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이 부러지는 오후
마음이 급해서, 자꾸 실수를 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오늘이 벌써 27일, 금요일까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입니다.
금요일부터 연휴로 쉬려던 계획은 저만치 달아나고 1월 2일에 발표해야 할 신년계획안도
원페이퍼로 궁리중입니다. 심플하고 포멀한 페이퍼를 만들 수 있다고 스스로를 격려합니다.
한 살 더 먹은 음성으로, 한 살 더 먹은 얼굴들에게 우리들의 새로운 한 살을 경제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계획안을 발표... 후웁, 구체적으로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자신이 없어지네요.
오후 네시, 손톱이 부러지고 저쪽에서 낯선 음악이 들려옵니다.
그 음성이 좋아서 잠깐 쉬었다 갑니다. 자꾸만 안으로 찢겨지는 손톱도 공들여 잘라줘야 하니까요.
신은 어쩌다가 공기중에 소리를 실어 멀리멀리 보낼 시스템을 떠올렸을까요.
열매의 맛을 보는 것처럼, 음악도 입 안에 넣어봐야 비로소 그 울림이 느껴지는 것이었다면,
음악을 씹다가 자주 울컥해지는 가슴을 움켜줘야했을텐데요. 씹다가 너무 좋아서 당신 입에 넣어주려고 뱉어내면
당신 더럽다고 도망가겠죠. 여기 음악이 시작되면, 바로 곁에 있는 사람부터 저만큼 떨어져 있는 사람까지
함께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지금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이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사무실에 적당히 시크하고, 좀 멋지고, 일도 잘하며 하루종일 좋은 음악도 들려주는 DJ가 있습니다.
그사람 덕분에 오늘 새로운 노래, 정준일의 솔로 앨범 "안아줘"를 듣습니다.
제목부터 너무 좋습니다. 살짝 구남친의 포스가 느껴지는 가사이지만, 10cm의 안아줘요와는
또 다른 매력이네요. 좋아요. 이런 보컬, 전 좋아요.