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도배했어요.

 

 

 

난방을 너무 안 틀고 살았더니만... 결로가 방울방울 지셔서 문가를 적시시더니 아니나달라 곰팡이가 꺼멓게 좍 피더라구요.

락스로는 해결이 안되서 락스가 고농축 된 곰팡이 제거제를 사서 뿌렸는데, 벽지가 얼룩지고 뭐 그런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흉칙하게시리.

전세도 아니고 그냥저냥 살면 또 살아지지, 그냥 그렇게 그래야지, 내가 지금 도배를 할 군번인가 하고 무시하려고 했는데,

..... 가아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한 백 년은 묵혀둔, 되도않는 깔끔벽이 쳐올라오는 때가요. 음음 그런데 왜 하필 이 추운날....

 

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_-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그 길로 주인집에 전화해서 도배 허락을 받고

도배집에 달려가 방습지와 벽지, 바인더 접착제, 도배풀을 사고 철물점에 가서 붓, 마스크를 사고

벽지를 좌악좌악 천장까지 다 뜯어낸다음 곰팡이 제거제를 미친듯이 분사하고 환기한 후 도배질에 들어갔습니다 ㅜㅜ

도배를 예전에 한 번 해보기도 했고 집도 작으니 반나절이면 하겠지 뭐 이랬는데 개뿔.... 하루 반은 썼어요...

 

일단 첫 날은 방습지 접착제 이용해서 두 세장 덧대서 붙인 뒤 말리는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영 신통치 않더라구요. 에효.

자꾸 떨어진달까. 드라이기로 열 좀 가해주니 좀 나아지긴 했는데, 그래도 도배는 왠만하면 날 따뜻한 날에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게다가 바람 맞으면 안된다고 해서 방문 꼭꼭 닫아놓고 했더니, 방습지 붙이는 바인더 접착제 냄새가 사방에 어이쿠 ^_^ 

이러다 나 중독 되는 거 아닐까? 걱정에 뒤척이다가 결국 창문 쬐끔 열어놓고 잤네요. 입 돌아가는 줄 ㄲㄲ

 

다음날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본격적인 도배질~

대야에 도배풀이랑 접착제 투척해서 섞고 잘라놓은 도배지에 바른 다음에 도배집 아저씨가 알려주신 대로 5-10분 정도 접어두어서 쫀쫀하게 만든 다음에 붙였어요.

(사실 30분 하라고 하셨는데 집이 추워서 그런가 뭔가 그냥 그대로 붙어버려서 못 쓰게 됐어요.....^_ㅠ 한 마를 그렇게 보냈네요.......아까비........)

좁아터진 집 구석 천장 반쪽이랑 벽면 두 개 정도 하는데도.... 엄청 오래 걸리더라구요. 안 뜨게 잘 해야지 하고 맘 먹고 하려니 더 힘들었어요.

특히 천장 쪽......  아 진짜 대박 ㅠㅠ 도배 인건비가 비싼 건 아마 (뻥 조금 보태서) 팔할은 천장일거에요.

풀 먹인 벽지는 드럽게 무겁고. 도배풀 냄새에 정신은 어질어질;; 그래서 결국 반씩 잘라서 두 번에 나눠서 했어요.

 

그렇게 끙차끙차 도배 다 하고 나서는 정리도 못하고 바로 학원 가고;; 친구가 절 흘끗 보더니 너 잠 못 잤냐고..

으응..못 잤지...못 잤어...

 

학원 다녀와서는 뒷정리크리 ^_ㅠ 이만한 봉투가 두 개에 도배지 뜯은 것들 끈으로 묶은 게 제 키만한게 뙇!

근데 벽지 자체가 얇아서 그런지 집 두께가 얇아서 그런지, 여전히 결로가 차더라구요. 결국 다이소 가서 시트지 사다가 문가를 발랐어요. 그러니 쫌 낫네요

진짜 시트지가 짱인가봐요. 봐서 국민현관? 이라는 시트지 사서 문도 발라버리고 싶은데 그건 진짜 엄청 사치일 것 같아요 ㅎㅎ

혹시 곰팡이 지는 것 땜에 고민하시는 분들 곰팡이 제거제로 곰팡이 없애고 말린 다음에 시트지 붙여보세요.

