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자'들을 동지라고 생각했던 박노자의 2003년 인터뷰

http://www.hani.co.kr/section-014005503/2003/01/014005503200301091126001.html


- 예전 어느 인터뷰에서 "노무현이 민주당 쪽에서는 뛰어난 리더이지만, 이회창을 이길만한 카리스마는 아닌 것 같다"고 하셨는데, 노무현 당선자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지금은 상황이 여러 가지로 바뀐 겁니다. 한쪽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고, 한쪽으로는 여중생 사건과 관련해서 대중들이 미국에 대한 의식을 현실화시키고 있죠. 대중들의 정신이나 의식속에서는 이제 미국이라는 존재가 한반도의 남반부를 점령한 존재라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미국을 극복해야한다는 현실을 다들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다들이라고 하긴 그렇고, 상당수라고 해야죠.(웃음) 상당수가 그렇게 된 것 같고, 이런 상황에서는 노무현의 깃발이 전쟁을 막고자 하는, 한반도의 정상적인 발전을 보장하고자하는 여러 세력들을 결합할 수 있는 깃발이 될 수는 있죠. 노 무현 본인의 카리스마와는 무관하게 여러 건전한 온건한 보수, 온건 진보세력들을 결합할 수 있게 되었고, 결국은 이기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거죠. 교조적으로 보면 안될 것 같아요. 만약에 노무현이 이기게 된 2~3% 표 중의 상당 부분이 민노당 지지자들의 표였을 것입니다. 만약에 민노당의 지지자들이 그런 정치적 지혜를 발휘하지 않았다면 어떤 위험한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해도 끔찍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최근에 보인 진중권 씨의 여러 가지 행보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휴.(한숨) 참 얘기하기 힘든 부분인데요. 결국 그것까지 물어보시는군요. 제 생각에는 진중권씨가 한가지 착각하는 것이 한국과 독일을 착각하는 것 같아요. 독일에서는 좌파가 그렇게 행동을 해도 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정치발전에 있어 갈 길이 많이 남아있고, 극우들이 아직 강한 힘을 가지고 있고, 진보주의자들의 목표는 극우헤게모니를 해체하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이처럼 동지한테 상처를 주는 것은 비생산적이고, 극히 비정상적인 행동이죠.


그리고 한겨레는 백보양보해서 진보주의적 신문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좋아요. 한겨레는 진보가 아니라 자유주의를 대변하는 신문으로 볼 수도 있어요. 저 역시도 한겨레를 볼 때 진보주의적 매체라기 보기 어려운 면이 많아요. 전체적으로 자유주의적 노선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고, 온건 개혁성향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극우들이 득시글거리는 한국에서 자유주의적 매체를 팽개친다는 것은 전략, 전술상으로도 말이 안되는 것이고, 좌파 윤리상으로도 말이 안되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한겨레 독자들이 있는 것이고, 그 독자들이 진중권씨 글에 익숙해져 있고, 진중권 글에서 배운 것도 많은텐데, 그 독자들한테 서운하게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약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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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이 민노당 당원 시절 노무현을 비판적 지지한 당직자들에 대해 해당 행위라며 징계하라고 서명 운동하고 있을 때 정작 박노자는 그 비판적 지지자들에 대해 찬사를 늘어 놓고 있었고, 진중권이 옥석 논쟁 당시나 대선전 편파 보도 등에 항의하며 강준만이나 한겨레 등의 자유주의자들과 그야말로 전쟁을 펼치고 있을 때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동지"한테 상처주는 비생산적이며 비정상적인 행동이라고 강한 비판을 했던 그 박노자가 이제와서 진중권 보고 자유주의자로 전향했다며 비판하는 것을 보니 많이 황당합니다.


진중권의 정치적 입장이 맘에 들지 않을 수는 있겠니다만 위의 인터뷰 당시나 지금이나 진중권의 입장이 변한 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전향을 했다면 '친자유주의적 좌파'(?) 성향이었던 박노자겠죠. 그렇다면 남을 전향했다고 깔 게 아니라 진보정당을 지키기 위해 자유주의자들과 싸운 이들을 미친사람 취급했던 자신의 과오에 대해 반성이 필요한 게 먼저일 겁니다.


