니다~~
엄정화와 육포.
엄정화를 보면 육포가 떠오르고 육포를 보면 엄정화가 떠오르는데 바로 드라마의 한 장면 때문이다.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의 그녀답지 않게 구박받는 '마누라'로 분한 드라마였는데
나는 그 드라마를 열심히 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강력하게 뇌리에 박힌 이유는 '육포'가 나오는 한 장면 때문이다.
아니, 실제로 육포가 등장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보자기로 감싼 꾸러미만 나왔을 수도.
엄정화는 시골 출신의 가난한 여자인데 어찌어찌 부잣집 며느리가 된다. 그러나 신분상승이라기 보다는
무시와 구박을 견디면서 산다. 딸이 부잣집 며느리가 된 것이 그저 기특하고 자랑스러운, 엄정화의 친정 어머니가
엄정화의 집-시부모와 함께 사는- 을 찾아오고 콧대높은 사돈에게 조공바치는 것이 바로 '육포'다.
(아래부터는 다소 과장된 기억일 수도 있습니다.)
강원도였는지 어디였는지 기억안나지만 쇠고기로 특별히 유명한 지역을 고향으로 설정하고
그 곳에서 나온 소 중에 특별히 귀한 어느어느 부위에 이러 저러한 진귀한 양념으로
바람과 태양과 정성으로 이리 뒤짚었다 저리 뒤짚었다 백일간의 정성으로 만들었다는 육포.(네 여기까지 확실히
저의 과장된 기억이 아니라 그냥 '뻥' 되시겠습니다.)
친정어머니가 다녀가자 부잣집 시어머니는 가정부를 줘버렸던가 더러우니 버리라고 했던가 그랬다.
이 부분이 어찌나 인상이 깊었는지 그 뒤로 계속 기억이 난다. 과연 그 육포는 얼마나 맛있을지. 크흑.
이것이야말로 절대 먹을 수 없는, 절대 먹어볼 수 없는 음식이다.
지금은 이렇게 금요일도 일요일도 아닌 목요일 저녁에 듀게에 글을 올리며 맥주 한 캔의 빠지지 않는 친구인
육포이지만 당시 내게 육포는 맛없는 음식이었다. 딱딱하고 짠 저급 고기의 이미지. 그런데 저 드라마에서
찬양을 해대니 나는 육포에 급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 뒤로 나는 점점 육포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결코 먹을 수 없는 저 육포에 대한 환상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비첸향 육포를 먹을 때도 명품 수제 육포(맛이 기억안날 정도로 조금이긴했지만)라는 것을 먹을때도 왠지 저 드라마에 나왔던 저 육포보다는
한참 못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뿐이다.
나는 아직도 엄정화를 보면 육포가 생각난다. 절대 먹기 불가능할 그 육포에 대한 환상을 지닌채.
심지어 저 장면에 엄정화가 나왔긴 나왔나 싶다. 두 어머니들만 나온 장면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뭐 그녀가 주인공이었으니.
게으르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검색한 바로는 '12월의 열대야'라는 드라마였습니다만
위에 말했듯이 육포장면만 기억나서 스토리는 거~의 모릅니다.
어중간한 목요일밤에 맥주와 육포를 씹으며.
닿을 수 없는 꿈의 육포를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