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듀게인들이 읊는 시가 듣고 싶어요.



비록 지금 저는 조금 서늘한 회사 사무실에서 옷 네겹 껴입고 월급루팡질을 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듀게질을 하거나 시를 읽고 싶습니다. 즉 현실도피중인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듀게인들이 좋아하는 시가 보고 싶어요!


저는 달리 아는 시가 별로 없으니(기껏해야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 정도 밖에...)고양이 아롱이 자는 모습이나 살짝 올려놓겠습니다.



요렇게 누워서 감상할게요!







    • 아름다움은 진실이며 진실은 아름다움이다
    •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거리마다 물끄러미 총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 모바일로 쓰다보니 오타도 있네요. '총춘->청춘' 예전 암기했던 기억으로 쓴 거라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
    • 헤어지자는 말 하지 말아요
      일몰은 아직 멀었답니다
      리본이 매인 선물상자
      카메라에 담길 추억은 충분하니까요.

      마음만은 따뜻한 아랫목이길 바랄께요. : )
    • 오늘같은 날에는 마종기 선생님의...


      방문객

      무거운 문을 여니까
      겨울이 와 있었다
      사방에서는 반가운 눈이 내리고
      눈송이 사이의 바람들은
      빈 나무를 목숨처럼 감싸안았다
      우리들의 인연도 그렇게 왔다

      눈 덮인 흰 나무들이 서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복잡하고 질긴 길은 지워지고
      모든 바다는 해안으로 돌아가고
      가볍게 떠올랐던 하늘이
      천천히 내려와 땅이 되었다

      방문객은 그러나, 언제나 떠난다
      그대가 전하는 평화를
      빈 두 손으로 내가 받는다
    • 나는야 세컨드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번째,

      첫번째가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이 아니라 늘 다음,인

      언제나 나중,인 홍길동 같은 서자,인 변방,인

      부적합,인 그러니까 결국 꼴찌,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움의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 어제 한 떼의 남녀 중학생 그룹을 보면서 생각난 시.



      서정주

      복사꽃 피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뜨고, 초록 제비 묻혀오는 하늬바람 위에 혼령 있는
      하늘이여, 피가 잘 돌아.............아무 병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 일 좀,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
    • 제가 점심으로 국수를 먹고 싶은 관계로

      국수

      -백석-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하로밤 뽀오얀 흰 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 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러났다는
      먼 녯적 큰마니가
      또 그 집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 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녯적 큰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 얼음불꽃


      조연호



      부지깽이 끝에 매캐한 연기가 걸려 올라온다. 겨우 입 벌린 한 송이가 되어 엄마곁엔 순산한 셋째 계집애가 누워 있었다. 손가락 다섯, 발가락 다섯, 생식기를 꼼꼼히 살피고 나서 엄마가 편히 눈을 붙였고, 누룩곰팡이가 아랫목을 따라 끊임없이 기어다녔다. 달그락거리는 배고픔들이 따뜻한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밤새 꿈 앞을 서성대고 있었다. 강이 빈한한 날을 지난다. 부지깽이를 쥔 엄마의 손바닥에서 뜨거운 불꽃나무가 자란다. 뿌리며 가지며 아궁이 속을 확확 드나들고도 나무는 아직 차갑다. 누이가 몰래 자작시를 보여준다. 그 싯구에 내가 유치한 눈물 훔치다가, 세 번째도 딸, 아빠가 뒤집어 엎은 상을 훔치다가, 이 저녁은 느닷없는 평화속에 끝난다. 강이 투명하고 가벼운 수의를 입고 강 건너 천안댁 할머니를 부르러 간다. 미역 줄거리가 끓고, 부지깽이를 저으면 화르륵, 엄마들이 일어서다간 도로 누웠다.


      (전 강이 투명하고 가벼운 수의를 입고~부분을 정말 좋아해요)
    •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ㆍㆍㆍ

      아~ 덕망 주간에는 자중할래요.





      대신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 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 술 끊은지 한달이 넘어가서 생각난건 아닙니다.


      나 취했노라 -노리다케 가스오(前武三雄)에게

      - 백석 -

      나 취했노라

      나 오래된 스코틀랜드 위스키에 취했노라

      나 슬픔에 취했노라

      나 행복 해진다는 생각에

      또한 불행 해진다는 생각에 취했노라

      나 이 밤의 허무한 인생에 취했노라
    • <그리움의 숲> 9와 숫자들

      너의 눈빛은 별처럼 밝아서
      우리 집에서도 다보여
      나도 알아,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거룩한 너의 광채는 내 눈을 멀게 하겠지

      너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커서
      내 이불 속까지 다 들려
      나도 알아, 한걸음씩 다가갈수록
      심오한 너의 언어는 내 귀를 멀게 하겠지

      매일 밤 나를 찾는 너에 대한 그리움
      짧은 한마디 말도 나는 건넬 수 없네
      울창한 너의 숲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나는
      빨간 모자를 써도 구조 받을 수 없네

      너의 의자는 산처럼 높아서
      나는 절대로 앉지 못해
      나도 알아, 한걸음씩 멀어질수록
      절실한 나의 열기는 조금씩 식어가겠지

      너의 침대는 동굴처럼 좁아서
      나는 함께 누울 수 없어
      나도 알아, 한걸음씩 멀어질수록
      선명한 너와의 기억도 하나둘 바래가겠지

      매일 밤 나를 찾는 너에 대한 그리움
      작은 한 장의 사진도 난 가질 수 없네
      황량한 너의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나는
      빨간 튜브를 잡아도 구조 받을 수 없네

      매일 밤 나를 찾는 너에 대한 그리움
      곱게 접은 종이학도 나는 전할 수 없네
      황량한 너의 사막위에 홀로만 남겨진 나는
      빨간 연기를 피워도 구조 받을 수 없네

      매일 밤 나를 찾는 너에 대한 그리움
      짧은 한마디 말도 나는 건넬 수 없네
      울창한 너의 숲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나는
      빨간 모자를 써도 구조 받을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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