왜 안 생기는지 원리는 모르겠지만...아무튼 안 생기더라구요. (혹시 속에서 썩고 있는 건가...;;;)

 

암튼 집 다 치우고 코코아 한 잔 끓여놓고 마심서 도배한 곳을 둘러보았죠. 아 그런데...

아 겁나 뿌듯한 거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누런 벽들이 하얗게 탈바꿈 되어있는데 ㅠㅠㅠㅠㅠㅠㅠ

이틀 지나니깐 더 쫀쫀하기 착 붙드라구요. 그래도 일어난 데는 몇 군데 있긴 하지만 그래도 뭐 이정도는 애교로...

보면서 나 도배기능사 딸까...? 이러고 있었네요 ㅋㅋㅋ 사실 되게 허접한데 ㅋㅋㅋ  

 

엄마한테 엄마 나 도배해써 우후후 하니깐 너 왜 이렇게 독하냐고.........^_ㅠ

남치니는 기특하다고는 하는데 나중에 우리 집은 그냥 사람 부르자고 하네요. 쳇.

 

이 집에 산지도 어언 1년인데 추억 하나 또 만들었습니다. 이사갈 때 저 도배한 거 아까워서 어쩌죠?....할 필욘 없겠죠. 어차피 다시 도배될텐데;;

그리고 제 1박2일 도배의 기록은 벽의 역사속에 묻히겠죠. 그리고 나중엔 제가 뜯어버린 도배지들처럼 돌돌 묶여 폐지장으로........

뭐 그래도 좋아요 좋아요. 사진도 찍어놨어요. (뭣하러..)

 

도배집 아저씨가 벽지 주시면서 그것도 다 추억이라고 하셨는데,

도배하는 내내 이따위 추억은 없어도 된다고 ;;;; 생각했 ;;;

그래도 도배 해 놓고 보니 마음은 뿌듯하네요. 뭔가...소소하게나마 이룬 느낌 ㅎㅎㅎ

 

그래도 듀나님들은 왠만하면 사람 불러서 하셔요. 이건 그냥 객기입니다...

솔직히 도배 하면서 살풀이 한번 한 느낌이에요 =_=

 

 

    • 오 능력자시네요! 천장은 대체!!! 어떻게 하셨어요? 김장봉투 뒤집어쓰고 천장 페인트칠 하다가 죽을 뻔 했는데... 미켈란젤로가 성인으로 느껴졌어요 절이라도 하고픈 심정이었음ㅜ
    • 요즘 인터넷에서 풀까지 발라서 택배로 부쳐주던데요; 전 반나절만에 무늬까지 완벽히 맞춰서 방 하나를 완료했었죠 훗훗
    • 추운데 힘드셨겠어요. 그래도 뿌듯하시겠네요.
      저희 집도 겨울에 도배한 적 있는데(사람을 쓰긴 했습니다만) 도저히 잘 수 없어서 고민하던 끝네 에어콘 송풍으로 틀어놓고 잔 적 있어요.
    • 보, 보고싶어용 흐흐
    • 게시물 도배인줄 알고 클릭했어요.
      요즘 도배라는 단어는 이쪽이 먼저 생각나네요;
      • 저도 마찬가지였는데요
    • 적극적인 삶의 자세 좋습니다.ㅋㅋ
    • 와, 대단하세요. 그렇게 한 번씩 신이(?) 내릴 때가 있죠. 애쓰셨어요. 짝짝짝~^^
    • 김전일/ ㅎㅎㅎ 네, 넷!

      침흘리는글루건/ 그러게요. 저도 천장을 어떻게 붙였는지 기억이... 비몽사몽으로 했던지라... 저도 페인트칠 생각해봤는데 집 나간 이후가 걱정 돼서 ;; 그냥 말았어요 ㅠㅠ

      불별/ 아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그냥 내친김에 달려가서 해버렸네요 ㄲㄲ 검색해보니깐 가격이 좀 만만찮아서.. 어차피 못했을 것도 같지만 ㅠㅠ 암튼 담엔 참고할게요! (다음이 없었으면 좋겠...) 암튼 도배하니깐 좋죠 훗훗~

      잠시만유/ 저도 에어컨 킬까 말까 한 1분 정도 고민했더랬죠 ㅠㅠ

      아쟁처녀/ 허접해서 공개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이에요오 ㅜㅜ

      사람/ 쓸데없는 적극성이랄까요 흣흣..

      a.glance/ 고, 고맙습니닷.. 이런 신은 다시 안 왔으면 좋겠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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