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이야기 몇가지. 이라크전에 관련된 이야기일지도요.
아래 이라크 전 이야기가 나와서 대충 써봅니다.
첫째로 석유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쏟아보겠습니다. 석유 메이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석유는 세계에 매장된 곳에 따라서 조금씩 특성이 다릅니다. 황 농도라거나 옥탄가라거나 하는 것들이 서로 다른데요, 그래서 그걸 정제하는 시설도 서로 다른 특성에 따라서 다르게 지어져야 합니다. 굵직하게 보면 석유를 두바이유, 북해산 중질유, 서부 브렌트유 정도로 보고 이밖에도 아프리카, 중남미, 중앙아시아 등에서도 석유가 또 나오지요. 질좋은 석유라면 브렌트유 쪽이 좀 더 좋다는 이야기가 있고 두바이유가 더 좋다는 이야기도 있고 보는 관점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만, 여하튼 한국과 일본의 탈황시설이나 정유시설은 다 두바이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갑자기 브렌트유를 도입한다고 해도 딱히 정유 가능한 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시설을 고칠 수는 있지만요. 또 석유는 워낙 매장된 지역과 소비지역이 멀다보니 막대한 수송 문제가 발생합니다. 액체이기 때문에 고체에 비해서 운송하는 배를 더 특수하게 만들어야 하죠. 장거리 운항이 되면 될 수록 수송비가 상당히 상승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해양수송은 대체로 하역에서 비용이 집중되기 때문에 한계적으로 운송거리 km당 비용증가는 크지 않은 법인데, 액체 수송은 조금 문제가 달라집니다. 세계적으로 이런 대량의 액체를 해양수송하는 사례가 석유 뿐이니 석유 수송이라고 해도 되겠고요. 이 경우는 수송비용의 한계거리당 증가가 꽤 큰 편이지요. 또한 정유시설에 대한 이야기인데, 한국과 일본의 정유역량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자국 수요를 덮고서 외국에 수출까지 하지요. 중국 정유역량은 조금 뒤쳐지기는 합니다만, 대체로 동아시아 정유역량은 동아시아 석유수요량보다 많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석유 유가는 보통 200불보다는 더 높게 갈 수 없다고 합니다. 석유가 "뽑아쓰기 쉬운 곳"은 편재되어 있습니다만 그냥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곳 자체는 막상 세계적으로 그리 적지 않습니다. 우리 위에 캄차카반도에도 오일샌드와 비슷한 형세가 있다고 하지요. 캐나다 오일샌드는 매장량이 거의 이라크에 맞먹는다고 합니다. 유혈암의 문제라거나 하는 걸 고려하면 대충 엄청난 석유가 더 많이 있지요. 다만 이런 석유들은 가채매장량은 아니고, 그냥 매장량에 속합니다. 이런 것들은 대체로 한계채광비용이 150~200불 정도 되기 때문에 유가가 그보다 올라서 한창 유지될 거라고 예상하는 기업이 있지 않은 이상은 파내지 않을 겁니다. 달리 말하면 그보다 유가가 오르면 이걸 파내니까, 그보다 오르기는 어렵다는 문제가 있지요. 석유는 세계적으로 굉장히 시장화된 자원에 속합니다. OPEC 같은 친구들이 종종 과점 행위를 하곤 있습니다만 워낙 채광량이 다변화되고 선물거래니 옵션이니 세계시장에 대한 영향이니(정부가 개입하지요)가 커서 70년대에 비해서 OPEC의 영향력조차도 굉장히 약화되어 있습니다. 특정 플레이어가 자국 석유를 딱히 고가에 팔 수 있고 이런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둘째로 군산복합체에 관련된 이야기들입니다. 군산복합체, 부정한 삼각형은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때 이들 언홀리 트리니티는 정말로 막강했지요. 백악관 뒷방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고, 냉전을 부추길 무기들을 생산하는 기업과 냉전의 경기자인 국가가 담합해서 막대한 이익을 국민에게서 뽑아내던 시절이니까요. 냉전이라는 특성은 국가간 협조나 혹은 무역을 통한 무기 공조의 가능성을 막았고, 미국과 소련은 각자 자기가 생산하는 최첨단 무기는 자기만, 2등 물건들을 동맹국에게, 3등 물건을 갖고서 제3세계 무기시장에서의 경쟁을 했던 시절입니다. 이때는 정말로 국가(소비자)와 군산복합체(생산자)가 쌍방에 대해서 서로 독점 상태나 마찬가지였고, (전투기 탱크 미사일 등을 각각 2개 이상의 회사가 경쟁입찰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 안배해서 사줬기 때문에) 서로가 그걸 알고 담합했던 시절이니까요. 그런데 냉전이 무너지고서 세상이 좀 바뀌었습니다. 무수한 신작 무기들이 취소되었고 생산이 축소되었죠. 다른 나라들도 예전만큼 비싼 무기를 사지는 않게 되었고 무기를 처리할 시장이 줄어들었죠. 그래서 전쟁을 벌여서 더 많은 무기를 팔아야 한다고 군수기업들이 생각했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문제는 이제는 국가가 예전만큼 군수기업의 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전이라면 국지전 정도에는 영향을 줄 수 있었을텐데, 이제는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라거나 혹은 국가 전략에서 군수기업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적어졌지요. F-22 랩터는 대충 최대한으로 뽑아서 보면(당연히 썰의 하나입니다만) 2045년 정도까지 주력핵심 전투기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냉전기라면 이건 불가능할 정도로 긴 기간이지요. 예전에는 핵심급 전투기라면 5에서 10년 정도 쓰고 다음 세대나 혹은 심각하게 개량된 버전이 나오는 게 상식이었는데요. 이들의 힘은 여전히 크고, 이들에게서 생산된 무기들의 힘이 미국의 힘의 하나를 지탱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이들만으로 미국이 미국이던 시절은 지금은 엄연히 아니지요. 예컨대 워싱턴컨센서스(신자유주의의 실체라고 자주 지목되는 바로 그) 같은 역량들은 무기랑 전혀 상관없는 미국의 금력에 의한 힘이니까요.
