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데 케이크 팝 사진과 회사생활 잡담





회사에서 지정한 멘토 그룹이 있습니다. 제일 주니어인 저 - 중간 연차 직원 - 제일 시니어인 직원 이렇게 구성되죠. 제가 속한 업계는 미국에서도 꽤 보수적인 분위기고, 직업의 성취를 위해선 여성직원도 남성직원도 개인 생활의 희생을 요구하는 부분이 많아요. 그러고보니 기혼 여성 직원들이 심각하게 "아기는 승진 전에 가져도 되나" 하는 주제로 토론하는 걸 들은 적이 있군요.


멘토 그룹은 저를 포함 셋 다 여성입니다. 뭐 특별한 얘기를 하는 건 아니고, 가끔 같이 점심 먹으면서 잡담을 하고, "휴가는 꼭 써라" "어떤 상사는 기대수준이 특히 높다" "일이 없을 때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하나" 이런 업무 관련 얘기, 최근 베이킹 트렌드 (이건 잘 몰라서 저는 듣기만해요), 쇼핑이나 영화, 드라마, 리얼리티쇼 얘기 등등 수다를 나누는데, 지난 금요일에 같이 점심먹으면서 시니어 멘토가 최근에 케이크팝 (사진 참조)을 만드는 법을 배웠단 얘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무식하게도 동그란 틀에 반죽을 부어 만드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케이크를 뭉쳐서 동그랗게 만든다고 해요. 그러고 나서 오늘 오후에 내가 만든 케이크팝 가져왔으니까 마음껏 먹으렴! 하는 이메일이 왔습니다. 예뻐서 사진을 찍어보았어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조직의 성비는, 높은 자리엔 여성이 거의 없고, 중간 관리 정도엔 아주 드물게 여자 선배가 있지만, 주니어급에는 거의 반반에 가까운 성비였더랬습니다. 한국에서 소위 전문직 위주 조직의 성비가 이렇죠. 제 세대 정도에는 여성들이 많지만 윗쪽에는 거의 없는 피라밋 구조입니다. 그때 중간관리 급(?)의 여자 선배들을 보면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요. 업무능력은 거의 다들 평균 이상이지만, 사람들 대하는 태도, 특히 주니어 직원 대하는 태도가 많이 거칠고 권위적이라고 할까요? 업무 협조를 많이 요청해야 하는 부서에서 잠깐 일했는데, 남자 선배들이 잘 (이렇게 쓰고 "비굴하게"라고 읽어요) 말하면 쉽게 업무협조를 해주는 반면에 여자 선배들한테 오히려 뭐 부탁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웬만한 남자 직원보다 더 "남성적"인 업무 태도인거죠. 이건 생각해보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남자 위주의 조직에서 잘하기 위해선 그 조직 분위기에 맞춰야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용조용 말하고, "여성적"인 취미를 갖는 상사들이 또 업무면에서 인정받기도 하는 걸 보면서 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은 없지만, 귀여운 케이크팝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봅니다.


    • ㄴ 올덴버그를 몰라서 찾아봤어요 (무식하다 놀리지말아요 랄라). "스프링" 멋있군요.
    • 남성보다 더 남성적이어야 직장에서 살아남는 그게 시인하기 싫지만 아직까지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의 슬픈 현실인 듯 해요. 이제 차차 나아지겠죠 그 부분에 대해선 저도 얘기하고 싶은게 많아요.

      그나 저나 동북아 상황에 대한 미국의 분위기를 듀게 뉴욕통신원을 통해 듣고 싶었어요
    • 주이쌍스/ 구글이미지검색으로 보니깐 정말로 사과먹다 남은 것 샌드위치가 보여요.
      아메닉/ 오늘 작은 일이 겹쳐서 낮엔 뉴스도 제대로 못봤지만, 역시 만나는 사람들마다 괜찮냐고 묻더라고요. 전반적인 미국 분위기는 이제부터 뉴스로...
    • 요즘 미국의 베이킹 트렌드는 어떤지 궁금해지네요.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꾸준히 순위를 차지하는 책 중 <케익 팝> 이란 게 있던데,
      미국에선 케익 팝을 많이들 만들어 드시나 봐요. 케이크를 뭉쳐서 만드는 거라니 재미있네요!
      스타벅스에서 나온 케익 팝을 먹어 봤었는데, 확실히 그냥 오븐에 구웠다기엔 밀도가 높고 촉촉했거든요.
    • 피시/ 거창하게 "트렌드"라고 썼지만 저도 사실 잘 몰라요 (우물쭈물).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진저브레드 쿠키를 많이 굽는 것 같긴 한데. 말씀대로 케이크를 뭉쳐서 만드니까 밀도가 높고, 스타벅스 사이즈보다 조금 큰 걸 하나 먹으니까 딱 배부르고 좋더라고요.
    • 케이크팦은 보기도, 듣기도 처음이네요.(뭔가 신문물!) 케이크를 뭉친다니 상상이 잘 안가네요. 그런거 했다간 엄마한테 먹을거 가지고 쪼물딱거리고 장난친다고 혼날거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요. ㅎㅎ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면서 맛있어보이네요.
    • 시이/ 일단 형태를 만든 다음에 겉을 코팅하니깐 안부서지지 않을까요? 그래도 너무 크게 만들면 부서진다고 하더라고요.
      잠시만유/ 저는 스타벅스에서 처음 접한 신문물입니다 'ㅅ' 모양만드는 걸 손으로 해야해서 조물조물은 필수래요.
      글루건/ 침흘리는...하고 커멘트의 멋진 조화*_*
    • 저걸 어떻게 먹어요 너무 이뻐요 흑
    •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얼마 안 되는 여자 상사들의 대부분이 독신이에요.
      기혼 여성으로서는 참 벽처럼 느껴졌죠.
    • 연금술사/ 저는 무자비하게 냠냠*_*
      커피나무/ 어려운 문제네요. 여성인 회사 상사가 자녀여럿에 기혼, 자녀 없는 기혼, 또 미혼인 케이스와 일했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결국 사람의 문제이지 marital status때문에 더 잘 이해하고 이해 못하고 그런 건 아니라고 (추상적으론) 생각하는데, 또 막상 기혼여성 입장에선 말씀하신 상황이 답답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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