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오늘에야 돼지의 왕을 봤습니다.

공감은 가지만 설득력이 부족한, 꽤 불편한 영화였어요.

영화에 묘사된 개-돼지의 권력구조가 상당 부분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 그랬고 감독이 그러한 권력구조를 계급으로 고착시키기 위해 무리한 설정을 강행한 점도 그랬습니다. 영화는 계급의 재생산을 암시하지만 사실 경민이와 종석이가 실패한 것은 그들의 중학 시절 계급과는 인과관계가 거의 없습니다. 만약 철이가 옥상에서 내려와 자기 말마따나 복학해서 어머니 모시고 열심히 살고 경민이는 사업에 성공하고 종석이는 그럭저럭 팔리는 작가가 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힘들었던 중학 시절은 웃어넘길 수 있는 과거의 기억 정도로만 남았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철이는 돼지의 왕으로서 살해당하고 종석이는 자기 책 한 권 없는 대필작가가 되고 경민이는 사업에 실패하고 아내를 살해합니다. 이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는 과연 개들과 그들이 유지시키는 계급의 탓인가요?


호평이 많은 것 같아서 아쉬웠던 점 위주로 짧게 썼습니다. 사실 제작비나 한국 애니메이션의 좁은 저변을 고려하면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뱀발1. 최규석 씨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으셨더군요. 왠지 익숙하다 했어요.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는 여전히 기억 한켠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뱀발2. 광주극장 2층에서 봤는데 2층 맨 앞자리의 중앙 부근은 필히 피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우측에 있는 에어컨디셔너에서 나오는 바람이 극장을 가로질러 바로 닿는 위치인데 나올 때야 따뜻한 바람이었겠지만 제게 올 때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뱀발3. 생각해보니 이미 12시를 지났네요. 어제 본 셈이지만 제목은 그냥 두죠 뭐.

    • 저는 이 영화가 말하는 계급의 재생산에 대해서 비논리적일지는 몰라도 심정적으로는 동의하는 편입니다. 많이 덜컹거리는 영화였지만 기본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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