셋째로 재건사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라크 GDP 규모라거나 총자산액 같은 걸 고려하면 이들에 대한 재건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봤자 사실 한국 건축토목기업들 정도면 모를까 미국 기업들의 생계를 책임지기는 조금 부족한 것 같아 보입니다. 2006년 기준으로 GDP가 90조원 정도 됩니다. 한국 현대건설 1개 사의 연매출이 10조 정도 됩니다. GDP 전부를 다 토목에 밀어넣는다고 해도 한국 건설업 정도 먹여살리는 셈이 되네요. 재건사업으로 인해서 건설회사들은 꽤나 돈을 벌 수 있겠습니다만, 정치가들을 현혹시켜서 병력손실을 감당하게 할 정도인지는 의문입니다. 대체로 재건기 국가가 재건에 사용하는 지출은 그 국가 GDP의 50%까지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만(해외 원조라거나) 그런 사례가 흔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려면 그건 미국 정부의 지출이 되어야 하지요. 미국 정부의 지출이라고 하면 왠지 생각나는 게 코끼리 아닌가 합니다. 코끼리들은 미국 정부의 지출을 국방 이외의 분야에서 늘리고 싶어하지 않지요. 그렇게되면 결국 미국 유권자들의 부담이 되니까요. 2003년 이라크 전 당시에는 골디락스니 뭐니해서 사실 경기도 잘나가고 있었고 경제침체가 올 걸 예상할 수도 없었던 시점이어서, 경기부양을 위한 지출도 말이 안되고요.
첫째에 대한 결론입니다. 석유 문제가 중요하고 석유 관련 기업의 힘이 꽤나 강합니다만 그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예컨대 이라크를 독점해서 이라크 석유를 모두 석유메이저가 차지한다고 해도 여전히 그건 OPEC 채굴량의 10%에 미치는 수준이고, 게다가 가채매장 기준 거의 1/3을 훌쩍 넘기는 사우디는 미국의 최대우방의 하나죠. 또한 이 지역 석유를 선점해서 미국 회사가 사들인다고 해도 그걸 자국까지 공수해서 정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수송비가 막강한데다가 미국 내 시설은 브렌트유 정제에 맞춰져 있지요) 결국 한국 일본에 넘겨서 정제를 하거나 혹은 이라크에 정제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됩니다. 이 시설을 정부가 만들어줄 핑계는 없으니 기업이 만들어야지요. 여하튼 정제해서 파는 곳은 막상 동아시아가 될텐데 이쪽에 팔 때 굉장히 비싼값을 붙인다거나 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고요. 둘째와 셋째에 대한 결론입니다. 정부가 지출을 막대하게 늘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쟁 내지는 전시 상황이 불가피하거나, 혹은 경기 침체가 너무 심각하거나 한 경우가 그렇지요. 그 외에 정부 지출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경우가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통상적으로 GDP 증가율 수준으로는 정부 지출이 증가하고 그 상하로 2~4%p 정도는 정치적인 영향(예컨대 어떤 당이 집권하는지)에 따라 변동합니다만 그 이상으로 증가하는 건 좀 다른 문제지요. 집권한 사람이 아옌데라거나 하는 경우가 있겠군요 생각해보니.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서 전 세계가 경기침체(대공황)에서 벗어났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그것이 전쟁으로 인한 효과는 맞을지언정 전쟁을 일으킬 동력이 되는건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그리고 저 시절은 침체기가 아니기까지 하고요. 한국은 조금 행정부 중심인 경향이 있어서 경기 지출이 대통령과 집권당의 의지라거나 혹은 정부 자체적인 추동에 의해 가능해지는 경우가 없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전혀 그렇지 않지요. 한국의 경우 2004년 정도 이래로는 5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사업은 정말 엄청난 검토를 거치게 됩니다. 미국은 조금 더 심해서 아마 한화 기준으로 300억 이상이 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예타니 사타니 엄청나게 디비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양 국모두 국방 관련된 사업은 약간 다른 잣대가 적용되기는 하지요. 그렇다고 해도 세계사적인 기조 자체가 지금은 재정건전성에 있기도 하거니와 냉전이 끝났기 때문에, 그리 손쉽게 증대시키고 이럴 수는 없습니다. 전쟁도 다 돈으로 하는 거지요. 당나라나 조선시대에 전쟁에 관련된 정책결정 과정을 보다보면 전비가 총 얼마가 소요되고 병력 동원에 얼마니 군량이 어떻고 조달계획이 어떻고 하는 걸 병조, 중국에서는 병부나 태위가 보고하고 재정부처(이조나 이부, 사도)랑 협상하고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대에는 더 심하지요. 