박노자가 얼마전 진보신당에 가입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는데 이는 물론 환영할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입장에서 사안에 따라 진중권의 최근 발언들을 비판할 수는 있겠죠. 그러나 진중권을 전향한 자유주의로 취급하는 건 좀 우습습니다. 일단 박노자가 그런말을 할 입장도 못되거니와 당장 지금도 나꼼수 지지자들 등 자유주의자들과 박터지게 싸우고 있는 게 진중권이기도 하구요.

    • 헐 박노자씨의 인터뷰라고는 믿기지가 않네요.
    • 인간은 변하기 마련이지만 자기 자신은 못 느낀다는 것.
    • 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에 박노자씨가 쓴 글을 보면 자유주의자도 포용할 만한 내용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극좌(?)로 흐르더군요. 북유럽의 사민주의 중산층이 문화혁명 당시 홍의병보다 더 폭력적이다. 부르주아들이 지배하는 북유럽 사민주의체제보다 중국 공산당 일당 체제가 차라리 낫다는 등 자유주의자들이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글들을 내놓더라고요.
    • 대중적으로 알려진 좌파 명망가들은 죄다 망가져버린 것 같은 요즘이에요...
    • 2000년대 초반 박노자씨는 자유주의자에 가까웠죠. 그 스스로는 급진적 정치에 호감을 가졌으나 스탈린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볼셰비키적 혁명정당에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표현했었죠. 혁명이 필요함을 인정하기도 하지만, 다수의 좌파가 혁명에 어떤 환상을 지닌 것과 달리 혁명 그 자체는 결코 피의 결단을 배제할 수 없음을 지적하며 자신이 그러한 과정에서 어떤 입장에서 설지 자신이 없다고도 말했었고요. 그렇기에 마음으로는 급진적 좌파에 지지를 보내나 행동으로서는 함께 하기 어렵다고 말해왔었습니다.

      물론 그가 최근 가입한 진보신당이 혁명을 추구하는 정당은 절대 아니죠. 그저 유럽에 흔한 사회민주당정도일 뿐입니다. 아마도 그렇기에 그가 더 '세게' 얘기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애시당초 혁명적 정당에서 활동은 할 수 없으나 사회민주당 정도의 당에선 활동할 수 있고, 그렇다면 가능하면 통합민주당이라는 자유주의 좌파 정당에 맞서 자신이 추구하는 바에 가까운 정당을 더 고집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됐든 어제의 '전향'이라는 표현은 여러모로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그 스스로도 '변화'해 왔음을 인식한다면, 모든 변화가 '전향'이 아님을 이해한다면 진중권에게 그러한 낙인을 찍어선 안되었는데...
    • 현실사회주의를 '직접'경험했던 동유럽과 러시아 지식인들의 딜레머더군요. 한국에 갖다 데려 놓으면 열혈좌빨 소리 들을만한 친구들이 엄청나게 반공? 반사회주의적인 태도들을 봐왔던지라 초기에 보였던 태도들도 수긍이 되고 그 뒤로 한국화? 되가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것을 대오각성했을지도요. 그런데 요즘들어 부쩍 80년대스럽게 진보진영내 다툼이 끊이지가 않네요. 겉으로는 통합의 흐름을 보이지만 결국 커다란 판에서의 (중도-내부정치세력내) 권력교체가 진행중이라 그런게 아닐까 싶기합니다만
    • 리비아의 카다피에게 제국주의와 싸우는 제3세계 피식민국가의 영웅이라고 찬사를 보내는 한국 재야의 주류(!)가 갖고있는 사회주의 컴플렉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군요.
      서양의 좌파 지식인들도 1950년대 무렵부터는 동구권의 반소운동의 영향으로 그런 사회주의 컴플렉스에서 슬슬 벗어나서 동구 스탈린주의와 서구 자본주의 양쪽을 다 부정하는 60년대의 비전을 새롭게 창조했는데 (물론, 그 비전이 모택동의 문화혁명으로 향한 것은 또다른 문제지만) 아직도 사회주의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식인이 있다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박노자의 결론은 그래도 소련의 볼세비키 만세이고, 잔존하는 이 세계의 모든 스탈린주의적 공산당 만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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