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소평

- 박완규

 : 담아내고자 한 감정을 결국 내뱉는 듯한 회한인 것 같습니다. 가창력은 확실히 굉장합니다. 다만 가창력이 무엇을 위한 가창력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노래를 굉장히 잘한다"는 느낌은 있습니다만 "노래를 통해 이걸 표현하겠다"는 건 그리 찾기 어려운 거 같아요. 다만 편곡 방향은 그보다 더 명료한 거 같습니다. 목소리라거나 발성이 워낙에 대단한 분들이 대체로 이런 것 같습니다만, 재능이 표현을 압도하는 경우는 그리 드문 건 아닌 거 같습니다. 박완규씨 노래를 들으면 대체로 재능이 워낙 대단해서, (박정현씨도 자주 그러지요) 표현하고자하는 바를 엎어버리는 경우를 보는데, 이 노래에서 담아내려는 감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그런 한 단편이 아닌가 싶습니다. 눈물이여, 다음에 우우우 라는 의성어가 표현하려는 것이 회한이어야할 것 같은 연결새인데 불구하고 연결새가 그저 쉽게 간략화되는 것은 어찌보면 실력이 과한 실수가 아닐런지요. 너무 별로였습니다.

 

- 적우

 : 분위기 잡는 거랑 자기가 담고자 하는 방향은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에서 말했듯 자기가 원하는 건 대가수가 아니라 단지 가수인 사람이, 그런 현실을 잘 직면했다면 그 안에서 이룰 수 있는 게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우씨가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잘 잡히진 않습니다. 다만 보다보면 그의 노래가 탁 트인 느낌이 드는 것이 어린 시절 종종 듣던 추억이 어린 영역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가 노래를 굉장히 잘하는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매혹적인 것도 아닌 것 같고요. 아마 이런 경연에서는 그가 크게 빛을 보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래를 담아내는 폭을 가다듬었고, 자기 음성과 음색을 노래에 맞추려고 사력을 다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이것은 그 자신이 스스로 위대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나온 모색이라는 느낌을 함께 받고요. 이게 그의 추동력이라고 봅니다.

 

- 거미

 : 거미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가사들로 채워진 노래들로 기억하는 가수입니다. 짝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의 노래를 사랑하거나, 너무 잘 그려서 증오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만큼 거미는 감성을 잘 짚어내는 가수로 포지셔닝된 이라고 봅니다. 가창력이 좋은 가수인데 지금 선택한 노래는 사실 흔히 가창력이라고 말해지는 음역대보다는 호쾌한 퍼지는 목소리가 중요한 곡일 것 같네요. 노래에 착안할 포인트는 모조리 찾아내서 자신의 장점들을 채워넣으려고 작정한 느낌입니다. 대체로 편곡에서 그러하면 실패하기 쉬운데 그건 편곡의 경우 가수가 편곡자를 압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작곡자보다는 편곡자가 아무래도 자존심 세우기 좀 어려울테니까요. 이 경우는 좀 그렇지 않네요. 거미씨는 절제를 잘했다고 봅니다. 근래 거미씨의 노래들에서 비추었던 매너리즘같은 뻔한 전개들이 전혀 엿보이지 않고, 그 노래들에서 보이던 양태들과 다른, 다른 가수가 불렀다고 할만큼 다르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여전히, 경연에서 그가 고득점을 할지는 제가 예상할 수 없는 범위 같습니다. 다만 그가 그 자기 자신의 한계에 대해서 도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김범수씨가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 여러 의미로 한계와 틀을 벗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경쟁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의 노력 탓이기도 하지요. 거미씨는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 바비김

 : 우와 오늘 네 가수 중에 가장 감동했습니다. 애초에 저는 비판보다는 칭찬을 하는;;; 무른 성격이기는 합니다만 그의 노래들에서 자주 비추던 3류 감성이 제거되고서도 여전히 강렬한 바비김이 바로 이것이다! 라는 느낌을 풍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비김은 사실 그 목소리나 발성이 너무 개성이 차있다고 봅니다. 개성이 강렬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쉽게오른다는 의미가 될 수 있겠습니다만, 대신 절정에 오르기는 힘들다는 의미도 된다고 봅니다. 일정 정도 수준 이상을 가려면 이제는 일반론적인 의미에서 실력이 증명되어야 하지요. 그때 가서는 개성은 증명을 방해하니까요. 바비김을 저는 그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제 그가 그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실력'마저도 훌륭하다는 걸 거부할 수 있는 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래에서 풍겨나는 감성조차도, 그가 원래는 표현할 수 없는 해맑은 감성까지 담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걸 잘 끌고 간다면 그가 정말 굉장한 입지를 차지하게 되겠지요. 지금은 그가 고치를 벗어나는 단계로 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미 고치를 벗어난 젖어 쭈글한 날개가 약간 엿보이고 있는 게지요.