어지간한 정부 정책을 정하게 되면 항상 청와대에서는 해당 참모들과 대통령은 물론이고 재정(기획재정부장관), 인사(행정안전부장관), 법률(법제처장), 총괄(총리실 실장)이 배석하고 그 정책에 관련된 장관과 실장급 정도가 가서 브리핑하게 되지요. 거기서 저 장관들을 설득해내야 그 정책이 런칭되게 되는 거고, 저 장관들의 사고 방식은 오직 재정안정성, 인사적체, 법률 일관성이나 타부처 일들을 조율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도 합니다. 전쟁은 조금은 다른 문제입니다만, 그렇더라도 저런 반론들을 먼저 해소하지 않을 수는 없지요. 재정쪽에서는 분명히 "이라크 위협이 가져올 세계경제 피해가 최대 $ㅇㅇ 일텐데 직접 전쟁에 돌입하면 지출할 비용은 $ㅇㅇ 이므로 손해" 같은 이야기를 했을걸요. 군수기업이나 석유기업, 재건 사업 때문에 전쟁이 벌어졌다고 보기에는 너무 뭔가가 이상하지요.
근데 그럼 어떻게 이런 전쟁이 벌어졌을까요?
HUMINT에 대한 분석을 보다보면 사실 정보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저 자신도 보고서들을 읽다보면 종종 이상한 방향으로 정세를 예측하고 미래를 예상해서 보고서를 짜고 제출하고 하는데, 이런 편향은 위에 있는 분들은 경험과 조직이 보필해주긴 할 겁니다만 그렇더라도 여전히 갖고는 있겠지요. 애초에 사고관 형성 자체에 이라크의 위협이나 혹은 민주주의 부정의 문제 같은 것들이 크게 짜여져 있는 사람들은 정말로 이란 이라크같은 중동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했을 겁니다. 아들 조지 부시 미국전직대통령 이전의 아버지 조지 부시 미국전직대통령 시절에 이라크는 정말로 세계 체제에 위협이었지요. 사고뭉치고, 선제적으로 공격을 해대면서, 독재국가이고, OPEC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세계 경제를 교란시키는 작자들이었다는 걸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아들 조지 부시 미국전직대통령은 아버지가 백악관에 있던 시절부터 이미 이런 이라크에 대한 프레임을 갖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아들 조지 부시 미국전직대통령 뿐 아니라, 그의 참모들 상당수(아버지 조지 부시 미국전직대통령의 참모이기도 했던)들도 같이 갖고 있는 프레임일 것이고요. 이 "위협"에 대한 공포가 9.11을 기점으로 극대화되었고, 그것이 전쟁을 벌인 큰 이유가 되었다고 봅니다. 당시에 대한 기록물들을 보면 대부분 이들이 이라크를 진실로 위협으로 보았다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원래 공포를 가진 이들이 공포가 극대화되었고, 그들을 막지 못할 분위기를 9.11이 조장했다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공포만이 이들을 이끌었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요. 하지만 백악관 warroom에 보고가 들어간 무수한 정보 중 일부는 분명히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을 "가능성"을 거론했을 테고, 정보 중 진실을 가려내는 작업에서 이들이 가진 공포가 선입견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CIA나 NSA라고 해도 9.11에서 충격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닐테고, 그들조차도 그런 편향이 있었을 것이고요. 설사 어떤 악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요. 그들은 허깨비를 보았었다는 것이 이제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만, 그때 그 시점의 그들은 정말로 몰랐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핵무기를 만들려고 하고, 위성궤도까지 가는 대포를 만들려고 하고, 생화학 무기를 만들 재료를 구매하던 것이 걸프전 전후의 이라크인 것은 분명하니까요. 미국의 warroom staff들은 그런 이야기들을 알고 있었고, 그것들이 그들의 눈을 흐렸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진실된 이라크를 알지 못했다는 문제도 있지요. 우다이와 알루미늄 파이프에 대한 이야기가 그런 한 예가 되겠지요. 전쟁 전까지 6만개의 알루미늄 튜브는 어떤 의미로 보아도 핵개발에 필요한 원심분리기의 원재료로만 비췄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야 미국인들은 이것이 우다이의 부패에서 비롯된 과다구매행위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하지만 후진국에서 위정그룹의 부패에서 말미암은 선택은, 그 선택의 진정한 이유를 국 외에서는 거의 알아채기 힘듭니다. 그것을 알수 있었다면 그건 부패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