 

- 김경호

 : 원래 정석은 그것이 가장 훌륭하기 때문에 정석이라고 하지요. 그저 정석대로만 연습한 이는, 어떤 수준에서는 변칙 플레이어에게 밀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궤에 다다르고 나서는 이제는 당할 수 없는 입지를 쌓는다고 생각합니다. 제 직업에서도 그렇지요. 교과서만 판 사람을 문제집만 판 사람이 결국에는 당할 도리가 없습니다. 기실 예술이라는 분야에서는 그 정석도 꽤 길이 다양하지요. 음악에서는 락이니 메탈이니, 그런 길들로 표현되는 것 같고요. 재능이라는 건 결국 변칙이라고 봅니다. 재능은 개인에게 귀속하는 것이고 정석은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바이니까, 재능을 키우는 방법은 자기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데 반해 정석은 확립된 길을 따르면 되기 때문에요. 김경호씨는 알려져있는 방법, 혹은 선배가 있는 방식의 길을 충실히 우수하게 따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무대에 흠잡을 곳이라고는 이 노래는 김경호가 아니라면 못할 거 같다는 정도가 아닌가 합니다. 대신 김경호씨는 이를테면 김범수같은 탭댄스 무곡 외토리야라거나 윤도현 확성기투혼 런데빌런 같은 걸 부를 수는 없겠지요.

 

- 그 외

: 못봤습니다.

    • 김경호 너무 이쁩니다
    • 잉. 저도 바비킴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 잘 읽었습니다 생각해 보게끔 하는 평이네요 박완규... 어느 정도 공감하고요 적우도 공감합니다 자기 위치에서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요 바비킴 참 좋아요 바비킴이 있어 나가수의 독특함이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 가수의 가창력 밖에서 그 가수가 표현하는 바를 느끼고 그러지 못하고는 아마 취향의 영역이겠지요. 그런 의미로 저는 박완규의 무대에 최고점을 줬습니다. 두번째는 적우.

      거미의 경우는.. 이것도 박완규의 말에 동의를 합니다. 굳이 액션을 넣어야 할까 하는 의문 및 아쉬움.. chloee님께서 김경호의 '정석'을 얘기하신 점과 일맥상통하는것같네요.

      윤민수는 옛날부터 참 가식적인 표현 다 빼고 그냥 싫어한다 말할 수 있는 가수였는데, 점점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제 취향이 달라지고 있거나 윤민수가 달라지고 있거나 둘중 하나겠는데, 어느쪽이든 상관은 없겠네요. 다음주 나가수에서 기대하는 무대가 하나 늘어나는것만으로 충분히 좋은 일이죠.

      자우림은 반대로 옛날부터 참 좋아하던 밴든데, 점점 아쉽게 보고 있습니다. 연이은 즐기는 무대에 대한 부담을, 자우림을 모르던 사람보다 알던 사람들이 더 쉽게 느끼는것같습니다. 주변 노래 좋아하는 친구들과 대화해보니 대체로 그렇더라구요. YB가 이 점은 훌륭했던거같아요. 밴드로서는 자우림을 더 좋아하지만, 나가수 안에서의 모습은 YB가 더 뛰어났다는 느낌입니다.

      김경호 바비킴은 그냥 김경호 바비킴이더군요. 그래서 그냥 좋습니다.
    • 저는 오늘 바비킴 보면서 전에 젤 좋아했던 조관우 무대가 떠올랐어요. 의상이나 몸짓 등을 떠나서 소리가 아름답게 들리는 무대를 점차 바비킴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고 지난 회상 무대는 그중 최고였는데 순위는 6위 오늘은 7위;; 이제는 전처럼 순위 때문에 화나진 않지만요 후후..'의상이나 몸짓' 면에서 자우림과 거미는 계속 산으로 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거미는 쇼맨십이 너무 어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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